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밴드 최초로 월드투어 공연을 시작한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는 대만, 싱가포르, 태국에 이어 홍콩 땅을 밟았다. 홍콩이 이들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다른 월드투어 공연과 같이 이곳에서의 공연도 당초 하루로 예정돼있었지만, 티켓이 5분만에 전석 매진되면서 팬들의 요청에 의해 하루가 더 추가됐기 때문이다.월드투어 홍콩 기자회견에 참석한 씨엔블루 멤버 이정신, 이종현, 정용화, 강민혁(왼쪽부터).“빌보드는 더 이상 우리에게 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종현), “아마도 서른 둘이 되면 빌보드 5위를 할 것 같고, 서른 다섯 살에는 1,2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자님들, 우리 다음에는 타임스퀘어에서 만나요. 영등포 말고 뉴욕!(웃음)”(용화).
씨엔블루의 월드투어 콘서트 ‘2013 월드 투어 블루문’은 5월 10일과 11일 양일간 홍콩 최대 규모의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Asia world expo Arena)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0일 첫 공연에 앞서 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취재진과 만난 멤버 강민혁(21), 이정신(21), 이종현(22), 정용화(23)은 조금 더 자라 현실과 가까워진 그들의 꿈과 관련된 속내를 솔직하고 과감하게 털어놓았다.
첫 월드투어 현장을 경험한 어린 밴드는 선배 가수 싸이를 보고 더 이상 빌보드가 먼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또 대선배 조용필의 활약을 통해 “음악은 역시 시간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더 멋있어 지는 것이 밴드”이기에 감히 이제는 더욱 큰 꿈을 품어 볼 수 있었다.
평균연령 21.75세의 이 어린 밴드는 자유로운 “록 스피릿”을 외치기에는 아직은 조심스러운 듯, 문신 같은 록밴드로는 당연한 일탈도 지금은 고이 접어두고 있으며 연애에 대한 질문은 요리조리 잘 피해갔다. 락밴드 이전 아이돌이라는 또 다른 정체성이 어떤 면에서는 족쇄가 되기도 한 것이다. 그래도 오늘의 월드투어 현장에 선 이들에게 그 순간만큼은 오아시스도 부럽지 않아 보인 것도 사실. 세계가 그들의 무대가 되었으니, 빌보드도 노력한다면 도달가능한 가까운 꿈으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했다.
Q. 먼저 홍콩에서 공연을 하게 된 소감을 들려달라.
정용화 : 원래 하루 밖에 없었던 공연이 팬들의 요청에 따라 이틀동안 공연을 하게 된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 대만과 싱가포르에 이어 홍콩에 왔다. 아직 월드투어 전체 일정으로 보면 얼마 공연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반응이 다 좋았다. 지금까지 올랐던 공연장은 자주 공연을 하지 못하던 곳이라 열기가 더 뜨거웠고 공연장이 커질 때마다 우리 역시도 놀랄 때가 많다.
Q. 아무래도 이런 대규모 공연을 하다보면 밴드로서 성장하게 된다. 어떤 점에서 스스로도 성숙해졌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여전히 미진한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정용화: 예전 공연을 보면 우리 스스로가 오그라들 때도 많다. 그때 당시에는 잘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아닌 것들(웃음). 그래도 점점 공연을 하면서 더 좋은 무대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것을 했다면 지금은 팬들이 원하는 공연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큰 것도 변화다. 또한 예전에는 보여지는 이미지를 많이 생각했다. 더 멋있게 보이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점점 더 공연을 많이 하게 되면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것이 재미있어졌고, 관객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다만, 더 성숙해야 하는 점은 공연할 때 매번 처음부터 오버를 해서 페이스가 끝까지 유지가 안되는 점이다.
강민혁 : 과거에는 무대에 오르기 전 여유가 없어 긴장도 많이 했고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무대 위에서 멤버들과 같이 즐길 수 있게 됐다. 나 역시 용화 형처럼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는 점이 더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Q. 한국 밴드로 최초로 월드투어를 하게 됐다는 점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강민혁 :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무대에서는 평소 안 보여주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씨엔블루 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곡 리스트들을 세세하게 하나하나 다 짰다. 오래전에 나왔던 곡들은 변화도 줬고, 그러면서도 씨엔블루의 원래 색깔은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종현 : 감동을 많이 받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밴드 최초로 월드투어를 하게 됐다는 말에 우리도 놀랐다. 다른 선배들이 닦아준 길을 따라가면서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는 우리 몫이라고 생각한다.
