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아이언맨3>가 25일 전 세계 최초 국내 개봉됐다. 국내서도 흥행에 성공했던 < 아이언맨> 1, 2편에 이은 3번째 작품. 물론 엄밀하게 말하면 4번째다. 2편과 3편 사이 < 어벤져스>가 있기 때문. 이야기의 흐름도 < 아이언맨3>는 < 어벤져스> 이후를 다루고 있다.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 어벤져스>에서 등장한 뉴욕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삶의 회의를 느낀다. 그러던 중 테러리스트 만다린(벤 킹슬리)을 내세운 익스트리미스 집단 AIM에 의해 해피(존 파브로)가 죽음의 위기에 몰리고, 연인인 페퍼(기네스 팰트로)까지 위험에 처한다. 저택도 산산조각난다. 그리고 다시 우리가 알던 영웅 아이언맨으로 돌아온다. 그러면서 자신을 괴롭혔던 트라우마와 불안 증세를 극복해 간다.



< 아이언맨3> 관람지수 / 시리즈 지수

황성운 8, 아이언맨도 공포를? 그도 역시 사람이었군! / 3편>1편>2편

정시우 8, 토니 스타크에게서 맥가이버를 보았네! / 1편>3편>2편



2eyes ∥ 유머와 진지함의 혼재(황성운) vs 아이언맨의 경쾌한 매력(정시우)

< 아이언맨3>는 전편에 비해 액션의 화려함이나 볼거리 등이 다양해졌다. 동시에 이야기도 사뭇 진지해졌다. < 아이언맨> 특유의 유머와 위트 그리고 진지한 고민이 혼재 돼 있다. 전과 같이 마냥 경쾌한 아이언맨을 생각했다면 다소 놀랄 지점이다. 반대로 똑같은 이미지로만 계속 갈 수도 없는 일이다. 그 고민의 지점은 대중이 평가할 일이다.



황성운 < 아이언맨>은 항상 경쾌했다. 웃고 떠들고 즐거우면 그만이었다. 다른 사람의 충고 보다 내가 우선이었다. 3편에서도 그런 기조가 유지됐다면 식상하지 않았을까. 물론 리부트나 프리퀄 등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게 아니고서야 그 누가 기조를 바꾸겠다는 용감한 결단을 내리겠는가. 그런데 < 아이언맨3>는 시도했다. 전편과 연결성을 지니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를 확 바꾸는 데 성공했다. 1, 2편이 < 어벤져스>를 가기 위한 단계였다면 < 아이언맨3>는 < 어벤져스>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좀 더 자유로워졌다. < 아이언맨> 2기이자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즉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토대가 제대로 마련된 것. 그렇다고 기존 히어로물이 흔히 하는, ‘정체성’ 고민과는 다른 지점에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트라우마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촘촘하게 잘 엮어냈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완결성과 신선함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정시우 기억해보자. 슈퍼히어로 종합선물세트인 < 어벤져스>의 출발은 < 아이언맨>이었다. < 아이언맨>의 흥행이 없었다면 우리는 한 자리에 모인 마블히어로들을 넋 놓고 보며 행복해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말이지, < 어벤져스>는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꿈이 현실화 되는 기막힌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시작. 마블 유니버스의 거대 프로젝트 2라운드의 포문을 여는 히어로 역시 아이언맨이다. 하지만 2008년의 아이언맨과 지금의 아이언맨, 더 넓게는 과거의 ‘토르/캡틴아메리카/헐크’와 앞으로 나올 ‘토르/캡틴아메리카/헐크’는 엄연히 다르다. 올스타전을 못 봤으면 모를까, 이미 관객은 ‘어벤져스’라는 슈퍼히어로들의 챔피언스리그를 목격했다. 다시 개별리그로 복귀해 각개 전투를 벌일 히어로들의 모습이 다소 시시해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 아이언맨3>는 < 아이언맨> 자체 시리즈로서의 성장도 증명해 보여야 하지만, < 어벤져스>로 뭉쳤던 캐릭터들이 다시 독립했을 때도 여전히 흥미로운 오락물 일 수 있음을 보여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간단히 말하자면, < 아이언맨3>는 여러 우려를 기대이상으로 지혜롭게 돌파한 오락물이다. 재미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완성도에 신경쓴 게 엿보인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는 ‘이야기가 깊어졌다’는 부분에는 크게 동의하지 못하겠다. 그러기에는 토니 스타크가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도식적인 면이 없지 않다. 악당 캐릭터와 레베카 홀이 연기한 마야 한센이 다소 소모적으로 쓰인 것도 두고두고 아쉬울 부분이다.



