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배우 김서경
자리를 잡고 앉은 몸짓에서 신인이라기엔 꽤 거침없고 당당한 포스가 풍겨져 나왔다. 미소를 띠고 또박또박 답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진다.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송승헌이 연기한 주인공 한태상의 동생 한태민 역으로 브라운관에 화려하게 데뷔한 배우 김서경(30). TV 데뷔는 화려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이 쭉 뻗은 직선대로는 결코 아니었다.
포털사이트 필모그래피에도 기록돼있지 않을 만큼, 그의 출연 분량은 짧았지만 데뷔작은 영화 <오직 그대만>(2011)이다. 0.7초 등장하는 단역이었다. 이후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은교><반창꼬><간첩> 등에도 단역으로 얼굴을 비추었다. 화려한 필모그래피와는 상반되게 정작 그가 출연한 장면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떳떳하다. 찰나를 위해 현장에서 몇날며칠을 노력했고, 그렇게 흘린 땀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신인배우 김서경
“밖으로 포장돼 나온 작품에 내가 나온 시간은 짧더라도, 현장에서 부대낀 그 순간이 행복했어요. 배우는 역시 현장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죠.”그런 숨은 노력 탓에 첫 경험한 드라마 촬영현장의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제가 첫 등장하는 신을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데요. 그러나 현장에서 대사가 다 바뀌었어요. 없던 영어 대사도 생겼고요. 하지만 당황하기 보다는 재미있었어요. 그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해내는 것도 배우로서 거쳐 가야 할 하나의 관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무리 없이 잘 해낸 것 같고요.”
신인배우 김서경
빙긋 자신 있는 미소를 입가에 띠운 그는 자신의 롤 모델로는 외모도 언뜻 닮아 보이는 배우 류승범을 꼽더니, 은근히 그와의 친분을 자랑한다. “영화 <베를린> 들어가시기 전에 같이 작품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아쉽게 그때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소속사 지하 연습실에서 늘 류승범 선배님을 생각하며 내 자신을 단련시켰기에 더욱 값진 순간이었죠.” 그는 “과거의 제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배우를 꿈꾸는 누군가가 김서경을 바라보며 이 길을 걷게 되길 바라요. 물론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실제로도 제가 바라보는 위치에 이미 오른 선배님들은 엄청난 노력을 하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제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라는 포부를 들려줬다.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