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6회 2013년 4월 23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박무솔(엄효섭)의 죽음에 분노한 강치(이승기)는 조관웅(이성재)을 향해 복수하려 하지만, 살생을 막으려는 소정법사(김희원)의 개입으로 강치는 사라진다. 그 사이 무솔의 집안은 역모죄에 몰려 관아로 끌려간다. 태서(유연석)는 모진 고문을 당하고, 온 가족이 고초를 겪는 가운데 강치는 청조(이유비)를 구해내기 위해 결국 다시 백년객관으로 향한다. 청조는 태서를 먼저 구할 것을 요청하고, 태서를 구하던 강치는 다시 조관웅의 휘하에 둘러 쌓여 구미호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리뷰

강치의 원인 제공으로 아버지의 대리 역할을 했던 박무솔이 죽음을 맞이했다. 친부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솔의 존재는 강치에게는 절대적인 것임과 동시에 그가 온전히 인간 세계로만 통할 수 있는 마지막 끈이었다. 소정법사 역시 이를 알기에 강치를 무솔과 함께 하게 했던 것이고, 그 둘을 연결하는 것은 강치의 팔목에 있는 팔찌였다.



하지만 무솔의 죽음으로 강치는 그 동안 알지 못했던 구미호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각성했다. 또한 그 죽음의 계기가 강치 스스로라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연 것이 결국 자신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 소정법사는 구월령(최진혁)에게 그러했듯, 최대한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세계에서 행복하기를 바랐지만 강치는 결국 다시 세상으로 향했다. 반인반수로 살아갈 수 없는 숙명을 반증하듯, 인간 세상에서의 인연에 이끌릴 수 밖에 없는 상황과 또 다른 세계에서 타고난 운명, 그리고 이를 통해 오는 갈등과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리고 팔찌가 끊어지는 순간, 구미호로서의 본질을 좀 더 강력하게 드러냈다. 인간 세계와의 인연은 청조와 태서을 통해 남아있지만, 이들과의 인연이 무솔의 죽음으로 변질되며 강치는 어머니 서화(이연희)의 세계에서 아버지 구월령의 세계로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무솔의 죽음과 동시에 이제 모든 상황과 짐은 오롯이 강치와 여울(배수지), 태서와 청조에게로 옮겨갔다.



짧은 분량에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캐릭터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작은 역할 하나 조차 상당히 인지도 있는 캐스팅을 해 내면서 <구가의 서>는 상대적으로 사극 초보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두 주연배우를 비롯, 젊은 조연 배우들을 든든히 보조할 만한 극 구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산만해 보인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그 덕에 주연 배우들이 자리 잡는데 까지 상당한 시간을 벌어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솔의 죽음과 더불어 이야기의 축이 젊은 주조연 배우에게 옮겨가게 되면서 이제는 네 남녀 주인공이 극을 이끌고 축을 잡아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아직까지는 드러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와 감정이지만, 적어도 6회에서는 네 명의 배우가 안정적으로 이어받은 듯 보였다. 이제 태서와 청조가 변해가고, 강치와 여울이 자신의 모습을 되찾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그 순간 <구가의 서>는 신화가 아닌 현실로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수다 포인트

- 포개져 누운 강치와 여울. ‘담 도령’이라 부르면서, 침은 왜 삼키십니까.

- <건축학개론>의 서연과 강남 오빠의 인연은 언제 다시 시작되는 거죠?



글.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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