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픽:숲속의 전설’ ‘개구쟁이 스머프2′ 포스터

여름도 한창이고, 방학도 한창이다. 덩달아 애니메이션도 한창이다. 7월 25일 개봉한 ‘터보’는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예매율도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3위다. 역시 드림웍스는 저력이 있고, 역시 방학 특수는 무시할 수 없다. 아직 8월 초, 방학은 끝나지 않았다. 두 편의 애니메이션이 ‘터보’의 뒤를 잇는다. 1일 개봉한 ‘개구쟁이 스머프2’(이하 ‘스머프’)와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에픽 : 숲속의 전설’(이하 ‘에픽’)이다. 두 작품 모두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해 보인다. 다만, 매력 포인트는 조금 다르다.

#멋있는 거 보여 줄까?

[에픽:숲속의 전설]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 이상준이 밝힌 ‘에픽’의 총 제작기간은 무려 10년. 놀라운 수치지만, ‘에픽’의 영상을 보면 수긍이 간다. ‘에픽’의 주 무대는 숲 속 세계다. 애니메이터들은 자료 수집을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산에 올랐다. 그 노력만큼 ‘에픽’의 디테일은 눈을 사로잡는다. 화살에 맞은 나뭇가지가 부풀어 오르는 장면은 디테일의 정점. 나무껍질 아래 숨어있던 보간 족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장관이다. 만화적인 캐릭터 대신 실사와 흡사한 비주얼을 구현해낸 것도 독특하다.

[개구쟁이 스머프2] ‘스머프’ 시리즈의 특징은 현실 세계 속에 스머프를 구현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스머프가 모험을 떠난 곳은 프랑스 파리.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파리 오페라 하우스 무대 등 영화에 담긴 파리의 명소들은 영화의 볼거리다. 하지만 딱히 새롭지는 않다. 세계 명소와 스머프의 만남은 이미 전작에서 활용했던 패턴이다.(전작에서는 센트럴 파크, 타임스퀘어 등 뉴욕 도심이 배경이었다) 다양한 표정이 살아있는 스머프의 귀여움은 여전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기술이 날로 발달하는 지금, 올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 ‘개구쟁이 스머프2′(위), ‘에픽:숲속의 전설’ 스틸

#재밌는 얘기 해줄까?

[개구쟁이 스머프2] 어릴 적 일요일 아침에 즐겨보던 ‘디즈니 만화동산’의 주제는 항상 똑같았다. 선은 권하고 악은 징계한다는 권선징악. 하지만 그 주제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에 항상 덜 깬 잠을 쫓으며 TV 앞에 앉았다. ‘스머프’의 장점도 비슷하다. 심오한 메시지나 복잡한 플롯 없이도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투덜이, 허영이, 똘똘이 등 스머프들의 숨길 수 없는 매력이 일등공신이다. 악당이면서도 골탕먹는 데 익숙한 가가멜 또한 이야기에 유쾌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 살짝 드러낸다. 새롭게 등장한 사교(Social) 스머프는 스멉북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고, 가가멜은 타블렛 PC를 사용한다. 비주얼이 좀 올드하더라도, ‘스머프’는 분명 2013년의 애니메이션이다.

[에픽:숲속의 전설] 비주얼이 너무 환상적이었던 걸까.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숲의 생명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알겠고,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도 알겠다. 문제는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다. 일단 너무 진지하다. 만약 수다쟁이 달팽이 듀오가 없었다면, ‘에픽’을 보고 단 한 번도 웃지 않을 어린이 관객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주인공인 엠케이와 노드, 로닌 사이에는 거의 감정 교류가 없다. 보간 족이 숲을 망가뜨리려는 이유도 불분명하다. 시종일관 웃음기를 쫙 빼고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감동도 느끼기 힘들다. 애니메이션이라고 어린이를 겨냥할 필요도 없고, 유치하게 웃길 필요도 없다. 오히려 실사 영화보다 더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도 많다. 하지만 ‘에픽’의 이야기에는 재미도 감동도 없다. 영화를 보고 나서 ‘디즈니 만화동산’이 그리워졌다. 그건 문제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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