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영, 남보라, 유인영, 이주승, 전수진, 이기광(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KBS2 <드라마스페셜> 류수영, 남보라, 유인영, 이주승, 전수진, 이기광(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최근 방송가는 ‘단막극 불모지’라 할 만하다. 아예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한국 방송가의 단막극에 대한 인식은 장편드라마에 비해 온도차가 컸다. 단막극은 빈번히 폐지된 프로그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땜방용으로 사용됐고, 간혹 정규 편성되었더라도 상대적으로 제작환경이 열악했다. 그런 맥락에서 KBS2 <드라마스페셜>이 수요일 프라임 타임에 편성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지난 5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된 KBS2 <이야기쇼 두드림>의 후속으로 편성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간대에 MBC <라디오스타>과 SBS <짝>이라는 두 예능프로그램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꽤나 용감무쌍한 결정으로 비쳐지는 것은 당연하다.

10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 인근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자리한 KBS 정성효 드라마 부국장은 “프라임 타임에 단막극이 편성된 것은 10년만”이라며 “관행적인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벗어나서 단막극 새출발의 계기로 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단막극의 타이틀을 내걸고도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던 데는 마땅한 이유가 있었을 터. 하이라이트 영상의 시사를 마친 후 배우들과 감독의 표정에선 이유 있는 자신감의 흔적이 역력했다. 오는 12일과 19일에 방송을 앞둔 1화와 2화는 각각의 색깔이 뚜렷하다. 1화 ‘내 낡은 지갑 속의 기억’은 2년 전의 교통사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영재(류수영)가 고등학생 수아(남보라)의 도움으로 지갑 속 사진의 주인공 지우(유인영)에 대한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반면 2화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고교생 경숙(이기광)이 단짝 친구 치현(이주승)과 첫사랑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을 다룬다.

<드라마스페셜>은 ‘예능의 벽’을 넘어 꺼져가던 단막극의 불씨를 다시 지필 수 있을까.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스페셜>만의 두 가지 무기가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첫 번째 무기 // 사전제작으로 확보한 완성도

이정섭 PD, 이응복 PD(왼쪽부터)" />KBS2 <드라마스페셜> 이정섭 PD, 이응복 PD(왼쪽부터)

현재 KBS2 <드라마스페셜>은 8회분까지 사전제작을 마친 상태다. 1화의 연출은 KBS2 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과 <제빵왕 김탁구> 등을 연출한 이정섭 PD가 맡았고, 2화는 KBS2 <드림하이>와 <학교2013>을 연출한 이응복 PD가 맡아 화제를 모았다. KBS 극본 공모 당선자 채승대 작가와 <학교2013>의 공동집필자 고정원 작가가 각각 1·2화 극본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Q. 치열한 시간대에 방송될 단막극을 만드는데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이정섭 PD: <드라마스페셜>이 방송될 시간대가 보통은 예능 시간대였기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걱정은 된다. 단 단막극이라서 굉장히 적은 제작비이긴 하지만 월화드라마나 수목드라마보다 연기자들과 제작진들이 모자란 제작비를 열정으로 채워 넣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드라마에 그러한 열정이 잘 담긴 만큼 이러한 마음이 시청자에게 잘 전달된다면 요즘 드라마 세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드라마스페셜> 단막극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정섭 PD: 시청자에게 아련한 첫사랑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애썼다. 드라마 속 헌책방도 첫사랑의 느낌이 담길 수 있도록 세팅에 노력을 기울였고, 알렉사 카메라(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해서 화사하고 예쁜 화면을 만들었다. 촬영을 하던 시점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로 야외 그림이 잿빛에 가까운 시기인데, 첫사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화사하게 연출했다. 후반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색감도 잘 살릴 수가 있었다.
이응복 PD: 기존의 <드림하이>나 <학교2013>에선 아직은 때가 덜 탄 고등학생들의 도전, 사랑, 성장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왔다. 근데 이번에는 멜로를 강화했다. 연속극과 달리 단막극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는 <학교2013>와 달리 학원폭력이 내용의 주축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등하는 고교생들의 아련한 모습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두 번째 무기 // 단막극답지 않은 캐스팅, 그리고 드라마에 임하는 배우들의 각오

