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 “제가 데뷔했을 때만 해도 어린 나이에 배우가 되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았습니다. 천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축복받은 직업인 것은 사실이고 해가 갈수록 배우는 것도 많지만 아직도 천직이라는 생각은 감히 못합니다. 반대로 지금까지는 어떻게 했나 하며 자격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16세 때 시작된 스타라는 이름. 숨 가빴던 시간 속에 제가 있습니다.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배우 김혜수로 살아왔지만 저 또한 바람처럼 흔들립니다. 배우가 천직임을 온전히 믿기 위해 저 역시 저의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김혜수, SBS 설 특집 프로그램 <방랑식객 식사하셨어요?>에서.



임지호 :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요리연구가. 건강 미인에서 건강한 미인이 된 김혜수는 임지호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방랑식객>을 보고 애청자가 돼 직접 그의 요리연구소를 찾아 식사를 하기도 했다. 2013년 2월에는 SBS에서 설 특집으로 김혜수와 임지호가 함께 진행하는 푸드 힐링프로그램 <방랑식객 식사하셨어요?>를 기획해 방송했다. 김혜수는 평소 지인들과 건강과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촬영 중에도 틈틈이 건강과 관련된 기사 링크를 지인들에게 보내는데, 각자에게 꼭 맞는 맞춤형 정보라는 점에서 받는 이들을 감동시킨다고. 그런 김혜수와 ‘밥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철학의 임지호 요리연구가와의 만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강혜정 대표 :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의 대표이자 류승완 감독의 아내. 김혜수와는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의 주연배우이자 마케팅 기획실장으로 만났다. 강혜정 대표는 김혜수는 “정말이지 배울 것이 많은 배우,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2001년 한국영화의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할 당시 강혜정 대표는 자신이 읽고 있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경영서적을 김혜수가 이미 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지금은 흔한 일이 돼버렸지만,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이미지 셀링’의 개념을 김혜수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최동훈 감독 : 김혜수가 출연한 영화 <타짜>(2006)와 <도둑들>(2012)의 감독. 김혜수가 <도둑들>의 팹시를 거절했을 때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준비되지 않은 이별통보를 받은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 그러나 결국은 최동훈 호에 탑승했다. 김혜수는 <타짜>의 정마담과 <도둑들>의 팹시로, 한국 영화에서 가장 매력있는 여인을 두 번이나 연기했다. 특히나 <타짜>의 정마담은 김혜수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역할. 김혜수는 “최동훈 감독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이 절묘하고 기발하다”고 말한다.

김윤석 : 영화 <타짜>의 아귀와 정마담으로 만났고, 이후 <도둑들>의 마카오박과 팹시로 다시 만났다. <타짜>의 아귀로 충무로의 혜성이 된 김윤석을 <도둑들>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는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거물이 돼있었다. 반면 김혜수는 <타짜> 때도 <도둑들> 때도 여전히 톱의 위치에 있었다. 김윤석은 “<타짜>에서 김혜수의 속옷을 내리는 신에서 진땀이 나 3kg나 빠졌다”고 고백했지만, <도둑들>에서는 그런 김혜수와 아슬아슬한 멜로라인을 그렸다. 김윤석은 ”김혜수의 눈을 보며 간만에 여자 눈 때문에 울렁거릴 정도로 그녀와의 멜로는 설?다. 하지만 김혜수가 너무 예뻐 나와 안 어울릴까봐 걱정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해진 : 김혜수와는 영화 <신라의 달밤>을 통해 처음 만났고 이후 영화 <타짜>에도 함께 출연했다. 2008년부터 열애설이 모락모락 시작됐고, 2009년 새해 파파라치 보도에 의해 두 사람의 열애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2011년 4월 결별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해 10월과 11월 열린 대종상 영화제와 청룡영화제 직전 다수의 연예매체들이 ‘김혜수·유해진 어색한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김혜수와 유해진은 쿨하게 서로를 응원했다. 청룡영화제가 끝난 뒤, MC인 김혜수가 무대에서 내려가 유해진을 포옹하는 장면이 포착됐고, 유해진은 가장 아름다운 청룡의 여배우로 김혜수를 꼽았다. 수많은 스타커플들의 열애와 결별이 반복되는 연예계, 그러나 결별 이후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당당한 이들은 진정한 ‘레전드’.

