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영화 <미생> 포스터
웹툰 <미생>이 영화로 만들어진단다. <미생>의 각 캐릭터 별로 단편 모바일 영화 6편이 제작돼 매주 금요일마다 차례로 공개된다. <미생>은 계약직 장그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직장생활을 담은 웹툰이다. 매 회마다 주옥같은 명대사를 낳으며 누적 조회수 4억 뷰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그런 <미생>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퍼지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과연 주인공 장그래를 누가 연기할까부터 직장 생활의 방대한 일들을 어떻게 영화에 담아낼지 의문이 들었다. 드라마로 제작해도 모자랄 판에 영화, 그것도 10분의 짧은 단편 영화로 만들어진다니 웹툰의 팬으로서 걱정이 됐다. 실제로 연출을 맡은 손태겸 감독은 원작을 훼손하지 마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을 정도. 게다가 <미생>은 방대한 스토리뿐만 아니라 그 속에 인생철학, 직장생활의 애환과 교훈 등 깊은 메시지도 담겨 있어 짧은 영화에 녹여내기가 매우 힘들다. 계약직 장그래뿐만 아니라 신입사원, 대리, 차장 등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캐릭터들도 <미생>에서 빠질 수 없는 매력포인트다. 이런 <미생>을 영화로 만든다는 시도는 애독자들에게 감히 발칙하다고도 생각될 수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영화가 탄생됐을까. 궁금해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근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영화 <미생> 시사회 현장으로 달려갔다. 막상 영화 <미생>의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는 우려했던 점들을 영리하게 피해갔다. 웹툰과 차별되는 영화 <미생>만의 포인트 다섯 가지를 꼽아봤다.1. 프리퀄 영화=민예지 작가 “웹툰 <미생>은 그 자체로 완벽해서 손댈 수 없었다”
시사회에 참석한 손태겸 감독, 김보라, 김태희 감독, 민예지 작가(왼쪽부터)" />영화 <미생> 시사회에 참석한 손태겸 감독, 김보라, 김태희 감독, 민예지 작가(왼쪽부터)
영화 <미생>은 웹툰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영화화한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웹툰 속에는 없는 과거이야기를 조명한 ‘프리퀄’이다. 민예지 작가는 “웹툰 <미생>이 가진 회사 생활의 디테일은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도 넘을 수 없다. 대신 <미생>의 팬들이 캐릭터들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어떤 모습이 있었고 어떤 성장배경이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프리퀄 영화를 제작한 배경을 말했다. 사전에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와 캐릭터의 어떤 부분을 부각시킬지 상의를 많이 했다고 하니 신뢰도까지 상승했다. 지난 24일 개봉된 장그래 편은 바둑 프로기사 지망생이었던 장그래가 바둑을 그만두고 무기력하게 우유배달을 하던 중 엘리베이터의 격자무늬를 통해 미지의 인물과 바둑대결을 하면서 삶의 원동력을 얻는 내용을 담았다. 웹툰에서 장그래는 일에 의욕을 보이고 바둑에서 배웠던 교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영화는 고졸이자 바둑밖에 모르던 장그래가 어떤 계기로 직장인이 되기를 결심했는지 궁금해 하는 팬들의 가려운 점을 긁어줬다.2. 모바일 영화=손태겸 감독 “클로즈업으로 감정을 가장 살릴 수 있는 장면은 무엇인가 고민했다”
손태겸 감독
영화 <미생>의 또 다른 특징은 ‘모바일 영화’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안에 웹툰을 보는 것처럼 영화 <미생>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모바일 무비로 만들어졌다. 손태겸 감독은 “작은 화면 특성상 많은 분들이 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 클로즈업과 자막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김태희 감독도 “모바일은 밝은 세상에서 봤을 때 더 잘 보여야 해서 조명을 비롯한 연출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모바일 무비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을 설명했다. 훌륭한 웹툰을 어떻게 망칠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본 것이 무안할 정도로 <미생>의 프리퀄 영화는 원작을 해치지 않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다각도로 보여줬다.3. 싱크로율=손태겸 감독 “임시완은 장그래”
스틸" />영화 <미생> 스틸
장그래 역의 임시완을 비롯한 인물들의 연기력도 영화 <미생>의 작품성에 한몫했다. 손태겸 감독은 “배우들은 클로즈업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 임시완은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움직임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신경을 썼다. 촬영 후반이 되니 정말 장그래처럼 보였다”며 임시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그래 캐릭터는 표정 변화가 없어 감정 표현이 어려운데 임시완은 속삭이는 내레이션으로 장그래를 표현했다. 바둑을 둘 때, 우유배달을 할 때 장그래 특유의 공허한 눈빛과 무표정한 얼굴을 클로즈업에서도 흔들림 없이 연기했다. 대사가 거의 없음에도 눈빛연기와 잘생긴 얼굴로 시너지를 만들었다. 임시완뿐만 아니라 안영이 역을 맡은 김보라와 오차장 역을 맡은 조희봉도 개봉 전부터 ‘싱크로율 대박’을 터트리며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4. 영화 속 웹툰 찾기=민예지 작가 “작가님이 팬들에게 받았던 메일을 통해 연구했다”
안영이" /><미생> 안영이
영화 <미생> 속에 등장하는 대사와 내레이션이 웹툰의 어디 부분에서 등장했는지 비교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묘미다. 장그래 편 후반부에 등장하는 자막, “그래봤자 바둑, … 그래도 내 바둑이니까”는 웹툰 <미생> 67수에 실제로 등장한다. 조훈현 9단의 명언을 인용한 명대사는 자신의 인생에 자부심을 갖자는 교훈을 담고 있어 많은 팬들을 감동시켰다. 팬들은 웹툰에 이어 영화에서 또다시 명대사를 접하면서 웹툰의 감동을 영화에서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민예지 작가는 “팬들이 어떤 점을 기대하고 좋아하는지 작가님이 팬들에게 받았던 메일과 댓글을 통해 연구했다”며 <미생>의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5. 매주 만나는 새로운 영화
웹툰 속 오차장(왼쪽)과 조희봉" /><미생> 웹툰 속 오차장(왼쪽)과 조희봉
영화 <미생>은 제작진의 노력과 배우들의 힘으로 ‘감히’였던 사람들의 시선을 ‘제법’으로 바꾸고 있다. 오는 31일 공개되는 안영이 편은 안영이의 설레지만 안타까운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웹툰 속 안영이는 최고의 스펙과 빈틈없는 모습을 자랑하는 엘리트이기 때문에 안영이의 풋사랑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이 있다. 웹툰 <미생>의 115수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번 안영이편은 장그래 편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을 담았다. 김보라의 표현하고 싶지만 감춰야 하는 절제된 감정연기와 아이돌 그룹 B1A4 멤버 바로의 귀여운 모습까지 볼 수 있다. 단편이라는 제약에서 감정과 메시지 모두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영화 <미생>이 매 편 어떤 매력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미생>은 매주 금요일 다음앱을 통해 안영이, 오차장, 김동식, 장백기, 한석율 프리퀄 편이 독점 공개된다.글, 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숲, 다음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