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MC 춘추전국시대 지형도
만약에: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지만 텐아시아에는 ‘만약’이 존재한다. 만약에 누군가 원래 진행을 맡던 진행자를 밀어내고 프로그램을 맡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요즘 잘나간다는 MC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와 해결책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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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만약에, 이런 김구라가 2013년 모월모일 MBC ‘세바퀴’ XY회 진행을 맡는다면?
언젠가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박명수와 나눴던 이야기처럼, 김구라는 유독 ‘세바퀴’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시사, 예능프로그램 할 것 없이 다 잘하는 듯 해도 그의 방송 능력은 상당히 분위기를 타는 편이다. 프로그램 자체가 서로 헐뜯고 독설을 날리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라면 그는 호랑이가 날개를 단 듯 분위기를 주도하지만, 그 반대일 경우에는 입 한번 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세바퀴’의 가벼운 듯 진중한 분위기에 기가 센 진행자 이휘재, 박미선이 함께 하자 김구라는 침묵했다. 방송계를 장악한 메인 MC들이 어디에서나 자신의 페이스로 방송을 이끌고 가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되는 풍경이다. 입담에 비해 부실한 방송 주도능력과 진행은 그가 메인 MC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김성주가 프리랜서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독설과 입담을 겸비한 진행자들이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 그가 살아남을 거라 짐작한 사람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는 이미 굵직한 방송 프로그램과 스포츠 중계를 통해 탁월한 진행능력을 인정받은데 이어, 최근 종합편성채널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 케이블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 Mnet ‘슈퍼스타K’ 시리즈, MBC ‘일밤-아빠! 어디가?’ 등의 프로그램에서는 적절한 예능감까지 뽐내고 있다. 특히 ‘일밤-아빠! 어디가?’는 그에게 자상한 아빠와 약간은 뺀질뺀질한 이미지까지 동시에 안기며 ‘김성주 방송인생’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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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다운 탁월한 진행능력, 준수한 외모, 적절한 진행능력까지. 방송인으로서 필요한 건 다 갖춘 그에게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바로 박력이다. 김성주는 이경규, 김구라, 성동일 등의 기가 센 사람들 앞에서는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 그가 ‘무한도전’에 제8의 멤버로 합류한다면? 나이로는 유재석과 동갑으로 프로그램 내 나이서열 3위지만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노홍철, 하하와 나이로 압박하는 박명수, 정준하의 틈바구니에서 버틸 재간이 있을까. 되든 안 되든 자신의 캐릭터로 밀어붙이는 ‘무한도전’과 같은 프로그램은 김성주와 최악의 궁합을 이루게 될 터. 방송인 김성주가 메인 MC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통솔할 수 있는 박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거 케이블채널 Mnet에서 괴상한 옷을 입고나와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하던 그를 볼 때만 해도 지금의 인기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는 퀵 마우스와 과도한 열정으로 무장했던 노홍철은 한 때 비호감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하지만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유재석을 만난 노홍철은 비호감의 외피로 덮여있던 자신만의 매력을 하나 둘씩 꺼내놓으며 방송가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MBC ‘무한도전’에서는 특유의 기지와 재치로 사기꾼·돌아이 캐릭터를 획득하더니,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적절한 진행능력까지 선보이며 진행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나 혼자 산다’에서는 이러한 노홍철의 장기가 두드러진다. 무지개모임의 마스터를 맡은 노홍철은 적절한 진행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서 모인 출연자들을 한데 모으면서 방송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10. 만약에, 이런 노홍철이 2013년 모월모일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 노홍철 이병으로 합류한다면?
과거 외모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노홍철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뭇 여성들은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정장 모델까지 발탁되며 ‘무한도전’을 넘어 매력적인 남성 순위에 이름을 올렸었다. 하지만 작년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에서 F1으로 등극하며 ‘한라봉 코’라는 별명을 얻더니, 요즘엔 점점 비대해진 육체로 인해 눈에 띄게 움직임이 둔화됐다. 이런 노홍철이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다면? 정신적인 고통이야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극복할 테지만 육체적인 한계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SBS ‘런닝맨’, ‘정글의 법칙’, ‘맨발의 친구들’, KBS2 ‘우리동네 예체능’ 등 몸으로 뛰는 예능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 속에 노홍철이 다재다능한 MC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체력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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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만약에, 이런 윤종신이 2013년 모월모일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 아들 라익이를 안고 출연한다면?
윤종신은 분명 보통의 뮤지션들 이상의 재치와 입담을 가졌다. 최근 주를 이루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에 최적화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메인 MC 자리를 꿰차기에는 부족하다.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정신을 분산시켜 말장난을 하는 것이 그의 주된 공격 패턴이니 만큼 윤종신은 스스로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자발성이 부족한 것도 약점이다. 과거 SBS ‘패밀리가 떴다’로 예능을 시작할 때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그의 게으름이 그의 캐릭터를 잡아나가는데 큰 몫을 했다. 그런 윤종신이 ‘아빠 어디가’에 출연한다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귀찮아하는 그의 성격상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는 나이 어린 윤민수, 이종혁이 전담할 확률이 높고, 아이들이 방송의 중심이기에 주워 먹을 개그 소재가 부족해진 윤종신은 침묵으로 일관할 가능성도 있다. 뮤지션을 넘어 방송인으로 거듭난 윤종신은 메인 MC 자리를 꿰차기 위해서 좀 더 자발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
글,편집.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MBC, 초록뱀이앤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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