한석규 : 김혜수의 절친한 ‘오빠’이자 학교(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선배. 김혜수는 1986년 데뷔해 이미 스타였고, 한석규는 1991년 방송국 공채로 들어와 단역 생활을 거쳤다. 그러다 영화 <닥터봉>(1995)에서 만났고, 15년 뒤 영화 <이층의 악당>(2010)으로 재회한다. <닥터봉> 당시 김혜수는 한석규가 학교에서 ‘연기고수로 불리던 전설’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자신을 제대로 세울 여력 없이 활동하던 김혜수에게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저렇게 잘 해내는’ 한석규는 자극이 되는 존재였다. 김혜수는 우연히 배우의 길에 들어선, 오늘날 길거리 캐스팅의 원조 스타. 따라서 뚜렷한 자의식이나 크나큰 열정 없이 발을 들이게 됐고, 배우 생활 중에도 외교관이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 김혜수는 자신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진지해진 것은 2002년 무렵부터였다고 말한 바 있다.

차해순 :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장장 4년 동안 방송된 MBC 아침드라마 <짝>에서 김혜수가 맡은 역할. 통통 튀는 20대 스튜어디스로, 활달한 성격에다 일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인 해순과 자신의 성격이 잘 맞아 주저없이 선택했다. 안판석 PD는 “굉장히 센스있고 똑똑한 배우”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역할에 대한 몰입도도 높았고, 대본을 보고는 무엇이 필요한지 척 알아채는 감각이 있는, 완성된 연기자였다고. 김혜수는 드라마 <직장의 신>을 선택하면서 해순을 떠올렸다. 세상은 어느 새 자신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해순과 같은 모습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직장의 신>에서는 미스김의 김점순 시절이 해순을 떠올리게 만든다.

장희빈 : 조선 후기 숙종의 빈. 왕비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결국은 사약까지 받는 비운의 인물. 국내 드라마 사상 가장 많이 다뤄진 악녀다. 현재는 배우 김태희가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9번째 장희빈으로 출연 중이다. 김혜수는 이에 앞서 KBS2 드라마 <장희빈>(2002)을 통해 7대 장희빈에 등극했다. 서구적인 마스크로 캐스팅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장희빈은 김혜수에게 포기하기 힘든 “평생을 연기해 보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결국 김혜수는 장희빈으로 KBS 연기대상을 받게 됐다. 이후에도 김혜수는 영화 <타짜>의 정마담으로 분해 새로운 팜므파탈을 보여준다. 통통 튀는 건강미인은 어느 새 당당하고 자신 있는 팜므파탈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미스김 : 2013년 4월 1일부터 5월 21일까지 방송된 KBS2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가 맡은 배역. 정규직과 계약직간 불평등을 현실적으로 꼬집은 드라마에서 슈퍼갑 비정규직인 미스김은 통쾌한 대리만족을 주는 존재로 그려졌다. 김혜수는 <직장의 신> 방송 직전 석사 논문 ‘연기자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관한 연구’가 표절 시비에 올랐다. 데뷔 이후 큰 잡음 없이 정상을 지켜온 그녀에게 큰 사건이었다. <직장의 신> 제작발표회에서 김혜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석사학위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우려를 끼친 만큼 자숙하는 것이 도리지만 드라마 방영을 일주일 앞둔 상황이라, 빠질 경우 막중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 연기를 통해 다시 신뢰를 얻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미스김으로 나타난 그녀는 그야말로 몸을 불사르는 연기로 ‘명불허전’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Who is next

김혜수가 출연한 영화 <도둑들>에 함께 나온 전지현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로 만난 황정민의 영화 <댄싱퀸>에 특별출연했던 이효리

글. 배선영sypova@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