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저스트 어 이어> 스틸
1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영원히 행복할 것 같던 부부 냇(로즈 번)과 조쉬(라프 스팰)는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위기를 맞는다. 연애할 때 마냥 멋있고 예쁘게만 보였던 행동들은 이제 밉상으로만 보인다. 위기의 부부를 더욱 흔들리게 하는 건 또 다른 ‘설렘’이다. 조쉬의 옛 여자친구 클로이(안나 패리스)는 여전히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채 곁을 맴돌고, 훈훈한 고객 가이(사이먼 베이커)는 냇이 결혼했다는 걸 알면서도 애정공세를 펼친다. 결혼 9개월 차 부부는 무사히 결혼 1주년 기념 케이크를 자를 수 있을까. 청소년 관람불가, 30일 개봉.빵빵 터지는 워킹타이틀식 <사랑과 전쟁> ∥ 관람지수 - 8 / 공감지수 - 8 / 19금지수 - 9
‘워킹타이틀표’ 로맨틱 코미디가 돌아왔다.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등 작품 목록만 봐도 영화제작사로서 워킹타이틀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좀 다르다. <저스트 어 이어>는 예전 로맨틱 코미디에서 관객들에게 선사했던 판타지를 오히려 깨는 영화다. 사랑에 빠진 연인의 달달함 대신 서로에게 지쳐가는 부부의 고단함이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 초반 블루스를 추며 사랑을 속삭이던 조쉬가 갑자기 야구잠바를 꺼내 입고 ‘깨는’ 춤을 추는 장면은 로맨틱할 거라 믿었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처럼 <저스트 어 이어>는 판타지를 통한 대리 만족 대신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얻는다.
네 명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은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각관계를 유쾌하게 만든다. 광고회사의 커리어 우먼 냇은 완벽주의자에 가깝지만,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는 서투르다. 냇의 남편이자 작가인 조쉬는 별다른 고민 없이 인생을 사는 낙천가로 보이지만 맞춤법이나 노래 가사를 틀리는 것에는 유독 민감해 지적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자유로운 영혼 클로이는 신념에 따라 자선단체에서 일하면서도 자기연민에 쉽게 빠진다. 냇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 가이는 부, 외모, 매너 등 모든 걸 가진 ‘퍼펙트 가이’다. 네 명의 배우는 각각 특징이 다른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네 명이 한 곳에 모여 편을 갈라 당구를 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끊임없이 오가는 질투와 허세는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엇갈리는 네 명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금 유머’를 비롯한 깨알 같은 재미는 로맨스가 다소 약해진 부분을 훌륭히 메운다.
아름다웠던 사랑은 왜 결혼과 함께 시들어버리는가. 먼저 결혼한 사람들이 ‘죽음과 결혼은 늦을수록 좋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배우자와 성격이 안 맞을 경우 서로를 위해 헤어져야 할까, 그렇지 않으면 나오미처럼 참고 살아야 할까. <저스트 어 이어>에 스케치북 프러포즈와 같은 달달함은 없다. 대신 빵빵 터지는 웃음은 보장한다. 영화가 끝난 뒤 여운으로 남는 사랑?결혼?인생에 대한 질문들은 덤이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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