류수영, 남보라, 유인영, 이기광, 이주승, 전수진(왼쪽부터)" />KBS2 <드라마스페셜> 류수영, 남보라, 유인영, 이기광, 이주승, 전수진(왼쪽부터)

“정상적인 캐스팅으로는 출연할 수 없는 배우들이다.” 이정섭 PD의 말마따나 단막극은 적은 제작비 탓에 상대적으로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섭외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드라마스페셜>이 류수영·남보라·유인영·이기광·이주승·전수진 등의 배우들을 캐스팅 할 수 있었던 데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연’과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배우들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Q. 캐스팅이 이뤄진 배경이 궁금하다.
이정섭 PD:
원래 굉장히 친했던 배우들이기에 가능했다. <드라마스페셜> 제작비가 적어서 정상적인 캐스팅으로는 출연할 수가 없는 배우들이다. 그런데 “좋은 드라마에 좋은 역할이 있으니 출연료를 신경 쓰지 말고 해보자”는 말에 배우들이 출연료를 30~50%까지 줄여가며 참여해줘서 하루 만에 캐스팅을 마칠 수 있었다. 다 한 번씩 작품을 같이 했었기에 가능했다. 다른 조연급 배우들의 캐스팅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내가 한 3일정도 연극을 보러 다니면서 괜찮은 배우들에게 “이번 작품을 출연료와 상관없이 TV에 본인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면 같이 해보자”해서 성사됐다. 단막극은 이렇게 배우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주연 배우들에게도 장편드라마와 달리 연기에 집중하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응복 PD: 사실 <드림하이> 1·2를 찍으면서 아이돌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번에는 되도록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기광은 그러한 생각에도 잘 해낼 수 있는 친구라는 믿음이 있어서 캐스팅했다. 실제로 이기광의 스케줄이 꽉 차서 5일 연속 촬영을 나가야할 때가 있었는데, 감정신과 코믹신을 몰아서 찍는 데도 연기를 정말 잘해줬다.

Q. 배우들도 같은 마음인가. 단막극은 배우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류수영: KBS1 드라마 <서울 1945>(2006)를 통해 이정섭 PD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정섭 PD가 대본을 주면서 “좋은 작품이 있으니 함께 해보자”해서 출연하게 됐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해오다보니 짧은 호흡의 드라마에 매력을 느꼈다. 단막극은 제작비가 적은만큼 간접광고(PPL)도 적고, 눈치 보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기회다. 개인적으로 나도 2001년에 단막극으로 첫 주연을 맡았었다. 그 때는 너무 열심히 해서 뻣뻣한 느낌도 있었지만 단막극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내뻗어 볼 수 있다. <드라마스페셜>이 잘 돼서 이후에는 실력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친구들이 출연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남보라: 2010년에 KBS2 <드라마스페셜-마지막 후뢰시맨>로 단막극을 경험했다. 그때 굉장히 즐거웠고 행복해서 단막극을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막극은 영화보다는 짧지만 드라마를 영화처럼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요즘 한창 일본영화 <러브레터>(1995)와 같은 작품에 빠져있는데 이번 작품 대본을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 작품도 아련하고 아름다운 느낌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인영: 데뷔작도 KBS 단막극이었고 배우로서 첫 수상도 단막극을 통해서였다. 다른 작품들을 하면서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는 단막극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이번 작품에서 맡은 역할은 비중이 크지 않은 배역인데도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자원했다.
이기광: 단막극이기에 두 번째 작품 만에 주연을 맡을 수 있었다. 책임감이 느껴져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이주승: 길고 굵은 작품들도 있지만, 그런 작품들을 하기위해서는 짧고 굵은 작품을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찍은 만큼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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