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
훤칠한 느낌에 환한 미소가 매력적인 이 배우는 또박 또박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데 거침이 없다. “뭔가를 꾸며서 얘기할 능력은 없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라는 그는 최근작인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을 둘러싼 막장 논란도 비켜가지 않고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Q. <백년의 유산>이 50부작에 촬영기간만 8개월이 넘었던 작품이라 무사히 마친 소감도 남다를 것 같다.
데뷔 초 ‘잘생긴 청춘 스타’의 이미지를 벗어나 이후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넘나 들며 뚜벅 뚜벅 자신의 길을 만들어 온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한 작품씩 그저 즐기듯 도전하고 싶다”는 그가 길었던 주말극의 여정을 마치며 배우 14년차에 새롭게 발견한 연기의 매력은 어떤 색깔일까.
이정진: 오랜만에 여러 연령대의 시청자 분들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뜻깊었다. 촬영 내내 나보다는 상대역이었던 유진 씨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덕분에 나도 시너지 효과를 얻었던 것 같다. 긴 여정이 즐겁게 잘 끝난 것 같아 다행이다.
Q. 마지막 장면에서 극중 세윤이 갑자기 휠체어에서 일어나 걸어가는 장면은 다소 황당한 설정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정진: 작가님과 연출자 분의 의도를 내가 언급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많은 분들이 봐주셨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점은 그만큼의 관심을 반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본다.
이정진
Q. 시청률 면에서는 상반기 TOP 5 안에 들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어떤 점에서 시청자들이 많이 봐 준 것 같나.이정진: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젊은층은 자극적이거나 트렌디함을 원하지만 어른들은 힘들어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쉽게 이야기를 따라올 수 있었던 부분이 주효했던 것 같다. 젊은 세대가 보기엔 감정 표현도 덜하고 답답함이 있을 수 있지만 ’50-60대에게는 천천히 설명해드리는 게 필요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드라마를 찍으면서 했었다.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 점도 드라마의 재미 요소였던 것 같다. 특정 배우 한 명이 이끌어 스타가 탄생된 작품이 아니라 연출진 작가 배우 등 팀워크의 힘이 컸던 드라마다.
Q. 이전과는 다른 관심도를 많이 느꼈나보다.
이정진: 식당에 가면 저절로 체감이 되더라.(웃음) 시청률 높은 작품도 여러 번 해봤었는데 확실히 주말드라마는 폭넓은 연령대가 보신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다.
Q. 초반에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학대하는 장면 등 수위가 높은 지점이 많았다. 소위 ‘막장 논란’도 있었는데 촬영하면서 대본 수정 등은 없었나.
이정진: 막장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누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나. 시대 풍토에 따라 좋거나 나쁘게 인식되는 부분이 변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논란’이 있었다는 건 그만큼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대본의 경우 내 의견이 반영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작품의 모양새는 어디까지나 연출자와 작가의 몫이라는 인식이 있다.
Q. 드라마 속에서 꽤 자상한 모습으로 여성 시청자들에게 주목받았다. 실제로 연애를 할 때도 그런 모습인가.
이정진: 전혀 아니다. 오히려 무뚝뚝한 편이다. 아마 극중 세윤이처럼 여자에게 헌신적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웃음)
이정진
Q. 개인적으로는 영화 <피에타> 이후 모두의 예상과는 다른 작품 선택을 했다.이정진: 늘 그래왔던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뜬금없이(?) 나왔을 때도 그랬고, 예능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많이 쌓았을 때쯤엔 영화 <돌이킬 수 없는>에서 범죄자 역할을 했었다. <피에타>에서 사채업자 역할을 할 때도 세상엔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런 사람도 있겠구나란 생각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출연한 영화로 예기치않게 훈장도 받았고. 작품을 고를 땐 전체적인 내용과 내 ‘감’을 믿는 편인데 대부분 결과도 좋았던 것 같다.
Q. 나름대로 계획된 행보였나.
이정진: 그렇진 않았다. 그때 그때 상황과 기회에 맞게 선택한 것을 돌아보니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게 됐더라.
Q.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자극하고 배우는 부분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정진: 늘 생각을 많이하는 편이다. 배우는 스스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고 듣는 것도 그만큼 필요하다는 생각에 항상 다양한 분들을 관찰하곤 한다. 아마 내 연기에 만족하는 순간 은퇴할 거란 생각을 한다. 항상 다음 작품이 최고의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Q.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획한 일이 있나
이정진: 네팔 여행을 가려고 한다. 예전부터 그 곳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짓기 등 봉사활동을 해 왔다. 거창한 건 아니고 쉬는 틈을 타 가끔 가곤 하는데 거기서 사람들과 만나고 서로 교류하면서 의미 있는 일도 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아서 이번에도 가려고 한다.
Q. 차기작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이정진: 배우가 성장하는 느낌을 받으면 더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 볼 용기도 나고, 물리적으로도 빠른 시간 내에 관객이나 시청자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이번 작품도 그랬는데 내게 주어진 여러 기회 중 가장 잘 맞는 걸 고르려고 한다. 아마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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