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99, 손지연, 디페쉬 모드, 아마도이자람밴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우리가 걸어온 길, 서로가 이해하길, 모두가 가야 할 길, 지금부터 행동하길.
레인보우99 ‘Walk’ 中
레인보우99 < Dream Pop >
제목이 < Dream Pop >인 이 앨범은 말 그대로 ‘드림 팝’을 담고 있다. 대개 앨범이름을 ‘하드록’, ‘헤비메탈’과 같은 장르 명으로 짓지는 않는다.(간혹 ‘블루스’라는 앨범제목은 있지만) 그만큼 이 앨범은 드림 팝 계열인 포스트 록, 슈게이징 계열의 사운드를 진지하게 담고 있으며 앰비언트 성향의 전자음악에 이르기까지 보다 확장된 음악세계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레인보우99(류승현) 개인의 ‘스산한’ 감성이 담겼다. 황보령 스맥소프트, 어른아이, 올드피쉬, 하이미스터메모리 등에서 기타를 연주해온 류승현은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 레인보우99에서 사운드 메이커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제목이 드림 팝이지만, 장르음악이라기보다 류승현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그것이 청자에 대한 공감으로 다가온다.
손지연 < 꽃샘바람 >
손지연과 고찬용이 만났다. < 꽃샘바람 >은 포크 싱어송라이터 손지연이 5년 만에 발표한 4집이다. 손지연을 국내에 삼태기로 넘쳐나는 여타 포크 싱어송라이터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수일 것이다. 손지연은 지난 2008년 앨범 < 메아리 우체부 삼아 > 이후 최근에도 꾸준히 공연을 해왔으며 ‘전설의 기타리스트’ 이중산과 협연을 하기도 했다. 새 앨범에서는 ‘돌아온 고수’ 고찬용이 프로듀서 및 기타 연주로 참여했다. 고찬용은 자신의 라이브에 함께 했던 밴드멤버들까지 앨범 작업에 참여시키는 애정을 보였다. 손지연의 솔직담백하면서도 매혹적인 감성은 그대로다. 손지연과 고찬용이 만났다니 조니 미첼의 공연에 팻 메시니가 참여한 라이브 앨범 < Shadows And Light >가 떠오르기도 하더라. 고찬용 덕분인지 세련된 세션이 돋보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손지연이 지닌 진한 색깔을 보좌하는 입장에 있다.
아마도 이자람밴드 < 데뷰 >
많은 팬들이 기다려왔을, 아마도 이자람밴드의 1집 < 데뷰 >다. ‘국악계의 슈퍼스타’ 이자람이 프론트에 나온 밴드이지만, 이자람의 노래, 그리고 이들의 음악에서 국악의 느낌은 ‘거의’ 없다. 이 밴드의 가장 큰 미덕은 이자람이 국악과 완전히 별개로 자신의 음악을 온전히 구현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자람이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 그래서인지 ‘사천가’, ‘억척가’ 정도는 아니지만, 곡의 가사들은 하나의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들려주고 있다. 이것이 요즘 음악과의 차이점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밴드의 연주 역시 스토리를 내재하고 있는 듯하다.
수상한 커튼 < 아름다운 날 >
수상한 커튼은 밴드가 아닌 여성 싱어송라이터 김은희의 솔로 프로젝트다. 수상한 커튼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찢어진 커튼(Torn Curtain)>을 떠올렸더랬다. 수상한 커튼의 음악은 조금 수상하긴 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인데 밝기보다는 조금 우울하기도 하고, ‘딥’한 감성을 들려주고 있으며, 밴드의 색이 짙다. 기존 수상한 커튼의 색은 ‘마음’과 같은 미니멀한 음악이었다고 한다. < 아름다운 날 >에는 피아노, 기타의 단출한 편성 외에 강한 밴드음악 등 다양한 편성의 음악이 담겼다. 중성적인 목소리로 담담하게 노래하는 김은희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정단 < 내 마음이 그래 >
부활의 보컬리스트 출신의 보컬리스트 정단의 3집. 김태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단에 대해 “그의 가창력은 막강하다. 만일 정단이 ‘나가수’에 출연한다면 그간의 상황을 한방에 뒤집을 수도 있을 만큼”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정단의 보컬은 훌륭하다. 앨범에서 정단은 음악은 록에 국한되지 않는다. 록과 팝이 결합된 첫 곡 ‘Better’(Feat. 정동하), 펑키(funky)한 리듬의 ‘하이에나’, 그리고 다수의 포크, 발라드 곡에서 그의 노래는 포효하고, 소울풀하며, 때로는 가녀리다. 기교뿐 아니라 감성도 풍부하다. 정단의 완벽한 노래에서는 성실함이 느껴진다.
