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타는 작년에 히트한 ‘나 혼자’를 기점으로 가장 바쁜 걸그룹 중 하나로 떠올랐다. 2010년에 같은 해에 데뷔한 걸스데이, 나인뮤지스 등은 일찌감치 제쳤다. 이후 서머 스페셜 앨범 ‘Loving U’, 효린과 보라의 유닛 ‘씨스타 19’까지 승승장구했다.
씨스타가 잘 되는 이유가 뭘까? 특유의 ‘털털한 섹시함’도 큰 무기이겠지만, ‘나 혼자’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히트곡에서 잘 나타나듯이 과거 1990년대 풍의 가요 멜로디를 잘 살렸다는 점이 꽤 작용했다. ‘Loving U’만 해도 3인조 그룹 쿨이 떠올랐으니까. 소녀시대, 투애니원 등 씨스타보다 한 발 앞선 걸그룹들이 새로운 트렌드에 몰두할 때 씨스타는 친근한 음악을 선사했다. 일본 진출을 위해 제이팝(J-Pop)에 가까운 멜로디를 뽑지도 않았다. 철저히 한국 팬들을 공략했다.
씨스타 측으로서는 새 정규앨범인 〈Give It To Me〉를 통해 ‘굳히기’에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 〈물랑루즈〉를 연상케 하는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앨범 전반적으로 공들인 것이 충분히 느껴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진일보한 음악의 완성도다.
씨스타의 새 앨범 김도훈과 이단옆차기가 손을 잡고 만든 타이틀곡 ‘Give It To Me’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R&B, 힙합 성향이 상당히 강해졌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Miss Sistar’를 비롯해 긱스와 함께 한 ‘넌 너무 야해(The Way You Make Me Melt)’ 등 전작에 비해 한층 세련된 음악이 돋보인다. 한 가지 크게 바뀐 점은 씨스타 특유의 ‘뽕끼(트로트의 느낌)’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대표적인 곡이 발라드 ‘Crying’이다. 지금껏 씨스타의 음악은 대중에게 친숙한 가요 멜로디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세련되지 않게 만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신보에서는 어반(urban)한 감성이 돋보인다. 효린과 소유의 보컬도 곡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씨스타와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 애프터스쿨, 달샤벳의 경우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퍼포먼스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눈과 귀를 동시에 자극하는 것이 걸그룹·보이밴드의 미덕이라지만, 한쪽으로 쏠린 듯한 풍경이다. 지금 시점에서 눈과 귀로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아이돌그룹은 바로 씨스타가 아닐까? 지금의 씨스타에게서는 과거의 god가 보인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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