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발표회 현장에 선 최민수" /><칼과 꽃> 제작발표회 현장에 선 최민수
최민수는 역시 최민수였다. 이번에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최민수 어록을 탄생시켰다. 언뜻 집중하지 않고 듣고 있으면 당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말들인데, 조금만 주의 깊에 듣고 있으면 그가 하는 말은 곧 그의 철학이다. 공식석상에서 진짜 자신을 감추지 않고 거칠 것 없이 드러내는 당당한 풍모는 어찌 보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기도 하다.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KBS 새 수목극 <칼과 꽃>(극본 권민수 연출 김용수 박진석) 제작발표회 현장에 참석한 최민수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사건사고 때문에 또 (이 자리에) 나온 것 같다”며 “이것(드라마)도 사건사고 같이 터뜨려볼 생각을 갖고 있다. 시원한 작품이 되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첫 인사를 대신했다.
이어 그는 <적도의 남자> 이후 차기작으로 <칼과 꽃>을 선택한 김용수 PD에게 거침없는 입담을 날리기 시작했다. 공식석상에서 연출자인 김용수 PD를 비속어인 ‘또라이’라고 표현하기 까지 했던 것이다. 물론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었다.
최민수는 “작품을 선택할 때 마다 많은 이유와 선택 기준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람과의 신뢰가 가장 최우선인 것 같고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인 것 같다”며 입을 연 뒤, “김용수 연출에 대한 신뢰가 가장 기본 바탕이 됐다. 김용수 감독이나 저나 약간 또라이 기질이 있다. 작품 들어가기 석 달 전 부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내게 욕을 많이 하더라. 연기 못한다고. 농담이었고, 현장에서의 장악력이 엄청나다. 배우들도 잠을 못 잤지만, 감독 때문에(웃음). 김 감독도 잠을 한 숨도 못 잤을 것이다. 연출이 굉장히 냉정하고 승부를 띄우는 것에 상상을 초월하는 탁월한 선택들이 있다. 냉정하면서도 예리하다.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이 크다. 찍는 것이 아니라 담는 느낌으로 연출한다. 김 감독이 앞서 <칼과 꽃>이 한국 드라마의 미술 수준의 두 레벨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결코 말 뿐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최민수가 아들 역 엄태웅을 끌어안고 있다" /><칼과 꽃>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최민수가 아들 역 엄태웅을 끌어안고 있다
거친 표현이지만 감독에 대한 무한한 애정 그리고 신뢰를 드러낸 발언이었다.또 ‘카리스마의 표본’인 그는 이번에 이 작품에서 연개소문 역을 맡아, 영류왕 역의 김영철과 자신의 아들, 연충 역의 엄태웅 카리스마 대결을 앞두고 준비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카리스마를 준비하지 않고 작품만 준비했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 뒤, “질문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드릴게요”라고 말한 뒤 머릿속에 엉킨 생각들을 부지런히 말로 옮겼다.
최민수는 “배우에게 있어 작품은, 그 순간서부터는 제가 살고 있는 최민수라는 이름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라며 “안 믿어주시겠죠. 하지만 여러분이 작품을 때로는 막장이나 혹은 쪽대본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6개월, 또 그 이상 현장에서 살고 있는 스태프와 배우, 모든 이들은 정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가정도 포기해야하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없다. 우리가 세상 속에 살다 한 작품으로 들어갈 때, 연출자는 말할 것도 없고 연기자 등 모두가 실은 머리로 계산해서 쳐다본다면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만 몇 페이지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이유는 딱 하나, 혼이다”라며 자신의 연기철학을 말했다.
그는 “연기에서 혼이란, 축구 대표선수가 운동하러 나갈 때 엉금엉금 기어서 나가고는 필드에만 올라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이 움직여진다고 하는 것과 같다. 오늘 이 단상 위에 모든 이들이 정상인 첫, 멋있는 척, 예쁜 척 하지만 실은 다 곪아있다. 그럼에도 참는 것은 단 하나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순수한 혼 말이다. 그 혼을 갖고 연기하는 것이 바로 카리스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끝은 “일상의 삶을 포기한 모두는 자기 심장에 칼을 꽂고 현장에 들어간다”는 비장함으로 마무리 지었다.
최민수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의 공식 질문인 예상 시청률을 말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또 한 번 현장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99%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는 “관객이나 시청률을 따지면서 연기한 적이 없다”면서 “굳이 이야기하자면 두 자리, 99%”라고 말해 사회자를 당황시키는 상황을 연출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온주완(왼)과 이정신" /><칼과 꽃>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온주완(왼)과 이정신
최민수의 어록은 그렇게 또 탄생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최민수와 첫 호흡을 맞춘 <칼과 꽃>의 막내, 아이돌 스타 씨엔블루 이정신은 그런 그를 곁에서 살펴본 인상에 대해 무슨 말을 했을까. 극중 유일하게 밝은 역할인 무사 시우 역을 맡게 된 그는 실은 촬영을 함께 해본 적은 아직 없으며 대본 리딩 현장 이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두 번째 만난 것이 전부라고 밝히며 쑥스럽고 조심스럽게 “첫 인상은 TV에서 본 것처럼 카리스마 있으시고, 무서운 감이 없잖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대기실에서 가끔 보면 편하게 해주시니까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영류왕 동생, 태양왕 아들 장 역을 맡은 온주완은 “(최민수 선배님은) 현장에서 엉뚱하시다. 한 신을 가지고 두 시간 정도를 이야기 한다. 진지한 대화가 두 시간 오가면 지루할 법한덱 그렇지 않다. 후배지만 선배님께서 진지한 이야기를 두 시간 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비유 등 여러 농담을 잘 섞어서 재미있게 말씀하시고, 또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신다. 하늘같은 선배님이신데 형님이라고 한다”고 귀띔했다.
최민수의 연기 혼에서 빚어진 카리스마가 담긴 <칼과 꽃>은 오는 3일 오후 10시부터 방송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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