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매력적인 배우, 이희준. 이제는 진부할 줄로만 알았던, 익숙한 대구 사투리. 이도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배우 이희준은 보여줬다. 지난 해 국민드라마에 등극했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 능글능글한 매력을 뽐냈던 그는 올해는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 무정한을 통해 한없이 착한 ‘볼매남’(볼수록 매력적인 남자)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도 다른 두 인물로의 천연덕스러운 변신 가운데, 이제는 그의 상징이 돼버린 특유의 사투리가 공통분모처럼 놓여 있다. 거칠면서도 순수해 보이는 경상도 사투리는 <넝굴당>의 이희준을 틈만 나면 장난을 치려는 얄미운 아이처럼 보이게 하더니, <직장의 신>에서는 숨 막히는 경쟁사회 속 휴식 같은 편안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처럼 훌륭한 사투리 연주자, 이희준이 2곡의 영화 O.S.T와 2곡의 뮤지컬 넘버를 포함한 5곡을 추천했다. 대중은 그를 드라마를 통해 더 또렷이 기억하고 있지만, 이희준의 추천곡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뮤지컬 무대에 대한 욕망 또한 간절한 배우다. 지난 3월까지 무대에 선 아카펠라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등 틈틈이 무대 경험을 쌓아가고 있기도 하다. 언젠가 그가 무대에서 보여줄 폭발력을 기대해보면서 이희준의 추천곡을 함께 감상해보자.
1. Lynden David Hall의
“처음에는 제목이 ‘Love Love Love’ 인줄 알고 한참 찾았죠. 노래 내내 Love를 속삭이니 어쩌면 더 확실한 제목 아닐까요.” 벌써 10년 전인 2003년의 겨울을 따뜻하게 물들인 영화 <러브 액츄얼리>. 주옥같은 O.S.T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듣는 이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희준은 린든 데이비드 홀(Lynden David Hall)이 부른 비틀즈의 명곡 ‘All You Need Is Love’를 꼽았다. 이 곡은 영화 속 키이라 나이틀리와 치웨텔 에지오포의 결혼식 장면에 등장해 관객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2. Rufus Wainwright의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의 ‘Going To A Town (Live)’은 해질녘 촬영을 끝내고 돌아갈 때 자주 듣는 곡이에요. 이보다 더 센치해질 수 있을까요. 당장 와인 한 잔을 들이켜고 싶게 만드는 노래죠.” 이희준이 추천하는 미국 태생으로 캐나다에서 자란 유명 싱어송라이터 루퍼스 웨인라이트는 영화 <슈렉>과 <아이 엠 샘>의 O.S.T로 본격적으로 국내 대중에 알려졌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첫 정규앨범을 발매하기 전부터 인정받기 시작한 천재 뮤지션. 엘튼 존(Eiton John)은 그에게 “지구상의 가장 위대한 송라이터(The greatest songwriter on the planet)”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3. Sara Bareilles의
“어느 무용 공연을 보러갔다 그 공연의 O.S.T였던 사라 바렐리스(Sara Bareilles)의 ‘Gravity’를 들었어요. 이완에서 중심들이 천천히 이동하는 몸짓들에 너무 잘 어울리기도 했거니와 음악 자체만으로 자연의 중력에 릴렉스 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노라 존스(Norah Jones),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뒤를 잇는 완벽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사라 바렐리스의 데뷔 앨범
4. 엄기준의 <뮤지컬 실연남녀 O.S.T>
“엄기준 씨가 부른 ‘단 한번만’은 뮤지컬 <실연남녀>로 사랑받은 넘버.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인 것 같아 요즘 즐겨 부른답니다.” 언젠가 뮤지컬 무대에 제대로 서고자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습 중인 이희준은 엄기준의 뚜렷한 감정연기가 돋보이는 ‘단 한번만’을 즐겨 부르고 있다고. 이희준이 추천한 엄기준의 곡을 들으며 한 편으로는 이희준의 뮤지컬 무대 위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된다.
5. 최유하, 김우형의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OST Part 2>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넘버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은 다음 생까지 서로 사랑하겠다는 남녀의 약속이 담긴 듀엣곡. 나 역시도 언젠가 꼭 한 번 부르고 싶은 곡이다.”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O.S.T는 선율 고운 곡들이 가득 담겨있다. 그 중 두 남녀 주인공의 듀엣곡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은 절절한 사랑을 담은 곡으로, 애절하면서 부드러운 하모니가 아름다운 곡이다.
뮤지컬 무대에 오른 모습을 상상하며
지난 해 드라마를 통해 비로소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지만 사실 이희준은 여러 편의 단편영화 주연을 거쳤고 영화 <모비딕>, <특수본>, <화차> 등 다양한 상업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 충무로가 먼저 주목한 배우였다. 차근차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희준이 마지막으로 도전할 공간은 아마도 뮤지컬 무대가 될 것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는 경상도 사투리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던 그의 강직하면서 단정한 목소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되리라.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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