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MBC <일밤> ‘진짜 사나이’

<일밤> 부활의 일등공신이라는 말도 이젠 입 아프다. 올 여름 가장 핫한 예능 ‘진짜 사나이’(연출 김민종 최민근)는 예상하지 못했던 소재로 예능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프로그램이 잘 되다 보니 자막, CG, 성우의 목소리, 부대 선정같은 세부적인 사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일산 MBC 드림센터를 찾아갔다. 그곳엔 ‘진짜 사나이’를 만드는 ‘진짜 주인공’들이 감춰져 있었다. 다섯 평 남짓 되는 편집실 서너 칸에 나눠 앉은 조연출 6명. 쉼 없이 화면을 넘겨가며 편집, 자막과 CG 삽입, 목소리 녹음까지 모든 후반 작업을 도맡아 하는 모습을 ‘진짜 사나이’ 속 캐릭터들의 목소리로 전한다.

손진영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장혁 이병이랑 박형식 이병까지 더해 지금 우리가 총 7명이니까, 출연자만큼 많은 분들이 자막과 CG를 넣고 있는 거잖아요. 이 자막이라는 게, 겉으로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쓰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네요. 3분의 방송분량에 자막을 넣는 데 필요한 시간은 짧아야 1시간. 우리 프로그램이 총 90분 정도니까, 단순히 계산해도 30시간인 거죠. 그래도 우린 합숙이 끝나면 며칠간 휴식이 주어지는데 이분들에게는 또 그 다음 주 방송이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요. 6명이 각자 쓰는 자막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시간이 또 걸린대요.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자막 톤이 제각기 달라서 많이 혼났다는데, 지금은 서로 색깔이 통일되면서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느낌이라고. 자막을 쓰고 연출, 조연출에 국장님까지 한 곳에 모여 전체 시사를 하면, 그 때 다른 사람의 자막을 보고 자연스럽게 톤을 맞추게 된다고 합니다. 저도 사실 방송 초기만 해도 조급한 마음에 튀는 행동을 많이 했는데, 방송이 거듭될수록 좀 마음이 맞아가는 것 같아요.

샘 해밍턴 “나만 걸스데이 좋아하는 거 아냐”
네, 이병 샘 해밍턴! 편집실에는 처음 와봤습니다. 근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운지 모르겠습니다. 맨날 국방색의 비슷비슷한 그림만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는데…. 이 분들이 편집하면서 유일하게 표정이 밝아질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걸스데이가 위문공연차 부대를 방문했을 때라고 합니다. 역시 사람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아, 그 때가 또 기억이 납니다. 걸스데이의 무대를 보고 저도 모르게 그녀들이 탄 차를 따라 뛰어갔던 때가… 동기들부터 선임들까지, 맨날 칙칙한 군인들만 보다가 걸스데이를 봤을 때의 그 황홀함은 아마 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직접 와서 보니 이 분들 정말 불쌍합니다. 얼마나 불쌍하냐면요, 아니 얼마나 불쌍하냐면 말입니다. 다같이 회식도 자주 못한다고 합니다. 배가 부르거나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아닙니다. 회식하는 것보다 자는 것이 더 좋아서라고 합니다. 얼마나 잠을 못자고 밤마다 편집에 매달렸으면 먹는 것보다 잠을 택한답니까. 바나나 라떼도 먹고, 소시지도 먹고, 만두도 먹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말 너무 불쌍합니다.

서경석 “신혼인데 사실상 별거라니요”
남자 PD들은 다시 군대에 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요. 저희가 얼차려 받는 모습을 보면 안 좋았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보기 싫을 정도라고 하시네요. 예전 군대의 기억으로 힘든 건 저뿐만이 아니었군요. 꼭 부대에서 먹고 자고 하지 않더라도, 화면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 예전 기억이 떠오를 만큼 군대는 남자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20대 남자들의 시청률이 제일 낮다고 하는데… 그래도 많이 봐주세요! 앞에서 샘 이병이 이미 언급했지만, 직접 와서 보니 이 분들 정말 보기 안쓰럽습니다. 딸이 보고 싶다고 부대에서 제가 몇 번 말했지만 이분들은 매주 매일 가족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하시네요. 결혼하신 분이 두 분 있는데, 사실상 별거중이라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씀하시네요. 웃고는 있지만, 속은 타들어가겠죠. 그래도 이 분들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즐겁게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이렇게 힘들게 일할 걸 알면서도 방송국에 들어오신 걸 보면요. 가장 뿌듯할 때가, 부모님이 보고 재밌다고 하셨을 때라는데… 그건 저희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랍니다!

