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스페셜 ‘불침번을 서라’ 방송화면 캡쳐.

KBS 드라마 스페셜 ‘불침번을 서라’ 2013년 8월 7일 오후 11시 10분

다섯 줄 요약

오물이 담긴 쓰레기봉투가 처음 발견된 곳은 민숙(김민주)의 차였다. 민숙은 수지(유현)를 의심하고 한바탕 다툰다. 다음날 수지는 집 앞에서 쓰레기봉투를 발견하고 민숙에게 따진다. 아파트 곳곳에서 오물이 담긴 쓰레기봉투가 발견되고, 주민들은 서로를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회찬(기태영)은 범인을 잡기 위해 불침번을 서자고 제안한다. 아파트를 지키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던 그때 진혁(곽희성)이 택배 도난범으로 몰려 쫓겨난 경비 아저씨의 아들임이 드러난다.

리뷰

범인이 누구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범인(또는 범인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궁금하지만 회찬의 말대로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이웃 사촌이라는 말은 고사하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다. 아니 누가 살던 말던 나에게 피해만 안 주면 그만이었다. 그랬던 사람들 앞에 쓰레기 투척범이라는 ‘공동의 적’이 나타난다. 자신의 집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파트를 함께 지키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매일 술 마시고 들어오던 남자가 사실 산부인과 의사이고, 아내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혼인 줄 알았던 후배가 끈질기게 좇아 다니는 전 남편 때문에 괴로운 이혼녀임을 알게 된다. 심지어 빈둥거리며 천하 태평인 것 같았던 남편이 실은 죽을 힘을 다해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렇듯 이웃은 몰랐던 존재에서 의심스러운 존재로, 의심스러운 존재에서 조금씩 알아가는 존재로 바뀌게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웃이라는 범위가 넓게 확장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비실에 있던 택배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흥분해 경비 아저씨를 도난범으로 몰고 간 사람들은 경비 총각이 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를 복수를 위해 위장 취업한 쓰레기 투척범으로 몰고 간다. 경비 아저씨가 진짜 도난범이었는지, 경비 총각이 진짜 복수를 위해 쓰레기를 투척했던 것인지 알아보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이웃은 자신과 같은 편인 사람들까지, 딱 거기까지만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거다. 이 일이 있기 전과는 달리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을 것이고, 서로를 좀더 배려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진짜 이웃이 되기 시작할 것이다. 훗날 범인에게, 그가 누구였던 간에, 범인인 그에게 고마워하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수다 포인트

- 오지랖 넓은 회찬. 좀더 나아가면 ‘사랑과 전쟁’ 섭외 들어오겠어요.
- 날 새면 형광등부터 끄는 민숙. 전기보안관 김준호와 동급인 걸요.
- 꽃미남 경비원 진혁. 오션빌리지에 가 보세요. 당신은 그곳이 어울립니다.

글. 김진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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