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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조바심 내지 않았어요. 사실 우리는 손을 맞춰 본지 얼마 안 됐고…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시간이 걸리더라도 준비를 제대로 해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앨범 작업도 시간이 꽤 걸렸지만 전 그게 맞는 거라고 믿었어요. 어차피 전 음악을 계속 할 거니까요.”(텐아시아 인터뷰 中)

〈슈퍼스타K3〉가 끝나고 투개월 김예림의 첫 앨범 〈A Voice〉가 나오기까지 1년 반이 흘렀다. 이것은 무척 긴 시간이다. 그 사이 버스커버스커는 ‘올 타임 리퀘스트’가 될(지도 모를) ‘벚꽃 엔딩’으로 두 번의 봄에 걸쳐 차트 정상에 올랐다. (물론 이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보효과가 허망하다는 사실은 우리가 익히 경험해서 알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는가? 하지만 김예림은 잊히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의 지지를 얻으며 차트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관계자들의 호평까지 얻어내고 있다. 눈에 띄는 찬사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답지 않게 침착하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는 것.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다섯 곡이 수록된 〈A Voice〉는 긴 시간을 들인 만큼 김예림의 장점을 잘 살려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만약 김예림이 〈슈퍼스타K3〉 특수 때문에 급하게 앨범을 냈다면 어땠을까?

〈A Voice〉는 김예림의 장점만 살린 똑똑한 앨범이다. 〈슈퍼스타K3〉를 막 끝내고 김예림을 만났을 당시 그녀는 수줍은 소녀 같은 모습이었고, 최근 쇼케이스 장에서 노래하는 것을 다시 봤을 때에는 전혀 떨지 않는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오디션 출신 신인 가수를 본 것 중에 가장 안정적인 노래였다. 윤종신, 이규호, 조휴일, 신재평(페퍼톤스), 정준일(메이트) 등 화려한 작곡가진이 만든 다섯 곡은 김예림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면서 지금의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출중한 완성도다. 장르가 제각각이라 색이 모호하기도 하지만 김예림의 목소리를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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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oice〉에서는 프로듀서를 맡은 윤종신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윤종신은 김예림의 목소리가 가진 장점, 한계를 파악하고 매우 디테일한 주문을 했다고. 김예림은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목소리를 주문하는 윤종신의 디테일함에 놀랐다. 김예림은 윤종신의 센스를 굳게 믿었고, 곡들이 가진 매력을 잘 짚어냈다. 〈A Voice〉에 수록된 다섯 곡에는 작곡가들의 스타일이 잘 반영돼 있다. 가령 검정치마의 팬이라면 ‘컬러링’을 듣고 조휴일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캐럴의 말장난’에는 이규호의 섬세함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는 정준일의 몽롱함이 잘 살아있다. 윤종신이 조금 욕심을 부린 듯 보이는 ‘All Right’은 몰랐던 김예림의 매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예림은 이 곡들은 충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은 덕분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후에 더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김예림은 쇼케이스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기억해달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A Voice〉는 그녀의 바람을 충분히 이뤄줄 앨범이다. 만약 〈슈퍼스타K3〉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앨범작업을 서둘렀다면 우리는 김예림의 목소리를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요즘 이런 저런 가사를 써보고 있다는 김예림. 그녀의 공책에 어떤 글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침착하고 단단해 보이는 그녀. 언젠가 싱어송라이터로 돌아온다면 같은 소속사 언니 퓨어킴처럼 ‘퓨어(pure)’한 이야기를 들려줘도 좋겠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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