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을 보는 두 가지 시선
포스터 사진" />영화 <전국노래자랑> 포스터 사진

이경규 제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전국노래자랑〉이 1일 개봉됐다. 30년 이상 안방에서 울려 퍼지던 동명의 장수 프로그램에 출전한 전국팔도 수많은 참가자들의 사연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아내 미애(류현경)의 미용실 셔터맨으로 살아가던 봉남(김인권)은 아내 몰래 예선 무대에 출전해 동네 스타로 등극하며 감춰왔던 댄스가수의 꿈을 다시 키운다. 또 음치 시장 주하나(김수미), 산딸기 엑기스 ‘여심’을 홍보하려는 사장의 강제에 못 이겨 출전한 현자(이초희), 손녀 보리(김환희)와 마지막 추억을 남기려는 오영감(오현경)까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꿈의 무대에 오르게 되면서 웃음과 눈물, 감동을 선사한다.

〈전국노래자랑〉 관람지수 / 노래지수 / 사연지수

황성운, 뻔하다고? 그래도 충분히 재밌고 울리는구만! 7 / 7 / 8

김광국, 들썩들썩 신나는구나! 근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네? 6 / 7 / 7

2eyes ∥ 이경규의 〈전국노래자랑〉 vs 송해의 〈전국노래자랑〉

〈복면달호〉 이후 음악 영화가 가진 장점을 발견했다던 이경규. 그가 찾아낸 차기작의 아이템은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이다. 성공한 TV 프로그램을 스크린으로 가져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TV와 똑같아서도 안 되고, 너무 이질적이어도 힘들다. 영화 속엔 그런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황성운 KBS 〈전국노래자랑〉은 33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줬다. 무대에 나온 사람들은 웃음과 재미, 눈물과 감동을 전했다. 영화는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만의 사연을 들고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뻔해 보이기도 하고, 영화의 흐름도 예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곧 우리의 일상이고, 삶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전해지는 인물들의 진정성은 ‘뻔함’을 이겨내고, 각기 다른 재미와 감동 그리고 눈물과 화해를 빚어냈다.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제법 맛깔나게 버무렸다. 신나게 웃을 줄로만 알았는데 눈물도 떨어지게 만든다. TV의 느낌을 살려내면서도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영리하게 잘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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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국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최대 적은 KBS 〈전국노래자랑〉이란 생각이 든다. 송해가 구축한 〈전국노래자랑〉이 33년간 명맥을 이어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 TV 프로그램 중에선 드물게도 드라마가 살뜰히 녹아있다. 그것도 매우 다양하면서 일상과 아주 밀접한 드라마가. 문제는 그것이 너무도 오랜 시간 매주 일요일마다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TV 〈전국노래자랑〉의 유명세는 너무 큰 벽이다. 제목만 봐도 감이 오는 영화에 흥미를 느끼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더욱이 영화가 TV 프로그램의 재현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분명 있다.

〈전국노래자랑〉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스틸사진" />영화 <전국노래자랑> 스틸사진

2eyes ∥ 흔한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vs 너무 예상 가능한 이야기일 뿐!
〈전국노래자랑〉은 영화의 특성상 특별한 이야기를 기대하긴 힘들다. 제목에서 오는 익숙함도 상당하다. 그리고 어떤 내용일지 쉽게 예측 가능한 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흔한 이야기라고 다 재미없을까? 그 흔한 이야기도 어떻게 빚어내고, 보여주느냐에 따라 충분히 웃고 울릴 수 있는 법. 〈전국노래자랑〉 제작진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황성운 〈전국노래자랑〉은 봉남(김인권), 미애(류현경)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이야기가 ‘무대’로 모여든다. 각각의 사연들이 전국노래자랑 무대 위에 올려 졌을 때, 그들이 부르는 노래와 각각의 사연들의 결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가져온다. 할아버지와 손녀, 시장과 만년 과장, 선남선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중년 등 다양한 사연은 전형적인 흐름이지만 그럼에도 충분한 눈물과 재미를 뽑아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들, 거기엔 진정성이 묻어 있었다. TV 〈전국노래자랑〉의 가장 큰 매력도 우리 주변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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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국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가 얼마나 높을까. 이는 ‘재미’에 대한 기대치가 아니라 한국형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다. ‘웃다가 울리는’ 정형적인 한국형 드라마라는 생각이 제목만으로도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전국노래자랑〉은 다소 노골적이다. 웃길 것 같은 곳에서 여지없이 코미디가 튀어나오고, 울릴 것 같은 곳에서 어김없이 공격이 날아온다. 딱 기대한 만큼, 예상한 만큼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전국노래자랑〉을 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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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eyes ∥ 봉남-미애 커플 vs 동수-현자 커플

