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여신 정이’에 출연한 진지희
빵꾸똥꾸를 외치던 아이는 어느 새 첫사랑을 알만한 소녀로 훌쩍 자랐다.김병욱 PD의 시트콤 MBC ‘지붕뚫고 하이킥’을 촬영하던 3년 전, MBC 예능국 복도를 뛰어다니며 까르륵 웃던 과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열 다섯 살 진지희는 쑥스러워했다. ‘폭풍성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부끄러워 진다고 고백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내색을 숨기지 못한다. 자라나면 자라날 수록 연기는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하는 지희는 그래도 또래에 비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한다는 자신의 특별한 인생이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고도 속삭인다.Q. 주변에서 컸다는 말 많이 하죠. 그런데 정말 많이 자란 것 같아요. 어때요? 그런 말 들으면.
점점 자라나는 키가 기특하면서도 왠지 조금은 서운한 것이 우리 어른들의 어쩔 수 없는 시선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쑥쑥 자랄 소녀. 진지희.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요조숙녀가 따로 없다.
진지희 : 네. 많이 들어요. 쑥스러워요.
Q. 스스로가 느끼기에는 어떤가요,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라난 자신을 실감하고 있나요.
진지희 : 그렇게 생각하게 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어요. 놀 때는 어렸을 때와 똑같지만, 말할 때는 좀 자란 것 같기도 하고요.
Q.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빵꾸똥꾸로 기억하잖아요. 여기에 ‘불의 여신 정이’ 1부 등장 장면에서는 ‘인간 비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어요.
진지희 : 널 보면 웃게된다는 말을 같이 듣게 되니까,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요. 그리고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물론 그런 사고뭉치같은 면도 보여드렸지만, 3~4부에서는 슬픈 연기도 보여드렸으니까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여러가지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정이의 실제 아버지는 강천(전광렬)인데, 정이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을담(이종원)의 손에서 길러졌잖아요. 극 초반 을담을 찾아온 강천에게 “우리 아버지에게 사과하십시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사실은 진짜 아버지한테 자신의 가짜 아버지를 두둔하는 장면을 어떤 심정으로 연기했나요?
진지희 : 연기하면서도 그 장면은 의미있는 신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박성수 PD)도 특별한 신이라고 말씀 하셨고요. 연기할 때 저는 전광렬 선생님은 진짜 남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비록 이종원 아빠가 진짜 아빠는 아니지만, 정이는 철썩같이 진짜 아빠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정이의 마음으로 연기를 해야했죠.
‘불의 여신 정이’에 출연한 진지희
Q. 연기라는 것은 사실은 굉장히 단순한 거죠. 지금 지희 양이 말한 것처럼 정말로 그 사람이 돼버리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막상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인데, 커가면서 연기는 아무래도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진지희 : 확실히 어렸을 때보다 어려워지고 있어요. 커가면서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들이 더 많아 지기 때문일 거예요. 감정도 점점 복잡해지니까요. 거기에 다가 커가면서 현장에서의 카메라 각도, 조명이 받는 장소 등 과거에는 모르고 막 했던 것들을 점점 더 알게되면서 힘들다기 보다는 점점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렸을 땐 정말 ‘연기만 하면 되겠지’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말이죠.
Q. 또래 친구들에 비해 다른 경험을 하는 건 어떤가요? 아무 걱정 없이 또래 친구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을 것 같기도 하고.
진지희 : 오히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거잖아요. 저는 지금도 평범한 아이에요. 그런 일상은 학교에서도 충분히 보낼 수 있고. 또 연기하는 현장에서 겪는 일들은 저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것도 있고요. 제 딴에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뛰어 놀 나이인데 다른 아이들보다 눈치가 빨라져 아쉽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그럴 땐 ‘아,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Q. 정말로 주위 친구들에 비해 눈치도 빠르고, 더 성숙하다고 느끼고 있나요?
진지희 : 아뇨. 친구들과 있을 땐 정말 아이같아요. 제가 더 성숙해보이거나 그런 것 같진 않아요.
Q. 성숙하다는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이번에 어린 광해군을 연기한 노영학 군과의 연기에서 ‘케미 돋는다’라는 평을 얻었어요. 혹시 케미스트리라는 말의 뜻을 아나요?
진지희 : 아뇨. 몰라요. 뭐에요?
‘불의 여신 정이’에 출연한 진지희
Q. 화학반응을 뜻하는 영어인데, 말로 설명하지 못하지만 묘한 감정이 오고가는 것을 잘 표현했을 때, 특히 이성 배우들간에 그런 느낌이 포착했을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에요.진지희 : 하하하. 그런데 사실 영학 오빠와는 처음부터 친하지는 못했어요. 현장에 줄곧 같이 있으면서 나중에는 많이 가까워졌지만,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신 1회에서의 장면은 오히려 서먹서먹할 때 찍은 거죠. 그러니 묘한 감정은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연기자고, 연기자들끼리니까 눈빛이나 그런 것들 때문에 케미스트리라는 것이 생겼나봐요.
Q. 조금 까다로운 질문 하나. 같은 소속사에 요즘 대세 이종석 오빠가 있어요. 노영학 오빠와 이종석 오빠 중 누가 더 좋은가요?
진지희 : (3분 고민하더니) 아, 정말로 영학이 오빠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고, 종석 오빠가 더 멋있어요(웃음). 그렇지만 사실 (이종석 오빠와) 친하지는 않아요. 제가 ‘하이킥3′에 카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어서 만났었는데, 그 때도 별로 친하진 않아서 쑥스러워하며 인사만 한 정도에요.
