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방송화면
향만 피우면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세상(tvN ‘나인’), 인간 이상의 신체적 능력을 가진 신수(MBC ‘구가의 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그리고 귀신을 보는 능력(tvN ‘후아유’, SBS ‘주군의 태양’(7일 첫 방송))까지.판타지 소재를 적절히 가미한 드라마들이 연이어 인기 몰이에 성공하고 있으니 범상치 않은 능력이 없으면 이젠 드라마 주인공도 못하게 생겼다. 예능은 점차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시대에 드라마들은 도리어 판타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후아유’에서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경찰 시온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조현탁 PD는 “아무래도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 것 아닐까. 대학졸업장이 그 어떤 것도 보장할 수 없는 세상이 돼버리고 말았다. 점점 더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지고, 불가능한 일들이 많아져버린 현실에서 상상으로나 가능한 힘에 대한 갈망이 영화나 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표출되는 것 같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팍팍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싱숭생숭한 마음 탓에 우리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초능력에 대리만족하게 되는 걸까?
그렇지만, 이들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판타지 소재를 철저한 리얼리티 속에 그려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나인’이나 ‘구가의 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속 인물들은 판타지 소재를 제외하면 지극히 현실에 발을 붙인 캐릭터였으며, 이들이 구현하는 직업 세계 속 에피소드 역시 있음직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나인’ ‘구가의 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스틸(위에서부터)
또 판타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깊은 메시지를 탄탄한 서사 속에 심어둔 점도 이들 작품의 성공 요인이다.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오히려 현재에 충실하라는 ‘나인’의 메시지를 새기게 됐고, ‘구가의 서’ 속 신수에 대한 인간세계의 배척이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상처받은 영혼을 통해 끝없는 신뢰의 가치를 깨닫게 됐으니 말이다.조현탁 PD 역시 ‘후아유’ 속 판타지 가운데에서도 진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판타지 외부에 존재한다며 “‘후아유’가 말하고자 하는 것 역시 한 여자의 귀신을 보는 능력이 아니라 모든 기억이 다 지워진 상태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은 마음의 흔적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것이 다 지워져 리셋이 된 상태에도 고스란히 남아 그 빛을 발하는 놀라운 마음의 힘에 대해 한 여자의 마음의 추적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MBC SBS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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