확실히 달라졌다. 피터팬 옷을 입고 무릎을 곱게 모아 앉았던 강호동이 답답한 옷을 벗어버리고 체육복을 입자마자 날아올랐다. 9일 방송된 KBS2 새예능 <우리동네 예체능> 첫 회는 전작 <달빛프린스>의 최고시청률인 5.7%(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를 단 한 회만에 6.2%로 경신하였다. 시청자들이 강호동에게 원한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었음이 드러났다고나할까. 강호동 MC군단과 시청자와의 신나는 스포츠 대결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출발한 <우리동네 예체능>은 16일 본격적인 시합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과연 또 한 겹의 껍질을 벗을 <우리동네 예체능>이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돌아온 강호동을 환영하며 그리고 <우리동네 예체능>이 식상한 프로그램으로 변하지 않길 바라면서 앞으로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장면들을 미리 꼽아봤다.

억지 감동



강호동은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SBS <강심장>에서 게스트의 눈물을 유도하곤 했다. KBS2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는 ‘대박’, ‘리얼’을 강조하며 유별나게 반응하는 모습도 자주 등장했다. 감동을 적극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에너지는 강호동의 장점이다. 시청자가 그 에너지에 탄력을 받아 감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치 감동을 느끼지 않으면 정상이 아니란 듯 “시청자 여러분, 이것은 정말 감동적인 장면입니다”를 연발 외치며 강요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시청자와의 승부가 주요 내용인 <우리동네 예체능>에는 시청자의 신청 사연이나 극적인 승부와 같이 쉽게 감동을 연출할 수 있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강요하는 강호동의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조작 논란에 민감한 요즘 시청자들은 오히려 “왜 이렇게 강조하냐”며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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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보이십니까? 이 아름다운 승부의 세계를 보십시오.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대~단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은 정말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아마추어 탁구를 정말 몇 년 동안 열심히 한 우리 시청자 여러분과의 대결에서 이런 기가 막힌, 말 그대로 기~~~가 막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 니편 내편 상관없이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습니까?”

시도 때도 없는 명언



강호동은 자신이 진행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명언을 읊었다. <강심장>에는 특별히 ‘명언타임’이 있었을 정도로 명언은 강호동의 MC스타일을 상징한다. 적당한 타이밍에 명언을 사용하는 것은 다이나믹한 강호동의 진행스타일에 균형을 잡아주었고 시청자에게 감명을 주었다. 그러나 명언을 남발하면 그 감흥은 반감된다. 호시탐탐 명언을 말할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 때로는 웃음의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를 가리지 않고 명언을 사용했던 강호동이기에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명언을 사용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억지로 끼워 맞춘 명언보다는 시청자와의 교감과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훈을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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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 참, 제가 생각했지만 정말 멋진 말이지 않습니까? 승리하는 것도 참 중요하지만 오늘 저희가 이 경기를 했다는 자체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고 선수들과 함께 좋은 우애를 쌓았다는 것 그 자체가 승리 아니겠습니까? 커트 코베인이 말했습니다. 열정 없이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저희는 열정을 가지고 다음 주도 열심히 시청자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해피선데이> ‘1박2일’ 데자뷰



<해피선데이> ‘1박2일’의 초창기 유행어는 “승기야!”였다. 멤버들 모두 강호동의 승기 사랑을 성대모사를 하면서 따라했다. 이후로 강호동은 이승기와 콤비를 이루면서 <해피선데이> ‘1박2일’의 국민적 인기에 큰 기여를 했다. 게다가 <강심장>에서 함께 MC를 맡으면서 강호동의 승기 사랑은 더욱 유명해졌다. 이승기도 ‘승기야’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훨씬 더 높이고 연기자와 가수로서 모두 성공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동방신기 최강창민과 샤이니 민호라는 두 명의 꽃미남이 출연한다. 게다가 최강창민은 폐지된 <달빛프린스>에서 강호동과 함께 살아남아 둘의 관계가 돈독해졌다. 여기에 <해피선데이> ‘1박2일’의 조커였던 이수근까지 더해졌다.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 많이 보았던 장면들이 다시 등장할까봐 우려된다. 한 번은 재미있지만 두 번은 재미가 없다.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MC가 자신의 장점은 살리되 반복을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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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야~~~~~~~~. 창민아~~~~~~~~~~~!!!!!!!!!!!!!!!!!!!!”

글.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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