Q. 선택받지 못한 노영학 군이지만, 그래도 ‘불의 여신 정이’에는 노영학 군과 함께 박건태, 김지민 등등 아역배우들이 유독 많았던 현장인만큼 훨씬 재미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진지희 : 확실히 또래 연기자들과 있으면 편안하고 즐겁고 말도 잘 통해요. 어른 배우들이라고 해서 힘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또래들과 있으면 속마음을 더 쉽게 털어놓을 수 있죠. 그래도 어른들이랑 함께 하면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더 많이 가르쳐주시고, 농담을 하셔도 그냥 농담이 아니라 다 뭔가를 알려주시는 것이라 얻어가는 것이 많다는 장점이 있고요. 특히 전작 영화 ‘고령화 가족’을 찍으면서 당당하게 아무렇지 않게 속시원히 이야기하는 선생님,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저는 이런 인터뷰를 할 때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대답 위주로 말하게 되는데, 거기서는 아무도 그러지 않았어요. 생각을 고쳐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Q. 어른들로부터 그런 인생을 배우는 반면, 친한 아역배우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나요?
진지희 : 아역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소문들도 이야기 하는 편이고, 보통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학업과 관련된 고민도 서로 공유하곤 해요. 그렇지만 아역배우라고 해서 함께 모여 연기를 토론한다거나 하진 않아요. 우리도 밖에 나가면 그냥 똑같은 학생이니까요.
Q. 보통의 일상에서 진지희는 어떤 소녀에요?
진지희 : 저는 조용한 편이에요. 그래도 웃을 땐 잘 웃고, 부모님께는 애교있는 딸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또 말을 안 듣는 때도 많고.
Q. 사춘기가 오진 않았을까요?
진지희 : 살짝 온 것 같아요. 엄마 아빠에 대한 생각도 변했고, 집에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하고.
Q. 참, 그런데 이번 ‘불의 여신 정이’에서 아빠가 전광렬, 이종원 외에 한 분이 더 있네요. 정보석 . ‘지붕뚫고 하이킥’ 때 아빠로 나왔잖아요. 호칭은 어떻게 달라요?
진지희 : 정보석 아빠는 아빠라고 불러요. 사실 겹치는 신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촬영장 가면 만날 수 있으니까 든든해요. 다른 어른들께는 아직 쑥스럽기도 하지만, 아빠한테는 더 편하게 여쭤볼 수도 있고요. 이종원 선생님도 아빠라고 부를 때도 있지만,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도 있어요.
Q. 진짜 아빠가 질투하지 않나요?
진지희 : 아뇨. 진짜 아빠는 어른들이랑 더 친하게 지내라고 하세요. 그리고 진짜 아빠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으니까 삐치진 않아요(웃음).
Q. ‘불의 여신 정이’에서 문근영 언니의 아역을 연기했었죠. 문근영 씨도 아역배우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느낌이 색달랐을 텐데.
진지희 : 저는 매번 롤모델이 바뀌는데, 이번에는 근영 언니를 롤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언니가 아역시절을 경험해서인지 배려도 많이 해주세요. 또 연기에 있어서 열정도 커요. 그런 것을 다 본받고 싶어졌어요. 처음 근영 언니의 아역을 연기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너무 좋았어요. 영광이었죠.
Q. 문근영도 아역배우들의 성장통을 겪었고, 지희 양도 언젠가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넘어가게 되는 길목에서 성장통을 겪게 될 거에요. 그 때를 기다리는 마음은 어떤 가요?
진지희 : 아직은 깊게 생각해보진 못했어요. 하지만 어려서는 주로 밝고 순수한 역할을 했다면 커서는 보여주지 못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서서히 변해가고 싶기도 해요.
Q. 만약,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중학생 진지희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진지희 : 아직까지 자세히 다른 꿈을 꿔본 적은 없고, 이미 연기자의 길을 정해가고 있지만 외교관도 해보고 싶어요. 조금은 아쉬운 것이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면서 다른 꿈은 생각해볼 겨를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연기를 하면서 교수가 된다던지, 충분히 다른 일을 할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불의 여신 정이’에 출연한 진지희
Q. 끝으로, 요즘 사진 찍힌 것을 보면 정말 여배우가 따로 없어요. 소중한 여배우에게 하는 필수 질문입니다. 여배우의 미모유지비결은?진지희 : (쑥스러워 하며) 솔직히 없어요. 그냥 먹고 자고 보통 사람들과 같아요. 하지만 점점 얼굴이 여자가 돼가요(옆에서 소속사 관계자가 ‘뭐라고?’하며 웃자, 다시 쑥스러워하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니까 제 말은 사진이 잘 나온다는 거에요. 여성스럽게(웃음).
Q. 하나만 더요, 폭풍성장한 아역배우에게 하는 필수 질문, 키 크는 비결은?
진지희 : 전 아직 작지만, 그래도 키 크는 비결은 많이 자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촬영에 들어가면 많이 못자지만, 그래도 틈틈이 자려고 해요. 또 먹고싶은 것 열심히 먹고, 줄 넘기도 열심히 하고요. 농구도 발에 자극을 줘서 키 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하는 편이에요.
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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