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P

그륩 B.A.P(비에이피)는 ‘지구 정복’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가요계에 등장했다. ‘지구 정복’이란 슬로건에 맞게 데뷔곡 ‘Warrior’부터 최신곡 ‘Badman’에 이르기까지 B.A.P는 항상 노랫말에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를 담았다. 여기에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와 파워풀한 안무는 B.A.P의 지구 정복의 훌륭한 무기가 됐다. 차근차근 정복을 위한 힘을 쌓고,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는 B.A.P는 퍼시픽투어로 한 층 더 성장해서 돌아왔다.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Badman’으로 강렬함의 끝장판을 보여주겠다는 B.A.P. ‘Warrior(전사)’가 ‘Badman(나쁜 남자)’이 되기까지 B.A.P는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B.A.P 노래의 가사와 안무로 그들의 지금까지 전한 메시지를 살펴본다.

# Warrior

‘Warrior’ MV

데뷔곡 ‘Warrior(워리어)’는 시작부터 발칙하다. ‘이 거리의 영혼들을 위해 맞서 싸울게’, ‘새로운 혁명의 시작점’이라 자신을 칭한다. 그리고 ‘끝없는 전쟁은 누굴 위해 있나’, ‘그대들의 위선은 용서받을 수 있나’, ‘악마 같은 입술로 넌 쉽게 말할 텐가’라는 자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들은 B.A.P가 ‘지구 정복’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등장한 이유다. B.A.P는 스스로를 위선과 거짓말로 가득 찬 세상에 맞서 싸울 ‘전사’라고 칭하고, ‘총알보다 좀 더 빠르게’ 우리 가슴에 파고들어 왔다.

전사의 위용을 갖추기 위해 B.A.P는 주먹을 휘두르고, 마치 전사의 등장을 기리는 부족들의 노래처럼 ‘우우’ 거리는 기합소리와 함께 북소리와 같은 무거운 사운드도 갖췄다. 세상의 부조리를 모두 깨부술 듯한 파워풀한 안무는 이때부터 B.A.P의 전매특허가 됐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차도 부순다. 그렇게 어두운 가면을 벗고 금발의 위용을 뽐낸 B.A.P는 전사의 후예가 됐다. B.A.P만의 메시지가 통했는지 B.A.P는 데뷔 일주일 만에 빌보드 월드앨범차트에서 10위를 차지했다.

# Power

‘Power’ MV

‘Power(파워)’로 활동을 이어간 B.A.P는 더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Warrior’에서는 전쟁과 위선에 관련된 막연한 메시지가 나열됐다면, ‘Power’에서는 진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뤄진다. ‘Warrior’에 이어 다시 한 번 혁명을 언급하고, ‘돈 앞에다 굴복하는 세상이야’, ‘힘 있는 자의 그늘에 힘없는 자는 죽는다’며 위선과 악마는 돈과 권력을 쥐고 제 ‘배를 채우기 바쁜’ 사람들임을 지적한다. 이런 세상은 ‘아니 아니야’라고 단호하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내가 왔어. 우리가 왔어’라고 B.A.P의 등장을 확실히 알린다.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횡포와 악마를 깨부수기 위해 ‘We got the Power’를 외치며 B.A.P가 움직일 시간이 됐다고 말한다. ‘Power’에서도 B.A.P는 땅을 내려치는 듯한 강력하고 힘 있는 동작으로 안무를 구성했다. 특히 허공을 가르는 발차기와 ‘warning’ 파트에서 칼을 뽑고 위협하는 춤은 임팩트를 남겼다.

# No mercy

‘No mercy’ 무대

전사(Warrior)의 후예가 힘(Power)을 가지고 등장했다. 지구를 정복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선전포고다. B.A.P의 힘은 힙합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B.A.P는 ‘No mercy(노 멀시)’를 통해 가짜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선전포고를 던지며 경고한다. ‘음악이 장난이가 고마 우리 아이다’, ‘나쁜자슥들 씹어주는게 사내 아입니까?’, ‘므째이처럼 하는 랩, 바로 이 맛 아입니까?’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메시지를 작렬한다. ‘콱 궁딜 쌔리삐까?’, ‘가짜들을 깨 삐라’에서는 카리스마도 느껴진다. ‘자비란 없어. 너그럽게 봐주지 않겠다’는 B.A.P는 이어서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한다. ‘틀에 갖힌 패러다임, 부셔줄게 we so fly’, ‘음악은 신나는 게임, 차원이 다른 스타일’.

정말 차원이 달랐다. B.A.P는 ‘No mercy’에서 사투리 랩과 사물놀이 사운드로 힙합과 국악을 접목했다. B.A.P만의 음악을 향한 의지가 통해서였을까. B.A.P는 2012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엠넷 PD 특별상, 2012 멜론 뮤직 어워드, 27회 골든디스크, 22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2회 가온차트 K-POP어워드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 One Shot

‘One shot’ MV

적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면, 이제 자신을 단련시켜야 한다. ‘Power’에서 칼을 들었다면, ‘One Shot’은 총이다. 하지만 그 총은 세상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향해 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며 ‘마틴 루터 킹처럼 세상의 빛을 밝히자’고 말한다. 그리고 노래하는 내내 ‘두려움에 맞서봐’, ‘니 자신을 지켜’, ‘흔들리지 마’라며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Warrior’, ‘Power’에서 B.A.P의 메시지는 너무 방대해서 오히려 막연하고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면 ‘No mercy’와 ‘One Shot’을 거치면서 B.A.P는 점점 정리되고 깔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반면 퍼포먼스는 강력해졌다. ‘이를 꽉 물고 덤벼’ 드는 B.A.P는 푸쉬업을 하는 안무를 통해 남성미를 거침없이 발산한다.

# Badman

‘Badman’ MV

B.A.P는 ‘One Shot’과 함께 퍼시픽 투어를 통해 단련을 마쳤다. 모든 준비는 완료됐다. 돌아온 B.A.P의 타이틀곡은 ‘Badman’이다. 스스로 ‘나쁜 남자’라고 칭한 데에는 ‘악에 정의로서 대항하기 위해 Badman’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미쳐버린 세상 바꿔 놓을 거야’라며 ‘돈과 협박에 눈 감는 자들 GET OUT’, ‘범죄와의 전쟁’을 외친다. 리더 방용국은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슈거리로 지나가 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 음악을 통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줘보자고 생각했다”며 타이틀곡에 담긴 메시지를 설명했다.

퍼포먼스에도 메시지를 담았다. 양팔을 좌우 수평으로 뻗고 고개와 몸 전체를 좌우로 흔드는 일명 ‘십자가 춤’에는 모든 죄를 씻어낸다는 상징이 있다. 강렬한 크럼프 동작과 멤버들이 몸싸움을 하고 총구를 겨누는 모습은 ‘Badman’이 되어 정의를 수호하자는 의지를 담았다. 뮤직비디오도 이전과는 다른 스케일이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는 마치 실제로 폭동이 일어난 듯한 긴박한 장면이 연출돼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강화시킨다. ‘나쁜 남자’가 돼 더욱 강력한 포스를 뿜어내는 B.A.P의 메시지는 이번에도 통할까?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TS엔터테인먼트,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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