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

솔직하다. 당차다. 1년 전 텐아시아와 수줍게 인터뷰를 했던 소녀는 이제 ‘국민 욕 동생’이 되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뮤지컬과 영화만 하면 되는데…”라며 조심스레 자신의 바람을 내비쳤던 소녀는 현재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에서 ‘캣’으로 열연 중이며 출연한 영화 <무서운 이야기2>도 개봉했다. 또박또박 한 걸음 내딛었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활동적으로 바쁘게 달리는 배우로 성장한 김슬기. 1년 새 100명도 되지 않았던 팬카페 회원 수는 9,000명을 넘었다. 무명시절이 없다시피 데뷔하자마자 전성기에 진입한 스물세살, 김슬기를 만나 그의 연기 인생을 되돌아봤다.

“다시 신인이 된 기분이다”

Q. 딱 1년 전에도 텐아시아와 인터뷰를 했다. 그때와 지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김슬기 : 텐아시아는 내가 1년 전에 치고 올라올 때 첫 인터뷰다. 지금 다시 만나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 그때 말했던 것들이 다 이뤄졌더라. 그때 팬클럽 100명이 넘으면 가입해서 인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9,000명이 넘어 팬들과 잘 만나고 있다.

Q.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고 들었다. 연극, 방송이 아니라 왜 뮤지컬인가?
김슬기 : 사실 이유가 스펙타클하지 않다. (웃음) 어렸을 때 커서 무엇을 할까 생각을 했는데 춤도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하고 연기도 좋아해서 3개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있어서 그럼 난 뮤지컬배우가 돼야지 결심하고 서울예대 연기과 뮤지컬전공에 입학했다.

Q. 꿈을 이뤄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김슬기 : 다시 신인이 된 기분이다. 연극할 때도 그렇고, 방송할 때도 그렇고 매체마다 매력이 다르다. 그래서 뭐가 더 좋은지 꼽으면 이럴 땐 이게 좋고 저럴 땐 저게 좋다고 항상 말했는데, 지금은 다른 것보다 뮤지컬이 정말 좋다. 방송하면서도 항상 뮤지컬을 생각한다. 뮤지컬은 음악의 힘이 따라오는 게 보는 관객들과 공연하는 나도 느껴진다.

Q. 꿈을 이룬 생애 첫 뮤지컬 작품, <투모로우 모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슬기 : 음악이 정말 좋더라. 대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에 관한 뮤지컬이라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다. ‘그래?’라고 관심을 보이고 음악을 먼저 들었다. 음악을 듣자마자 가슴이 쿵쾅거려서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

Q. 특히 뮤지컬의 어떤 노래가 좋았나?
김슬기 : 내가 부른 노래말고 다른 배우들의 노래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자기 노래는 부담스럽다보니. (웃음) 뮤지컬에는 캣, 캐서린, 존, 잭 4명의 배우가 등장하는데 나는 캐서린 노래가 좋고, 캐서린은 내 노래를 좋아하고 존과 잭도 서로의 노래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뮤지컬 노래 자체가 워낙 좋다보니 다들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Q.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 우애가 좋아 보인다. 특별히 잘해주는 사람이 있나?
김슬기 : 나랑 더블 캐스팅된 임강희가 정말 잘 챙겨주신다. 내가 바빠서 연습을 잘 가지 못해도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챙겨주신다. 더블이라서 더욱 고맙고, 모든 선배들에게 감사하다.

Q. 김슬기와 임강희가 공연하는 캣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닐 듯한데.
김슬기 : 일단 사이즈가 다르다. (웃음) 긴 여자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임강희, 귀엽고 아담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김슬기의 공연을 보면 된다.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임강희는 여성스러우면서 당찬 매력이라면 나는 발랄하고 귀여우면서도 당찬 매력을 갖고 있다.

Q. 상대역인 존 역할도 3명이 캐스팅됐다. 세 남자 배우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김슬기 : 일단 배우들이 너무 좋다. 세 명 다 사심 없이 동력자로서 친해지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 송용진은 친오빠 같은 매력, 정상윤은 남자친구 같은 매력, 이창용은 결혼하고픈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남자로서의 매력이 다들 달라서 연기할 때마다 새롭다.

Q. 박재범과 송용진을 비교한다면?
김슬기 : 박재범? 굉장히 뜬금없다. (웃음) 음… 박재범은 tvN 에서 김슬기의 남자, 송용진은 <투모로우 모닝>에서 김슬기의 남자! (웃음)

‘국민 욕 동생’과 뮤지컬 배우 사이의 경계

에서 김슬기"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에서 김슬기

Q. 서울예대에서 장진 감독을 처음 만났다고 들었다.
김슬기 : 학교 동아리(창작극 동아리 ‘만남의 시도’) 선배였다. 운 좋게 내가 동아리 30주년 기념 공연에서 그때 처음 실제로 뵀다. 그때 같이 작품을 하고 저를 인상 깊게 보셨는지 에 뽑아주셨다.

Q. 그전부터 장진 감독에 대해 관심이 있었나?
김슬기 : 사실 장진 감독님을 실제로 알기 전에는 장진 감독님을 선망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 <아는 여자>를 재밌게 본 정도? 하지만 작품을 함께 하면서 너무 멋진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사람이랑 일하면 참 좋겠다고 꿈을 꿨는데 이뤄졌다. 지금은 나의 멘토다.