등장인물이 많을수록 적절한 역할 배분이 필요한 법이다. 〈전국노래자랑〉에는 크게 4개의 사연이 담겨있다. 김인권, 류현경 부부를 중심으로 유연석-이초희, 김수미-오광록, 오현경-김환희 등이 짝을 이뤘다. 모든 이야기가 오롯이 살아남는다면 좋겠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는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잘 찾아내는 선구안이 필요한 법이다.

황성운 봉남(김인권)-미애(류현경) 부부가 중심인 건 분명하지만 감동과 눈물 그리고 재미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동수-현자 커플은 풋풋함을 남기고, 오영감(오현경)과 보리(김환희)의 이야기는 눈물을 전한다. 주하나 시장(김수미)과 만년 과장(오광록)의 이야기는 코믹하다. 이에 비해 봉남-미애 부부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자신의 꿈을 접고 살아가는 봉남과 팍팍한 삶에 ‘백수’ 남편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미애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이야기다. 현실을 내던지고, 자신의 꿈만을 위해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봉남은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건네고, 나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김인권과 류현경의 역할은 바로 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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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국 〈전국노래자랑〉을 보고 나면 묘하게 기억에 남는 커플이 있다. 바로 동수(유연석)-현자(이초희) 커플이다. 극 중 비중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극 중 캐릭터를 잘 잡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유연석은 <건축학개론> <늑대소년>에서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동수를 연기했고, 신예 이초희는 상큼 발랄한 매력을 마음껏 펼쳐냈다. 처음 시나리오를 확인한 김인권이 현자 캐릭터를 보며 “뭐 이렇게 들이대는 여자가 있나싶었어요.”라고 말했으니, 저돌적인 여성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풀어낸 능력은 온전히 이초희의 수훈이라 할 만하다. 두 사람이 그려내는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관객을 ‘아빠미소’를 짓게 한다.

2eyes ∥ 〈전국노래자랑〉 “전국을 뒤집어놔” vs 〈복면달호〉 “이차선 다리”

제작자 이경규는 〈전국노래자랑〉에는 그의 전작 〈복면달호〉에서 차태현이 직접 불러 화제를 모은 주제곡 [이차선 다리]를 뛰어넘을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말했다. 결과는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시길!

황성운 〈전국노래자랑〉과 〈복면달호〉, 두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의 단순 비교는 힘들다. 〈전국을 뒤집어놔〉는 사실 영화에 중심으로 쓰이는 노래는 아니다. 대신 귀에 익숙한 다른 노래들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각 노래마다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사연과 맞물린다. 동수를 짝사랑하는 현자가 부르는 박기영의 〈시작〉은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 현자의 마음을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이 노래가 다 설명해준다. 김인권이 부르는 싸이의 〈챔피언〉과 부활의 〈친구야 너는 아니〉도 같은 맥락이다. 나머지 노래들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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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국 물론 〈복면달호〉의 차태현은 앨범을 낸 경력이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차선 다리〉가 히트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극 중 봉달호의 이야기에 음악이 너무나도 잘 녹아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드라마가 만들어낸 음악은 부러 강요하지 않아도 관객을 흥얼거리게 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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