Q. 사실 세계적으로 락은 하향세다. 아이돌과 락이 결합한 씨엔블루가 이런 월드투어 공연까지 하게 된 것이 락의 부흥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나.
이종현 : 한국에 음악학원도 많이 생기고 씨엔블루 때문에 기타를 배웠다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 일들이 이런 월드투어 공연으로 세계적으로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면 다시 락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용화 : 씨엔블루를 보고 합주를 하기 시작했다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뿌듯하다. 조금씩 밴드와 가까워지고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 소망이다.
Q. 씨엔블루의 세계적 인기는 음악으로도 시작됐지만, 사실 멤버들이 골고루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더 커진 측면도 있다.
정용화 : 우리의 음악 때문에 우리를 좋아하는 팬도 있지만, 출연 드라마를 보고 우리를 좋아하게 되고 다시 음악까지 아껴주시는 분들도 분명 있다. 중심은 음악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따라서 씨엔블루 일 때는 음악에 집중을 해야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팬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 역시도 당연히 기쁜 일이다.
Q. 큐시트를 보면 다른 밴드들의 콘서트와는 다르게 개인 공연이 전무하다. 이렇게 되면 공연할 때도 힘이 많이 들텐데, 특별한 의도가 있나.
정용화 : 일단은 우리가 또 팬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묶어서 짰다. 밴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개인적인 무대를 많이 뺀 측면도 있다.
이종현 :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힘들어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아직 젊다.
Q.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
정용화 : 사실 지금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이번 홍콩 공연이 유일하게 이틀 연속 공연이라는 점이다. 과거 아레나 투어를 할 때에도 격일로 공연을 했고 이전 태국이나 싱가포르 무대도 1일 공연이었다. 걱정이 되지만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체력관리는 쉴 때 충분히 수면을 취하려고 하고 영화를 본다거나 여가 시간을 가지면서 관리한다. 얼마 전에는 <아이언맨3>도 봤다.
이종현: 과거에는 연주에만 집중을 했는데 요즘은 점점 공연 도중 활동량이 커진다. 무대 위에서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내려오는 것이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즐겁다. 양일 공연하는 것이 처음이긴 하지만 이틀 공연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리가 될 수 있으나 모든 것을 쏟고 내려와 기분 좋게 잠드는 것이 다음 날 공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은 가능한한 무대에서 다 쏟아내고 싶다. 체력 안배는 우리가 공부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강민혁 : 무대에서 에너지의 100%를 다 소진하고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30분 후에는 체력이 다시 살아난다. 다만 공연 직전에 컨디션 관리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 부분은 많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홍콩 기자회견에 참석한 씨엔블루 정용화,이종현, 강민혁, 이정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Q. 해외 공연을 하다보면 멤버들끼리 응집력이 강해질 것 같은데.이정신 :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과거와 오늘,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함께 오래 살다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아는 것이 있다. 서로 의지를 하면서 힘든 일이 있어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하고 있다.
Q. 사실 록밴드하면 일탈아닌가. 그러나 씨엔블루는 너무 단정하다. 비주얼적으로 일탈하고 싶은 적은 없나.
정용화: 문신도 하고 싶지만 팬들이 말려서 안한다. 피어싱은 이미 많이 하고 있다. 매스컴에 비치지 않을 때에는 자유분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아시스처럼 과감하고 거친 밴드를 보면서 대리만족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만약 우리가 저렇게 하면 어떤 반응이 올까 상상하기도 한다.
Q. 그리고 또한 록밴드는 미녀의 사랑을 받는다. 미녀들 볼 기회가 사실 많지 않나.
강민혁: 미녀들을 좋아하지만, 미녀들이 생각날 때면 멤버들을 더 생각한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영화도 보고 싶지만 일정 때문에 안 될 때가 많아서 멤버들과 함께한다. ‘아이어맨’도 멤버들과 봤다. 그러면서 미녀 생각을 지우려고 한다. 참, 슬픈 직업이다.(웃음) 그리고 아직 눈에 차는 미녀는 못만났다.
Q. 씨엔블루의 목표는.
정용화 : 빌보드 차트 순위 진입이 꿈이라고 과거에 말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모두가 웃었다. 그러나 싸이 선배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을 보면서 우리도 내공을 키운다면 언제든지 가능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마도 32세 쯤에는 빌보드 1위를 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아니다. 32세 쯤에는 5위를 할 것 같고, 35세에 1,2위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언젠가 꼭 미국 타임스퀘어에서 만나요. 기자님. 영등포 말고 뉴욕!
이종현 : 또한 밴드의 장점이 나이가 들수록 멋있어 지는 것 아닌가. 꿈은 이루어 질 수 있다.
홍콩=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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