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 중 이효리

“우리 팬클럽 애들이 페스티벌이 처음이라 그런가. 촌스럽게 왜 이러니? 여기는 고상한 분들 오시는 곳이라 너희가 그러면 안 돼!”

지난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이효리는 팬들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흔들자 멋쩍은 듯 웃었다. 생애 첫 음악축제 출연으로 기대를 모은 이효리는 긴장과 여유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페스티벌 신고식을 무사히 마쳤다. 수많은 방송에 출연한 이효리도 페스티벌 무대에서만큼은 떠는 모습을 보였다.

주로 밴드, 싱어송라이터 위주로 꾸며지는 페스티벌에는 댄스그룹이나 아이돌 가수들이 서는 경우가 드물다. 과거 싸이, 김완선, DJ DOC, GD&TOP, UV, 미쓰에이 등이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었고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일반인 팬들보다는 주로 음악 마니아층이 페스티벌에 오기 때문에 MR을 틀어놓고 노래를 했다가는 불평을 듣기 십상이다. 한편으로는 밴드와 함께 라이브 실력을 과시할 수도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때문에 이효리의 페스티벌 나들이는 큰 관심을 모았다. 이효리는 최근 5집 을 통해 음악적인 욕심을 내비친 바 있어 관심도는 더욱 컸다.

이효리는 기타 둘, 드럼 둘, 건반 둘, 관악기 넷, 하모니카, 코러스 셋으로 이루어진 15인조 밴드, 그리고 약 열 명이 넘는 백댄서를 거느리고 무대에 올랐다. 자신이 만든 곡 ‘미스코리아’를 비롯해 ‘홀리 졸리 버스’를 노래할 때까지는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데뷔 15년차 가수답게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순간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어쿠스틱 곡 ‘묻지 않을게요’ ‘사랑의 부도수표’를 노래할 때에는 여유를 찾는 듯했다.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 중 이효리

여성 뮤지션들만 무대에 오르는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에는 리사 오노, 리사 해니건 등 해외 뮤지션들과 함께 한희정, 요조, 타루, 윤하 등이 출연했다. 이효리는 한국 뮤지션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 받아 약 한 시간 가까이 노래했다. 꽤 긴 시간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한 듯 보였다. 5집 타이틀 곡 ‘Bad Girl’을 비롯한 모든 노래는 밴드 버전으로 편곡이 됐으며 각 곡의 분위기에 맞게 백댄서들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막판에 ‘10minutes’ ‘Chitty Chitty Bang Bang’ ‘U-Go-Girl’을 메들리로 들려줄 때에는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원곡과 다른 페스티벌에 적합한 편곡이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만약에 잔디밭에 돗자리가 깔리지 않았다면 스탠딩 공연이 됐을 것이다. 간혹 ‘열린음악회’와 같은 분위기가 나기도 했지만 연예인의 이미지가 강했던 이효리가 페스티벌을 통해 새 앨범의 음악을 선사했다는 점은 필시 유의미했다. 객석에는 이효리의 연인인 이상순과 ‘절친’ 뮤지션 윤영배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면 더 신선한 공연을 보여줬을 수도 있었을 터. 김성환 대중음악평론가는 “준비를 많이 했고, 이효리에게 딱 알맞은 조건으로 변신을 보여주기에 적합했던 무대였다”고 평했다.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 중 요조(왼쪽), 한희정

이날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에는 한때 ‘홍대여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한희정, 요조, 타루가 모두 출연해 눈길을 모았다. 최근 새 앨범 〈날마다 타인〉을 통해 음악적 변신을 시도한 한희정은 무대에서도 묘한 춤사위와 나름의 그로울링까지 시도하며 인상적인 공연을 펼쳤다. 요조는 신곡을 노래해 7월에 발매 예정인 새 앨범을 미리 선보였다. 호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렌카는 광고와 드라마에 삽입된 음악들로 반가움을 전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일본의 보사노바 뮤지션 리사 오노는 ‘‘S wonderful’ ‘The Girl From Ipanema’ ‘S? Dan?o Samba’ 등 보사노바 레퍼토리와 함께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 ‘아리랑’을 노래하며 음악으로 밤공기가 따스해지는 마법과 같은 순간을 선사했다. 주최 측인 액세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에 약 1만2,000명의 관객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액세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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