2eyes ∥ 아이언맨과 토니 스타크는 별개(황성운) vs 아이언맨은 곧 토니 스타크(정시우)

아이언맨은 곧 토니 스타크를 의미했다. 하지만 이번 3편에서는 조금 달라졌다. 기술 향상에 따른 것도 있지만 전편들과 달리 꼭 아이언맨 수트를 입지 않는 다는 점이다. 아이언맨 수트를 입지 않은 토니 스타크가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을 제법 목격할 수 있다. 특히 토니 스타크의 전유물이었던 아이언맨 수트, 이번엔 다른 사람들도 착용한다.



황성운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등 각각을 나눠서 생각할 순 없는 일. < 아이언맨>도 마찬가지였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었고, 아이언맨이 토니 스타크였다. 하지만 3편에선 이들이 분리된다. ‘아이언맨=토니 스타크’가 아닌 상호 협조하는 동료에 가깝다. 더 나아가 토니 스타크와 아이언맨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친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첨단으로 무장한 수많은 아이언맨 수트가 등장하지만 그보다 맨몸, 맨손으로 적과 맞서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이 더욱 정이 간다. 뛰고 넘어지고 구르는 등 전편에서 볼 수 없었던 고전적 방식의 액션 시퀀스들이 제법 포함돼 있다. 과거와 현재(또는 미래)의 적절한 조합, 교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시우 < 아이언맨>과 < 아이언맨2>가 토니 스타크가 변신한 ‘아이언맨 이야기’였다면 < 아이언맨3>는 아이어맨 슈트를 입지 않은 ‘토니 스타크의 이야기’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생각해 보라. 아이언맨 슈트는 토니 스타크의 또 다른 자아다. 슈트가 없으면 스타크는 평범한 억만장자에 지나지 않고, 슈트를 입지 않은 스타크는 세계를 구할 수도 없다. < 아이언맨3>는 이러한 영웅의 ‘결함/단점’을 정면 돌파한다. 아이언맨의 본질이 번지르르한 슈트가 아니라, 토니 스타크의 정체성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 리셀웨폰>, < 롱 키스 굿나잇>, < 라스트 액션 히어로> 시나리오를 썼던 쉐인 블랙 감독의 취향이 적지 않게 가미됐다. 슈트가 망가진 후 철물점에 있는 평범한 부속품들로 아이디어 넘치는 무기를 만드는 스타크는 슈퍼히어로라기보다 맥가이버에 더 가깝다. 토니 스타크와 미공군 대령 제임스 로드(돈 치들)가 티격태격 하며 적지로 들어가는 모습에서는 90년대 버디무비의 향취마저 느껴진다. 이는 분명 기존 슈퍼히어로물들이 걷지 않았던 길이다. 일견 신선해 보인다. 문제는 남는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진기명기쇼’를 펼치는 모습을 기대했을 팬들에겐 적지 않은 아쉬움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슈트를 입지 않는 토니 스타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관객의 호불호가 나뉠 지점이다.



2eyes ∥ ‘Only you’ 로맨티스트(황성운) vs ‘다다익선’ 바람둥이(정시우)

그간 토니 스타크는 바람둥이었다. 수많은 여성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즐겼다. 하지만 3편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여성들을 희희낙락거리는 ‘바람둥이’ 토니 스타크의 모습은 사라졌다. 이제 그에겐 오직 페퍼만이 전부다.



황성운 토니 스타크는 전형적인 바람둥이였다. 애인이 있어도 잠시라도 틈을 주면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 것만 같은. 그런 토니 스타크가 페퍼만을 본다는 게 가능할까. 3편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편과 달리 이번에는 다른 여자들과 농담 따먹기조차 하지 않는다. 페퍼를 향한 순정이 가득하다. 그리고 ‘나에게 여자는 페퍼 뿐’이라고 공식 선언하는 것 같다. 섹시함에 순정이 더해진 토니 스타크, 더 멋진 남자가 돼 돌아왔다. 아마 다음 편에서는 페퍼와 결혼에 골인해 있지 않을까. 아무리 나쁜남자에 끌린다고는 하지만 한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돼 있는 남자,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 아닌가.







