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우처럼 활기 넘치는 배우가 있을까.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뮤지컬을 넘나들며, 아니 동시에 활동하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다. 그와 함께 있으면 그의 열정과 에너지를 나눠 받는 것 같다. 기회가 주어지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그의 쉼 없는 활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때론 힘들지만 그 보다 활동을 하면서 얻어지는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기쁨이 훨씬 크다. 그렇다고 허투루 하는 법은 절대 없다. 그는 바로 유준상이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대박 인기’ 이후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준상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을 해 왔다. 영화 <전설의 주먹> 홍보를 위해 텐아시아와 만난 유준상은 “드라마 이후 이 같은 활동이 새삼 관심을 받는 것 같다”며 웃음이다. 그는 지금도 뮤지컬 <그날들>을 무대에 올리고 있으며, 4월 방영 예정인 SBS 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 촬영도 한창이다. 그리고 틈틈이 책과 노래까지. 이쯤 되니 그의 열정이 새삼 부러워진다.



Q. 드라마, 영화, 공연 등 여전히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유준상: 데뷔 때부터 연극 뮤지컬과 영화, 드라마를 같이 했다. 인지도가 없었을 뿐 그런 사이클을 계속해서 돌고 있었다. <넝쿨당> 이후 새삼 얘기되고 있는 거다. 예능에 대해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는데 홍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꼭 해야 된다고 본다. 직접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도 안 되지만 어떻게 홍보를 더 할까 고민도 많이 한다. 모든 게 내 자신을 위해 하는 거다. 공연은 처음부터 했던 거라 놓치기 싫다. 보통 공연은 1,2년 전에 잡힌다. 내년 3월에도 다른 작품이 예정돼 있다. 그 사이사이 영화와 드라마를 한다. 다행히 그런 상황이 잘 맞았다.



Q. 동시에 활동하다 보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또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유준상: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계속하면서 노하우가 생기고, 실력도 쌓여가는 것 같다. 공연은 한번 쉬게 되면 못한다. 노래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무대에 오르지 않더라도 훈련은 꾸준히 해야 한다. 무대 위에서 20~30대와 똑같이 하려면 2배 연습해야 한다. 그런 훈련이 영화나 드라마에 많은 도움이 된다.



Q. 각각의 분야마다 피부로 느끼는 기쁨, 에너지 등은 다를 것 같다.
유준상: <전설의 주먹>은 후기들이 정말 많이 올라오더라. 그 후기들 중 영화에 대한 느낌 보다 영화 외적인 것들, 가령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는 등의 후기를 보면 참 기분이 좋다. 드라마는 반응이 빠르고, 파급력이 엄청나다. 뮤지컬은 보는 사람이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한정적이지만 10년 후에도 작품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해준다. 제 영화를 보고 나면 드라마도 보고, 공연도 봐 줄지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 영화 담당 기자 분들도 제 공연을 보고 나면 아마 글이 달라질 거다. 하하.



그리운그 이름 아빠 “아빠의 존재를 기억해주세요.”



Q. <전설의 주먹>이 지난 10일 개봉됐다.
유준상 : 많은 후기들 중 ‘이 영화를 보고 아빠가 보고 싶다’ ‘아빠 손을 잡아 주고 싶다’ 등의 말이 좋더라. 제가 연기한 상훈이 ‘아빠가 제일 잘하는 게 돈 버는 거잖아’란 대사를 하는데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특히 여성분들이 아빠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



Q. ‘아빠가 제일 잘하는 게 돈 버는 것’이란 대사. 아빠라면 누구나 남다른 기분이지 않았을까.

유준상: 저도 정말 확 와 닿았다. 그 장면 촬영하면서 순간 눈물이 핑 돌더라.



Q. 최근 ‘아빠’가 하나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유준상 : 새로 들어가는 드라마 <출생의 비밀>도 부성애를 다루고 있다. 아빠도 가족이고, 구성원인데 그동안 돈 벌어오고, 일만 하는 사람으로 아빠의 존재를 잊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잊고 있다가 다시 나타나는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전설의 주먹>이 한 축을 담당하는 것 같다.



Q. 극 중 이상훈을 통해 어떤 것을 보여주고자 했나.
유준상 : 외형적으로 대기업 부장, 기러기 아빠다. 그리고 회사 CEO인 친구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인물이다. 분량이 많지 않아 이런 사연을 다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잘 만들어준 것 같다. 나중에 영화을 보고 나니 이상훈이란 인물이 하나로 보여지더라.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니란 것을 다시 느꼈다. 정웅인 분량은 네 신에 불과하지만 인물에 대한 각인이 확실하게 되지 않나.



Q. 실제로도 가장이기도 하다. 가장으로서유준상의 애환은 무엇인가.
유준상 : 20대 초반 일찍 집안의 가장이 됐다. 그러면서 갑자기 사회란 곳을 접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그러면서 오기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굳건해진 것 같다. 또 아이들이 생기니까 책임감이 생기고, 특히 이런 영화 찍으면서 아빠의 존재가 너무 생각난다. 흥행을 떠나 가족들이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러면서 웃음꽃이 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Q. 가족 하니 문득 <넝쿨째 굴러운 당신>이 떠오른다. 드라마의 어떤 면을 대중들이 좋아했던 것 같나.
유준상 : 저는 잘 모르죠. 하하. 사람을 배려해주고,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가 아닐까. 부모님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인사를 귀남이처럼 해야 한다’고 자식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었다고 하더라. 지문에 없어도 인사를 더 하기도 했다. 가족끼리 보는 시간대에 전 가족이 공감하면서, 얘깃거리를 생산해 주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전설의 주먹>도 그랬으면 좋겠다.