김장훈 < adieu >
작년 12월에 나온 이 앨범을 지난주에야 듣게 됐다. 지난 14일 미국으로 떠난 김장훈은 출국 이틀 전 기자들과 조촐한 술자리를 갖고 이 앨범을 나눠줬다. < adieu >를 듣자 새삼 김장훈의 본업은 가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기부’, ‘독도’, ‘싸이’라는 이름이 ‘가수’라는 그의 명함을 다소 지운 느낌이다. 하지만 김장훈은 분명히 ‘노래만 불렀지’, ‘슬픈 선물’과 같은 가슴 뜨겁게 하는 노래를 불렀던 가수였고, 굉장한 라이브를 선사했던 공연 연출의 귀재였다. 이 앨범에 다시 실린 ‘노래만 불렀지’를 들으면 연민보다 추억이 먼저 떠오른다. 제목은 ‘아듀’이지만 마지막 앨범이 되지 않길. 귀국 후에 들국화처럼 소극장 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길.
Various Artist < 그대가 들린다 (To The Sea) >
한국 뮤지션인 나희경, 말로, 이한철과 브라질의 이타마라 쿠락스, 마리아 크레우자, 세자 마샤두가 한 곡씩 참여한 브라질리언 모음집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브라질리언 뮤직을 만나볼 수 있다. 단순한 편집 앨범이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신곡, 구곡을 새롭게 녹음했다. 이 앨범은 드러머 세자 마샤두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보사노바 뮤지션 나희경을 통해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세자 마샤두가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만든 ‘Rio Seoul’에는 나희경이 노래로 참여했다. 현지 뮤지션들의 정통 브라질리안 뮤직의 감성과 한국인이 해석한 또다른 감성의 브라질리언 뮤직을 함께 감상해볼 수 있는 것이 이 앨범의 즐거움이다.
박혜경 < Happiness Rewind >
가수 박혜경의 리메이크 앨범. 한국계 미국가수 프리실라 안과 인터뷰를 했을 때 그녀는 “어린 시절에 가수 박혜경의 데뷔앨범 < +01 >의 곡들을 들으며 따라 부르곤 했다”고 말했었다. 그만큼 박혜경의 감성은 남다른 곳이 있다. 미성과 가창력을 골고루 갖춘 보기 드문 가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홍대여신’이라는 단어도 석기시대 유물이 돼가고 있지만, 그 감성을 거슬러 올라가면 박혜경이 있지 않을까? 최근 활동을 재개한 박혜경은 이번 리메이크 앨범에서 비틀즈, 김광석 김완선 김건모 하림 등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레퍼토리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박혜경이 가진 목소리의 힘은 상당하다.
디페쉬 모드 < Delta Machine >
디페쉬 모드가 4년 만에 발표하는 13집. 이들의 일렉트로 팝은 패셔너블하면서도 어두침침한 색을 지니고 있다. 최근 80년대 신스팝이 다시 주요 트렌드로 떠올랐고, 이는 여러 현대적인 스타일로 분화되고 있다. 조용필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시도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지만 그 선지자 격인 디페쉬 모드, 펫 샵 보이스와 같은 팀들은 최근의 자극적인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여전히 자기들의 색이 담긴 음악을 발표하고 있다. 디페쉬 모드는 새 앨범에서 역시 예의 색을 고수하고 있고, 팝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골수팬들에게는 다소 밋밋하다는 반응도 이어지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디페쉬 모드 기존의 앨범을 비교 대상으로 했을 때 나오는 평가다. 요즘의 팀들에 비하면 여전히 참신함이 돋보인다. ‘My Little Universe’와 같은 곡은 큰 볼륨으로 들으면 음악이 주는 환각을 느껴볼 수 있으며, 블루스 기타가 삽입된 ‘Slow’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마들렌느 페이루
마들렌느 페이루는 봄과 잘 어울리는 재즈 보컬리스트다. 그녀의 목소리는 빌리 홀리데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어둡지 않고 상당히 밝은 편이다. < The Blue Room >에서는 레이 찰스, 버디 홀리, 레너드 코헨, 랜디 뉴먼, 워렌 지반 등의 곡을 재즈로 커버하고 있다. 총 11곡 중 6곡이 레이 찰스의 최고 히트앨범인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미러볼뮤직, 소니뮤직, 플레이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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