정시우 세상에서 가장 매력 없는 남자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남자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문득 해 본다. 초특급 바람둥이 토니 스타크가 한 여자에 목매는 로맨티스트로 개과천선할 줄 누가 알았을까. 페퍼에게 “세상이 끝나도 당신만은 지킬 거야!”라고 말하는 스타크는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그보다는 과거 뜨거운 밤을 보냈던 여자의 방문에 “혹시 차에 12살 짜리 (내) 아이가 있나?”라고 일갈하는 스타크가 더 매력 있어 보이는 건, 비단 필자뿐인가. 일찍이 마블코믹스의 명예 회장 스탠리는 토니 스타크가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미남이고, 부자이고, 내면의 상처가 있어 모성애를 유발하는데 사망시 그 재산이 여자에게 모두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가장한 진담(?)을 얘기한 바 있다. 스탠리에 꼽은 매력 중 하나는 이제 사라진 셈. 각설하고, 이제 자유방임형 연애를 즐기는 건, <007> 제임스 본드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영화 속 히어로들은 왜 다들 일편단심 민들레인지 몰라.



2eyes ∥ 고뇌하는 토니 스타크(황성운) vs ‘철철’ 넘치던 자신감(정시우)

토니 스타크의 매력 중 하나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당당함이다. 때론 도를 넘어 오만하게 비춰지기도 하지만 누가 뭐래도 기존 히어로물의 주인공과 다른 토니 스타크만의 독보적인 매력이었다. 하지만 3편에서는 그런 자신감이 사라졌다. 트라우마에 힘들어하는, 불안 증세를 겪는 토니 스타크만이 있을 뿐이다.



황성운 < 아이언맨3>가 전편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토니 스타크에 있다. 생각나는 대로 행동했고,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진지한 고민 따윈 필요 없었다. 많은 대중들도 이런 모습을 기대했을 터. 하지만 그랬기에 인간적인 냄새가 나지 않았을지도. 그래서 고민하고, 아파하고, 불안해하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할거라 생각했지만 공포를 느끼고, 불안감에 벌벌 떠는 사람이었던 것. 어린 아이의 한 마디에 마음이 누그러지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걱정도 하는 등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토니 스타크는 인간적으로 성숙, 성장한다. 아마 4편 또는 < 어벤져스> 2편에서 토니 스타크는 한층 더 인간적인 아이언맨으로 바뀔 것 같다.





정시우 개봉 전까지 그리 이목을 끌지 못했던 < 아이언맨>이 기대이상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뭘까. 액션이 기가 막혀서? < 다크 나이트> 버금가는 철학을 담고 있어서? 시각효과가 탁월해서? 아닐 거다. 이유의 중심에는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차별화되는 토니 스타크의 호방한 캐릭터가 있었다. 소크라테스적 번민을 거듭했던 기존 히어로들과 달리 토니 스타크는 유머를 사랑하고, 여유를 알고, 풍유를 즐기는 남자였다. <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이 헐크 다음으로 주목받는 것 역시 특유의 유머감각이 빛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쾌한 영웅 아이언맨에게 고독한 남자의 이미지를 잔뜩 부여하는 건 가장 큰 매력을 상쇄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 아이언맨3>에서 토니 스타크의 유머가 없는 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위기 상황에서 농담을 던지고, 예상치 못한 개그로 웃음을 안긴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 앞에 너무나 깊이 흔들리는 바람에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무뎌진 건 사실이다. 허물없이 지내던 동네오빠가, 갑자기 어른이 돼서 돌아온 기분이랄까.



2eyes ∥ 3D(정시우) vs 2D(황성운)

< 아이언맨3>는 전편들과 달리 3D로 제작됐다. 3D의 환상이 사라진지는 오래됐다. 2D와 3D 이젠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황성운 < 아이언맨>이란 인기 프랜차이즈의 최신판, 전편에 비해 더욱 화려해진 액션 등을 내세워 3D 관람을 유혹하고 있다. 구미를 당기게 하는 건 분명하지만 2D 관람만으로도 < 아이언맨3>가 지닌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번 편의 핵심인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의 고민과 트라우마 등의 감정이 3D로 관람한다고 해서 잘 드러나는 건 아니니까. 액션 장면은 3D로 보는 게 더 좋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2D로도 3D로 보는 것만큼의 재미와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



정시우 꼭 3D로 봐야 할 필요는 못 느끼겠지만, 그렇다고 2D로만 즐기기엔 뭔가 아쉽다. 그래서 절충안을 내 놓자면, 아이맥스. 아이맥스로 보시라!



사진제공.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코리아



글.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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