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앤뉴 댄서의 만남. 제갈민(왼쪽)과 재범.
올드앤뉴 댄서의 만남. 제갈민(왼쪽)과 재범.
올드앤뉴 댄서의 만남. 제갈민(왼쪽)과 재범.

외국여행 가본 사람들은 그곳 음식이 입맛에 안맞아 고생할때도 있고,말이 안 통해서 화장실이 어디냐고 손짓 발짓 다하며 고생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외국여행에 가서 음식점이나 쇼핑센터를 갔는데 그곳 직원이 한국사람이라면 얼마나 반가울까? 외국여행에 대한 이런저런 불편함을 한국말로 대화도 편하게 나누다보면 한결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느낌을 느낄수 있는 곳이 있어 소개할까 한다.

홍대입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언더그라운드 댄서들이 자주 모이는 작은 BAR가 있다. 댄서들이 모이는 곳이라 해서 춤을 추는 클럽은 아니고 테이블 몇개 있는 작은 BAR다. 그곳에선 비트 강한 댄스음악은 나오지만, 리듬에 맞춰 어깨나 머리만 가볍게 흔들 뿐이다. 스트릿댄서, 비보이, 댄서출신의 유명연예인, 클럽디제이, 댄스관련학과 강사들과 교수들, 방송댄서 등이 가끔 모여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각자의 근황이나 춤, 음악, 패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핑계걸,콜라멤버였던 김송(왼쪽)과 올드앤뉴 자리를 마련한 대한민국스트릿댄서 메신저 엠씨고
핑계걸,콜라멤버였던 김송(왼쪽)과 올드앤뉴 자리를 마련한 대한민국스트릿댄서 메신저 엠씨고
핑계걸,콜라멤버였던 김송(왼쪽)과 올드앤뉴 자리를 마련한 대한민국스트릿댄서 메신저 엠씨고

서로가 춤을 좋아한다는 점도 반갑지만 이친구들과 이야길 나누다 보면 어설픈 나의 춤이야기도 잘들어주고, 그 친구들의 춤이야기도 쉽게 듣고 이해할수 있다. 얼마 전 이곳에서 ‘언더그라운드 출신의 스트릿댄서, 올드앤뉴’의 만남을 가졌다. 이모임을 ‘올드앤뉴’로 구분 지은 것은 댄서의 실력이나 장르를 떠나 그냥 편하게…나이순으로 구분했다.

1970,80년대에 춤을 췄던 ‘올드멤버’로 구성된 댄서들은 라이브디제이 출신의 진열이형, 유시디시멤버였던 문형이형, 가수 출신의 제갈민, R.ef 박철우, 스파크멤버였던 유주진, 터보의 정남이, 그리고 가수 박남정과 함께 활동했던 서브웨이팀 등이었다.

올드멤버 제갈민(왼쪽)과 박철우
올드멤버 제갈민(왼쪽)과 박철우
올드멤버 제갈민(왼쪽)과 박철우

1990년도 이후의 춤을 췄던 ‘뉴멤버’들은 엠씨고, 비더블류비, 재범, 칸앤문, 팝핑디에스, 울라라세션 등이다. ‘뉴멤버’들은 ‘올드멤버’보단 나이만 어리고 실력은 ‘올드멤버’보단 월등히 좋았다. 이들은 대한민국 언더그라운드 댄서들 사이에선 신과 같은 존재고,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정도로 대단한 춤실력의 소유자들이다. 올드멤버인 우리가 어린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외국댄서팀이 지금은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 스트릿댄서들에게 한수 배우러 올 정도라 한다.

[강원래 뭘봐]길거리에서 세계로
(윤택이가 몸을 흔드는걸 마지막으로 본 날이었다)" />고인이 된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왼쪽).
(윤택이가 몸을 흔드는걸 마지막으로 본 날이었다)

모임이 있던 날…즉흥적으로 BAR의 테이블을 치우고 ‘올드앤뉴’ 댄스배틀이 이뤄졌는데 결과는 몸이 조금 굳었는지 쑥쓰러웠는진 몰라도, ‘올드멤버’들의 참패였다. 그리곤 멋진 후배들이 ‘올드멤버’에게 ”스트릿댄서 선배님들.형님들 덕분에 저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겁니다”라며 꾸벅 인사할때 멋진 후배들을 뒀단 보람과,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춤에 대해선 후배들을 위해 아무것도 이뤄놓은게 없는 보잘것 없는 선배라 그랬던것 같다.

[강원래 뭘봐]길거리에서 세계로
(올드멤버가 박살났지만)" />즉흥적으로 벌어진 올드앤뉴 댄스배틀
(올드멤버가 박살났지만)

‘언더그라운드댄서’ ‘스트릿댄서’ 요즘은 이렇게 멋지게 부르지만…우리땐 그냥 ‘춤추는 날라리’라 불렀다. 대한민국 전체가 길거리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기때문에, 춤은 좋아했지만 춤을 교과서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나였기에, 춤으로,춤 하나만 갖고 먹고 사는 직업으로 선택할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지금이야 학원도 많이 생겨서 쉽게 배울수 있고 대학강단에서도 거리춤과 유행춤을 가르칠 정도로 대중화 ,일반화 되었지만 우리땐 춤을 배울려면 집에서 댄스영화 비디오테이프를 계속 슬로우비디오로 돌려보며 한동작,한동작 익혔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연습실을 따로 빌려서 밤새도록 춤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게 익힌 춤을 거리에서 추거나 아님 댄서들끼리 모이는 나이트클럽, 록까페, 클럽 등에 가서 실력을 발휘하거나 춤동작을 공유하거나 하는 형식이었다.

1980년대중반 우리는 혜화동 대학로 길거리에서 카세트테입 음악에 맞춰 싸구려 비닐장판이나 라면박스를 바닥에 깔고 온몸을 뒹굴며 안무를 만들어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줬지만, 혜화동 관할구청에서는 빨간모자 쓴 아저씨들이 대학교 금지사항 중 하나인 ‘저속 무도 행위’라며 구청에 잡혀가서 소지품검사나 부모님호출로 이어졌다. 불량청소년이라며 학교로 통보를 보내 근신같은 처벌을 받았고 무용계에서도 손가락 짓받던 길거리의 춤이었다.

그런데, 30년정도 지난 지금은 대학로 길거리에서 몰래 췄던 그춤을 대학고 큰공연장에서 후배 댄서들의 공연을 하고 있는거다. 길거리댄스. 그러니깐 우리나라 브레이크댄스(비보잉) 실력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거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면 세계 최고”라는 유행어를 만든것도 바로 바닥에서 온몸으로 춤연습했던 대한민국 후배 비보이들 덕분이다. 전통 있고 모든 시스템이 교과서적으로 체계화 잘 되어있는 발레, 현대무용,고전무용,한국무용등의 무용계에서도 한때 ‘유행춤, 기초도 없고 족보도 없는 춤’이라며 외면했던 거리의 춤을 춤의 또다른 분야로 인정해줘서, 무용계의 모든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비해 일반사람들은 춤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많은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춤을 좋아하는 댄서로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음악, 미술등과 같이 춤도 예술의 한분야로 인정받아서 댄서를 예술가로 인정해줬으면 한다.



휠체어에 몸을 맡긴지 12년

그동안 넘어진적 많고 포기한적 많고 화내고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그때 마다 다시 일어나려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중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난 강원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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