유준상 전설?“남들처럼 싸우고, 맞고”



Q. 싸움이 아니더라도 ‘전설’로 내세울 만한 게 있나.
유준상 : 어느 누구라도 학창시절에 안 싸워 본 사람이 있나. 남들과 똑같이 싸우고, 맞고 그랬다. 중고교 시절 남들보다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대학 들어가서 정신 차리고, 처음으로 일등도 해보고.



Q. 대학시절 1등?
유준상 : 중고교 시절 말썽을 많이 피워서 대학에선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 진짜 열심히 했다. 그랬더니 장학금을 주더라. 유독 안 그랬던 애가 장학금을 받으니까 어머니 아버지는 더 놀라서 우셨던 것 같다. 어쨌든 아빠의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먼저 이야기 못한다. 아이들이 먼저 물어봐야 집중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듣지도 않는다. 하하.



Q. <전설의 주먹>을 꼭 아이들에게 보여줘야겠다.
유준상 : 그렇죠. 아이들에겐 그냥 아빠란 존재가 있을 뿐이다. 이 영화를 통해 아빠를 좀 궁금해 달라는 거다. 아빠가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봐주고. 저 어렸을 땐 많이 물어본 것 같은데.



인대 끊어지고 액션, 저체온증에 의식 잃고 유언까지



Q. 직접 치고 받아야만 액션이다. 그리고 그 액션감이 상당하다. 또 극 중 이상훈은 강력한 발차기를 주무기로 하지 않나.
유준상: 정두홍 감독이 “뭘 잘하냐”고 하길래 “발차기를 잘한다”고 했다. 그래서내 키보다 한참 높은 나뭇가지를 발로 찼더니 “그나마 이거라도 해서 다행”이라고 하더라. 이 영화는 실제 타격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웃음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두홍 감독이 처음엔 난감해 하더라. 액션이 안 되니까. 그러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맞으면 맞은 만큼 때렸다. 십자인대 끊어진 상태에서 맞으니까 3~4배 더 아프더라. 그래서 더 때렸다.



Q. 인대가 끊어졌는데도 구르고, 때리고, 맞고. 신인도 아닌데 그 상황이 어땠기에 그 몸으로 그런 액션이 가능했나?
유준상:오늘 내일 촬영을 끝내야 하고, 그 세트만 5억이다. 또 보조출연자도 몇 백 명이 있는 상황이었다. 금방 끝낼 수 있는데 저 때문에 늦춰지고 하는게 너무 미안했다. 한쪽 다리를 땅에 딛질 못하니까 스턴트맨이 저를 계속 잡아주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거기에다 몸에 물을 계속 몸에 뿌리다 보니 저체온증이 오더라. 결국 그거 때문에 의식을 잃고, 유언까지 남겼다.



Q. 인대는 왜 끊어졌나.
유준상 : 리허설 중이었는데 점프하고 내려오는데 4번 소리가 나더라. 수술할 때 인대를 보여주는데 끊어진 아이들이 ‘살려주세요’ 하면서 둥둥 떠다니더라. 실제 촬영 중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리허설을 통해 합을 맞추는데 오히려 합을 맞추다 이렇게 됐다.



“강우석 감독과 홍상수 감독, 똑같아요.”







Q. <이끼>에 이어 강우석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이다. 공교롭게 두 작품 모두 웹툰이 원작이다. 강우석 감독은 같은 웹툰이어도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다고 하던데 배우는 어땠나?
유준상 : 사실 똑같다. 차이점 전혀 없다. 강 감독님은 본인이 전부를 책임지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이끼>든 <전설의 주먹>이든 똑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Q. 두 번째 강우석 감독과 작업하는 마음가짐은 어땠나?
유준상 : ‘오늘도 죽어 나겠다’란 생각이 든다. 강우석 감독 현장은 수백 명이 있는데도 한 사람처럼 움직인다. 7시에 촬영 시작이라고 하면 정말 7시에 촬영을 시작한다. 그런 현장에서 허튼 생각을 할 수 없다.



Q. 스타일은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어떤 면에선 홍상수 감독 현장과 비슷한 것 같다.
유준상 :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한다는 것 말고는 사람을 존중해주고, 아끼고 하는 것들은 똑같다. 본인이 정확하게 OK와 NG를 구분하고, 결정한다. 간혹 배우들한테 ‘한 번 더 갈까요’라고 물어보면 난처할 때가 있다. 두 감독님 모두 그런 지점들을 정확하게 해주니까 배우로선 역할 분담 정확하다.



Q. 현장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같지 않나.
유준상 : 홍상수 감독 현장은 스태프들이 5~6명 뿐이다. 그러니 얼마나 빠르겠나. 아침에 대본을 쓰고, 그 분량을 다 소화해야만 한다. 그냥 죽는거다.



사진제공. 시네마서비스



글.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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