김수로 “조연출도 프로그램 따라가나봐”
이렇게 조연출이 많은지, 시청자 여러분들은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알고야 있었지만, 직접 와서 보니 느낌이 색다르네요. 하지만 조연출이 많은 게 단점보다는 장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밥먹으러 나갈 때도 같이 가니까 와글와글, 가편집본을 시사할 때도 북적북적, 방이 꽉 찬다고 해요. 가족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 함께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가족적인 분위기도 만들어지겠구요. 같은 <일밤>의 ‘아빠! 어디가?’ 조연출팀에 비해 좀 어둡고 칙칙하다는 억울한 말을 듣기도 하지만, 팀원들끼리의 전우애는 남다르다고 자신하시네요. 한명이 낙오하면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지니까 더욱 각별히 서로를 챙길 수밖에 없다고…. 내가 어깨 아플 때 진영이가 나를 그렇게 챙겼던 것도 자기 힘들까봐서인가? 어쨌든, 가수가 노래 제목 따라 간다는 말이 있는데, 조연출도 프로그램 따라 가나 봅니다. 연기자와 조연출은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전우로서 파이팅!

류수영 “제가 사이코란 뜻은 아니죠?”
편집실을 방문했을 때, 제가 가장 귀가 솔깃했던 부분은 캐릭터가 잡히는 과정이었습니다. 진짜 사나이 출연자들 중에서 가장 새로운 이미지가 생긴 건 아무래도 저니까요. 사실 조연출 분들은 촬영장에 방문할 시간이 없다 보니 저희와 직접 대면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관찰카메라로 24시간 가까이 촬영하다 보니 저희의 일거수 일투족이 영상에 담겨 있다고 해요. 대화는 못하지만, 화면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거죠. 그렇게 화면 속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보다 보면, 저희 성격이 안 보일 수가 없겠죠. 제 퍼펙트 가이 이미지도 그렇게 만들어졌다네요. 인터뷰할 때 영화 <사이코>의 삽입곡이 흘러나오는 것도, 뭔가에 집착하는 듯한 제 말투에서 떠올리신 거라고 합니다. 캐릭터를 잡아주시니 제 입장에서 감사하긴 한데, 설마 제가 사이코라는 뜻으로 그 음악을 넣으신 건 아니시겠죠? 그리고 군대의 특성상 생활 패턴이 항상 똑같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캐릭터의 성격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합니다. 샘은 항상 실수를 하고, 저는 항상 완벽히 임무를 해내고…. 하하. 조연출 여러분, 정말 보는 눈 있으시네요.

장혁 “때론 모르는 게 약”
조연출 6명의 성비는 3대 3이었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맞춘 건 아니라고 하는데, 성별이 다양해서 좋은 점도 있다고 해요. 사실 군대에 가본 경험이 없는 분들 입장에서는 K-9, 소총 종류 용어들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여자 PD들도 처음에는 글로 찾아봐야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진짜 사나이’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니까 그런 세부적인 것보다는 전체 흐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훈련 자체의 디테일보다는 그 속에서 엿보이는 인간적인 모습들을 담는 것이 더 중요할 테구요. 그리고 여자 PD 세 명의 존재는 여성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역할도 합니다. PD들이 이해할 정도면 시청자들도 이해하고, PD들에게 어려운 내용은 시청자들에게도 어렵겠구나 예측할 수 있는 거죠. 군대리아나 건프레이크 같은 음식만 해도 여성 시청자들은 먹어본 적이 없잖아요. 여자 PD들은 그 마음에 100% 공감하기에 그 눈높이에 맞춰서 자막을 쓸 수 있다고 하네요. 아는 것이 힘이라지만, 꼭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류수영 이병님?

박형식 “막내 눈엔 막내만 보인다더니…”
충성! ‘진짜 사나이’의 막내 박형식 이병입니다. 삭막한 부대 안에만 있다가 익숙한 방송국에 오니 한결 마음이 편하네요. 제가 막내라 그런지 여기 와서도 막내 조연출 분들한테 마음이 쓰입니다. 본 프로그램을 맡기보다는 예고편이나 중간에 삽입되는 용어 설명 영상을 주로 만드신다고 해요. 그 대신 거의 모든 준비 작업을 막내가 도맡아하다 보니 가장 바쁘고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내는 건 역시 막내라고…. 계속 막내일만 하다가 이제 막 조금씩 본편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PD님도 계시네요. 저도 저렇게 막내티를 벗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진짜 사나이’ 이후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여쭤봤는데요, 대답이 좀 씁쓸했습니다. 토크쇼나 시트콤처럼 평소 꿈꿨던 프로그램을 말씀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다른 두 분은 프로그램 대신 휴가를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네요. 얼마나 힘드셨으면…. 심지어 막내 조연출은 “지금 하는 것도 벅차서, 딱히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눈물이 날 뻔 했어요. 만약 누군가 ‘진짜 사나이’ 이후 출연하고 싶은 예능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저도 저렇게 대답하지 않을까요. 또르르.

글, 편집.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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