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엑소(EXO)

이렇게 심오한 아이돌이 또 있을까.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은 항상 노래 속에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아왔다. H.O.T와 신화, 동방신기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등장한 엑소(EXO)는 SM 아이돌의 끝판왕이다. 엑소는 외계행성에서 왔다는 설정까지 덧붙여 마치 지구를 구원하러 온 영웅처럼 등장했다. 그만큼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이전보다 더 거창하다. SM, 그리고 엑소의 의중은 뭘까?

1세대 아이돌, “꿈이 있죠 하늘보다 높은 그런 꿈이 있었죠” - 신화 ‘YO!(악동보고서)’ 中

신화 ‘Yo’ 뮤직비디오

SM 최초의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H.O.T는 첫 데뷔곡부터 메시지를 담았다. 데뷔곡 ‘전사의 후예’는 ‘폭력 시대’라는 부제아래 학교폭력을 규탄했다. “그들은 나를 짓밟았어. 하나 남은 꿈도 빼앗아갔어”라며 울부짖은 H.O.T는 정규 2집의 ‘We are the Future’와 정규 4집 ‘아이야’를 통해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고 아픔을 딛고 꿈을 키우기 시작한다. 특히 21세기를 앞두고 발표한 ‘아이야’에서는 새 천년을 준비하는 포부도 담겨 있다. 꿈을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는 후속 그룹 신화에게서도 들렸다. H.O.T ‘전사의 후예’가 폭력을 당한 사람의 독백이었다면 정규 2집의 수록곡 ‘YO!’는 폭력을 행한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너는 인정해 줄 사람하나 없는 바보”라며 “너 뭐 될래? 진짜 네 맘대로 살아갖고 뭐 할래?”라고 강력한 한방을 날린다. 그 뒤, “꿈이 있죠. 내 뜻대로 밀고 나갈 자신감들만 줄 수 있나요”라고 홀로서기를 꿈꾼다. 뒤이어 3집 수록곡 ‘All your dreams’에서는 삶에 지치고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격려한다. “너만이 너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어. 생각해 우릴 타오르게 한 그 지난 날”이라며 꿈을 노래한다. 1세대 아이돌은 청소년들에게 학교 폭력의 위험성을 가르치고 꿈을 위해 노력하라며 10대들의 우상인 아이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2세대 아이돌, “혼돈의 끝은 어딜까” – 동방신기 ‘Rising Sun’ 中

동방신기 ‘Rising Sun’ 뮤직비디오

2세대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메시지의 스케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동방신기는 정규 2집의 ‘rising sun’에서 아예 시를 읊는다. “힘을 잃어버린 날개, 재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날들”과 같은 주옥같은 노랫말로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갈구하는 몸부림이 표현한다. 그들은 “정말 혼돈의 끝은 어딜까. 시간만이 아는 해답”이라며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가려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정규 3집의 ‘오정반합’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 시대 안의 그 모습은 언제나 반이었고 자신은 합을 위한 노력을 찾는다. “나의 반이 정, 바로 정, 바로 잡을 때까지 정반합의 노력”이라며 알 수 없는 중얼거림 이후에 결국 내려진 결론은 “아름다운 조화를, 변함없는 믿음을” 통해 이 땅에 꿈을 피워내자는 것이었다. 청소년들의 꿈에서 인생 자체의 깨달음과 꿈을 노래하는 SM 아이돌의 세상은 더욱 커져갔다.

3세대 아이돌, “죽고, 죽이고 싸우고 외치고. 이건 전쟁이 아니야” – EXO ‘MAMA’ 中

엑소(EXO)의 무대" />KBS2 <뮤직뱅크> 엑소(EXO)의 무대

3세대 엑소의 세상은 더욱 커졌다.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가 인생을 노래했지만 여전히 개인의 깨달음이나 꿈에 멈춰있었다면 엑소는 인류애를 노래한다. 첫 번째 EP 수록곡 ‘마마(MAMA)’에서 “소통하지 않을까? 사랑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0과 1이 만든 디지털에 인격을 맡기고 스마트한 감옥에 갇힌 현대인들의 모습을 비판한다. “이건 전쟁이 아니야. 이건 게임이 아니야”라고 울부짖는 엑소는 결국 엄마에게 도움을 청한다. ‘히스토리(History)’에서는 남과 북으로 나뉜 한반도의 정세까지 언급한다. 엑소는 기쁜 사랑을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다면 미래로 갈 수 있고 지구란 이 별에서 모두가 역사를 만들 수 있다고 거창하게 노래한다. 외계에서 왔다는 설정다운 노랫말이다. 엑소는 인류와 지구를 노래하는 심오한 아이돌의 탄생이다.

늑대가 돼버린 엑소? H.O.T와의 평행이론. “Awouuuu” – EXO ‘늑대와 미녀’ 中

그룹 엑소(EXO)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엑소는 정규 1집에서 갑자기 늑대로 분해 돌아왔다. 미녀를 한 입에 치즈처럼 집어넣고, 와인처럼 우아하게 잡아먹는다고 위협을 주는 엑소를 보면 인류를 향해 던졌던 그 많은 메시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의문이 든다. 그러나 엑소는 메시지 전달을 멈추지 않았다. 바로 엑소의 노래 제목 ‘늑대와 미녀’와 H.O.T가 1997년 발표한 정규 2집 앨범 의 엄청난 평행이론을 통해 알 수 있다. 엑소와 H.O.T 모두 ‘늑대’라는 제목을 사용했다. 엑소의 이번 앨범은 미니앨범에 이어 두 번째로 낸 앨범이다. H.O.T의 2집도 두 번째로 낸 앨범이다. 평행이론이 성립한다. H.O.T 2집에는 자기 인생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노래했던 ‘We are the future’가 수록돼있다. “내 안에서 꿈틀대는 새로운 세계 난 키워가겠어”라고 말했던 H.O.T의 노랫말에 평행이론을 적용한다면 엑소는 이번 노래를 통해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게다가 늑대의 파트너가 양이 아니라 미녀로 바뀌면서 좀 더 넓은 세상과 마주하겠다는 메시지까지 녹여냈다.

엑소는 ‘철학돌’ SM의 계보를 마지막으로 잇는 막내다. 이제 정규 1집을 낸 신인이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다. SM 소속 아이돌들이 앨범을 거듭할수록 더욱 큰 메시지를 녹여냈던 것처럼 엑소만이 가진 메시지의 발전도 기대해본다. 어서 심오함을 던져 줘!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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