Q. 그렇게 시작한 가 지금은 시즌3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즌1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김슬기 : 처음에는 헛구역질도 나고 너무 떨려서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했다. 바짝 긴장해서 정확하고 계산된 연기만 했다. 지금은 좀 더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웃음을 줄 수 있다. 내 장점 중 하나가 적응을 빨리 하는 것이다. 잘 적응해서 시즌2부터는 편하게 했던 것 같다.

Q. 를 통해 생긴 갑작스런 인기가 당황스럽진 않나?
김슬기 : 그렇지 않다. 내가 원했던 거니까. (웃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주변에 질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김슬기 : 없을 순 없다. 하지만 그걸 힘들어 한다면 감사할 줄 모르는 투정이다.

Q. ‘국민 욕 동생’ 이미지가 뮤지컬 역할에 연기할 때 어려움을 주지는 않나?
김슬기 : 그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한번은 의 김슬기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서의 김슬기를 보여주고자 아예 웃음기를 싹 빼고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갈까 생각을 해봤다. 그러다가 내가 김슬기여서 이뤄놓은 것들이 있고, 결국 그것을 좋아해서 뮤지컬을 보러 오신 분들은 어떻게 만족시킬까 생각도 한다. 어중간한 갈팡질팡한 단계에 있다.

Q. 정말 실제로도 욕을 하나? 안 한다고 들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과연?’이라 생각한다.
김슬기 : 그렇게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도 그렇게 물어보신다. 안 한다. (웃음)

Q. 그래도 방송에서 욕을 많이 하다보면 실생활에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진 않나?
김슬기 :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웃음) 지금은 인식이 바뀌어서 욕은 인생의 구수함을 더해주는 것라고 생각한다. (웃음) 욕을 했을 때 유머러스하게 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들만 허락하겠어요. (웃음)

Q. 욕을 잘하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데에 부담이 있는 것 같다.
김슬기 : 부담이 많이 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욕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정극으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Q. 특별히 하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김슬기 : 없다. 다 해보고 싶다. ‘광년’도 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감칠맛 나는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나를 딱 보여줄 만한 작품을 만나지 않았다. 사실 지금은 오로지 뮤지컬에 관심이 쏠려서 평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레드카펫을 위하여

김슬기

Q. <투모로우 모닝>의 캣은 결혼을 하루 앞두고 일과 결혼 사이에서 고민한다. 실제 김슬기라면 어떻게 할까?
김슬기 : 어려운 질문이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우선 순위는 사랑이 크지만 요즘은 잘 모르겠다. 일이 정말 재미있다. 사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 자체가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굳이 그렇다면 나는 사랑을 선택한다.

Q. 그렇다면 지금처럼 인기를 얻고 일이 재미있어도 당장 결혼을 할 수 있나?
김슬기 :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언젠가 됐든지 상관없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안 나타나면 안 갈수도 있고.

Q. 요즘 정말 바쁘다. 따로 체력 관리를 하는가?
김슬기 : 일주일 중 이틀은 뮤지컬, 이틀은 를 하고 있다. 나머지 시간에도 광고 촬영이나 다른 일정이 항상 있다. 살인적인 스케줄이 몇 달 동안 이어졌다. 체력 관리는 따로 하지 않고 그냥 먹는다. 마구 먹는다.

Q.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듯하다.
김슬기 : 날아가고 싶다. 하늘로. 그냥 날고 싶다.(웃음) 4월부터 뮤지컬을 준비했는데 계속 밤샘 연습을 했다. 뮤지컬 공연이 시작하고 나서는 재미있게 하고 있다.

Q. 뮤지컬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뮤지컬이 있나?
김슬기 : 학교 다닐 때 항상 <스프링 어웨크닝>의 앙상블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기만 해도 기운이 절로 나는 역동적인 무대가 멋있다.

Q. 평소에 좋아했던 뮤지컬 음악은 어떤 것이 있나? 즐겨 듣는 노래, 자신 있는 노래 무엇이든 상관없다.
김슬기 : 사실 듣는 것은 여린 음악을 좋아한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에 나오는 음악 같이 잔잔하고 고운 목소리. 부르는 것은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나 <렌트>같은 신나는 음악들이다. 항상 18번은 <시카고>의 ‘all that jazz’, <캣츠>의 ‘Macavity’, <렌트>의 ‘Take me or leave me’. 이렇게 세 개였다.

Q. 그렇다면 <시카고>에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김슬기 :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시켜주시기만 하면. 제 나름대로 소화해 보겠습니다. (웃음)

Q. 예전에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였다고 들었다. 만약 뮤지컬 작품에서 김준수와 함께 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김준수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
김슬기 : 오빠, 안녕하세요. 제가 너무 커버렸어요. (웃음) 오빠도 많이 늙었네요. (웃음) 잘 지내세요. 안녕 (웃음)

Q. 김준수 외에도 함께 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김슬기 : 조정석! 눈빛이 정말 멋있다.

Q. 롤모델은 또 다른 사람일 것 같다.
김슬기 : 롤모델은 조승우와 정성화다. 조승우처럼 방송, 영화, 뮤지컬 가리지 않고 매체를 왔다갔다하며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성화처럼 처음엔 ‘개그맨스런’ 이미지였지만 결국 뮤지컬 배우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한 사람이 되고 싶다.

Q. 오늘은 1년 전과는 또 다른 김슬기였다. 10년 뒤 김슬기를 상상한다면?
김슬기 : 33살… 아마 레드 카펫을 밟고 있지 않을까. (웃음) 결혼을 했을 수도 있고. 뮤지컬 배우, 영화배우가 아닌 그냥 통틀어 배우가 되고 싶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컴퍼니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