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30분의 열정, 그리고 30분간의 눈물.
‘짐승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룹 2PM의 도쿄돔 정복 시나리오는 그렇게 흘러갔다. 일본 데뷔 2년만에 도쿄돔을 가득 메운 5만5,000여명의 팬들 앞에 선 2PM. 1층 스탠팅석부터 3층 끝까지 빼곡히 들어차 앉은 팬들은 멤버마다 각기 다른 빛깔의 라이트로 응원 퍼레이드를 펼쳤다. 파랑(우영) 노랑(준호) 보라(찬성) 빨강(닉쿤) 초록(택연) 분홍(Jun. K)의 빛깔에 맞춰 이들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과시했다.
2PM은 20일에 이어 21일 열린 도쿄돔 단독 콘서트 ‘레전드 오브 2PM(LEGEND OF 2PM)’을 통해 지난해의 공백이 무색하다는 것을, 그리고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했다. 일본의 두 번째 정규 앨범 <레전드 오브 2PM(LEGEND OF 2PM)> 인트로와 함께 등장한 2PM은 첫 곡으로 다섯번째 일본 싱글 ‘마스커래이드(Masquerade)’ 공연을 열었다.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일본 레코드 협회의 골드 인정을 받은 곡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시키는 흰색 마스크 댄스가 인상적이었다. 2PM은 한국에서 발매한 1집 < 1:59PM > 수록곡 ‘너에게 미쳤었다’와 이번 일본 2집에 담긴’브레이크쓰루(Breakthrough)’ 등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시켰다.
솔로 무대는 6명 멤버들의 매력을 일일이 드러내주는 무대였다. 우영은 ‘섹시 레이디(Sexy Lady)’로 여유있게 댄스 실력을 선보였고, 택연은 고양이 모양의 옷을 입고 등장해 자작곡 ‘아이 러브 유, 유 러브 미(I LOVE U, U LOVE ME)’로 귀여운 면모를 드러냈다. 닉쿤은 오케스타라의 협연 속에 하얀 그랜드 피아노를 치며 솔로 무대 ‘렛 잇 레인(Let it Rain)’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발산했다. Jun.K는 솔로 무대 ‘트루 스왝(TRUE SWAG)’으로 힙스터 스타일의 노래와 랩을 선보이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였다.
여성 관객들은 2PM의 군무에 소리를 지르며 ‘일본팬은 조용하다’는 속설을 무색하게 했다. 골드 인증 받은 또 다른 곡인 일본의 네번째 싱글 ‘뷰티풀(Beautiful)’ 공연의. 코러스 부분에서 의자에서 반쯤 일어난 채로 단체 골반 웨이브를 할 때마다 응원 소리가 고조됐다. 팬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기 위해 버스 모양을 한 무빙 카트 2대를 타고 칼라공을 팬들에게 던지는 서비스도 했다. ‘짐승돌’로 2PM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는 <레전드 오브 2PM>의 수록곡인 ‘미싱 유(Missing You)’와 한국 정규 1집 수록곡 ‘백 투 유(Back 2 U)’였다. 여자 댄서들과 함께 2PM 특유의 섹시한 느낌을 잘 표현했다.
두번째 미니앨범 후속곡 ‘니가 밉다’와 네번째 미니 타이틀 ‘아이윌 비 백(I’ll be Back)’으로 달리며 더욱 달아올랐고, 지금의 2PM이 있게 한 정규 1집 타이틀곡 ‘하트비트(Heartbeat)’는 6명 2PM에 대한 의심을 날려버렸다. 2PM은 한국 데뷔 타이틀 ‘10점 만점에 10점’ 공연에서 특유의 발랄한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공중에 떠 있는 무대에서도 겁 없이 신나게 뛰고,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엎드리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클로징 멘트를 하며 멤버들은 예외없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에 겨워했다. 7명에서 6명으로 멤버가 바뀌며 팀이 겪었던 마음의 상처, 지난해 닉쿤의 음주운전으로 팀 활동을 중단하며 했던 마음 고생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준호는 “항상 여러분이 주시는 과분한 사랑 때문에, 가끔은 그 사랑이 사라질까 불안해 질 때도 있습니다”며 “그럴 땐 항상 눈을 감고 추억들을 떠올립니다. 우리를 비춰주시는 여러분을요. 여러분이 우리가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이고, 살아가는 이유입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닉쿤은 “도쿄돔 제일 끝 자리에 계신 분들까지 응원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라며 “역시 꿈이라는 건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어 진다는 걸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택연 Jun. K 우영 찬성까지 각자 인사말을 일어로 한 뒤, 앵콜곡 ‘테이크 오프(Take Off)’와 ‘핸즈업(Hands Up)을 부른 뒤에도 모두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닉쿤은 돌출 무대를 뛰어다니며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다 우리말로 “한국팬 여러분 저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지만…”이라며 흐느꼈고, 준호가 닉쿤을 포옹했다. 닉쿤은 “저 믿어주시고 아직도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번 컴백 통해서 한 번 멋지게 보여드리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팬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한국과 일본의 히트곡을 오가면서 총 35곡 3시간 30분간 들려준 이번 2PM의 공연은. 말그대로 5년 동안의 커리어를 총정리하고 재도약하는 공연이었다. 이제 훨훨 날 일만 남았다.
글.도쿄=이혜지 hjlee@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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