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황금의 제국’ 11, 12회 8월 5, 6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지주 회사의 차명 계좌를 보유한 정희(김미숙)는 민재(손현주)에게 손을 내밀고, 태주(고수)가 서윤(이요원)과 거래를 하는 사이 민재는 정희의 손을 잡기로 결심한다. 태주와 민재는 대립하고, 그룹이 위기를 맞이하자 정희는 서윤에게 그룹에서 잠시 물러날 것을 제안한다. 정희의 속내를 모두 알게 된 서윤은 배신감에 복수를 준비한다. 태주는 민재의 계략에 의해 검찰 조사를 받는 설희(장신영)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이에 민재는 10억 달러를 포기하고 물러난다. 태주는 서윤과 민재, 원재와 정희까지 한 자리에 모으고 10억 달러를 둔 채 거래를 시작한다.
리뷰
레이스, 콜, 다이. 여느 때 보다 갬블 용어가 많이 등장했다. 이제 ‘황금의 제국’은 노골적으로 이 이야기가 철저히 돈을 두고 욕망을 거는 게임 판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정희(김미숙)는 또 다른 변수가 되어 판을 흔들고 있다. 모두가 속셈을 가지고 있고, 그 속셈을 읽히고 있으며, 그 속셈 안에 또 다른 속셈을 숨겨 놓고 게임을 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은 ‘히든 카드’ 외에도 모두가 자신에게 유리한 패 한 장쯤은 소매 밑에 몰래 숨겨놓은 채 ‘사기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기 도박에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욕망을 건다. 콜, 다이.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황금의 제국’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때 보다 두 가지밖에 없을 때 긴장감이 더해진다는 사실을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누구보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한 서윤은 가면을 벗고 비로소 자신의 모습으로 판에 등장한 정희, 태주가 설희를 구하기 위해 건 게임에서 자신의 한계를 절감한 민재, 언제나 올인 게임만 고수했던 태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모든 판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원재(엄효섭)는 모두가 다른 전략을 갖고 게임에 임한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한계와 실체를 드러내며 날 것의 모습으로 게임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게임판 앞에서는 자신의 히든 카드와 소매 아래에 숨겨진 패가 무엇이든, 선택은 둘 뿐이다. 상대의 제안을 받아 게임이 끝을 보거나, 아니면 현재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며 게임 판에서 영원히 물러나거나. 때문에 폐쇄된 공간에 모인 이 다섯의 게임은 단순히 돈을 건 ‘갬블’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목숨을 건 ‘러시안 룰렛’에 가까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어차피 숨겨둔 패는 내가 이 게임을 계속 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가장 위험하지만 동시에 깔끔한 방법으로 모두를 한 방에 모아 도발한 태주의 전략 덕분에 비로소 ‘황금의 제국’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떠한 방식의 도박인지 가장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태주와 민재, 서윤을 비롯한 인물들이 한 방에 모여 10억 달러와 성진 그룹의 행방을 놓고 움직이는 것에서 볼 수 있듯, ‘황금의 제국’은 놀라울 정도로 폐쇄된 공간에 집중하며 본질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결정된 룰과 판 안에서만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갬블’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 즉 ‘황금의 제국’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게임에서 가장 위태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걸고 있는 태주는 외부인과 제국 안 사람들의 경계선에 서 있으며, 결코 그 경계선 밖을 벗어날 수도 벗어날 생각도 없는 인물들에게 이 게임은 곧 자신의 존재 자체와 동일시 된다. 한 팀이라 해도 영원히 믿을 수 없고, 영원히 미워해야만 했던 사람도 언젠가는 손을 잡아야만 한다. 이들이 하는 게임에서 숨겨진 패는 결국 그것이다. 그것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지라도 ‘러시안 룰렛’처럼 ‘죽거나 혹은 살거나’ 두 가지 선택뿐인 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들은 그렇게 끊임없이 서로를 믿거나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이들이 그토록 목숨을 걸고 갈구하는 ‘황금의 제국’의 실체가 미리 드러난다. 이들은 끊임 없이 서로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황금의 제국’에서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기만을 빌며 소매 밑의 숨겨둔 패를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다. 숨겨 놓은 패는 누군가를 보내 버릴 수 있는 최강의 무기임과 동시에 내 마지막 무기이기도 하다. ‘황금의 제국’은 이제 조금씩 그 숨겨진 패를 뒤집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끊임없이 반전으로 이어지는 이 게임을 지켜보는 이들의 피로감과 허망함은 어쩌면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구조 그 자체로 메시지 일지도 모른다.
수다 포인트
- 우리 희주는 도대체 2주째 어디로 갔을까나.
- 태주를 가진 설희 보다, 박전무를 가진 서윤이 더 부럽다는 진실.
- 태주 이 요물! 설희 누나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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