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진짜 사나이’

MBC ‘일밤 – 진짜 사나이’ 2013년 8월 4일 오후 6시 20분

다섯 줄 요약
훈련의 강도와 빡셈지수(?)는 갈수록 높아진다! 진짜 사나이들은 그간 정들었던 청룡대대원들과 이별을 나누게 된다. 설민호 분대장에 대한 마지막 프로포즈 대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 대한민국 최정예 1%만 살아남는다는 이기자 부대로 전출받은 그들….마치 신병입소를 다시 한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는 훈련과 어려움이 이들 앞에 맞서고 있는데…..한편, 김수로 일병은 지속적인 건강 상의 문제로 훈련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리뷰
‘군대’라는 곳은 사회에서 개인을 규정했던 여러가지 지표들을 모두 괄호안에 넣고 입대일을 기준으로 한 ‘계급’과 ‘이름’만이 식별부호가 되는 ‘익명성의 공간’이다. 8월 4일 방영된 ‘진짜 사나이’는 이러한 익명의 삶이 역설적으로 가져다 주는 작은 감동들을 보여주는 한 회 였다. 나이가 밝혀짐에 따라 분대장의 새로운 일면을 알게 되는가 하면, 건강의 악화로 힘들게 마지막 훈련을 받는 김수로의 사연,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같은 입장으로 맘졸이고 그리워하는 샘 일병과 설민호 상병의 모습등은 이 공간이 단순히 위계와 질서만이 아닌 ‘사연’과 ‘의지’가 결합된 복합적인 곳이라는 점을 알게 한다.

회가 거듭될 수록 사연의 가짓 수가 많아져서 일까?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극화된 에피소드(프로포즈 대작전)가 리얼타임 내에 삽입되고, 인물들간의 관계를 되짚기 위한 플래시 백의 등장이 프로그램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단, 조금씩 불편해지는 프로그램의 이데올로기는 이번 회를 통해 볼 때 단순히 군대의 폐쇄적 멘탈리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훈련단위로 시퀸스의 구성이 이뤄지던 이전과는 달리 기승전결로 재조립된 이야기 구조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일방적인 남성성을 강요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남성성을 검증받아야만이 ‘진짜 사나이’가 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서사를 통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군대는 다수의 인지도를 얻은 공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편성을 지니지는 않는다. 누구나 동의할 정도의 윤리적 합의를 아직 부여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 곳의 생활과 이야기가 전부인 양 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존 수많은 영화들에서 되풀이 되어 온 남성신화의 수순처럼 ‘기존 사회와의 단절-구성원의 이탈-새로운 집단에서의 적응-남성성의 획득’이라는 전형성은 ‘진짜 상남자가 되었다’라는 자막으로 대체되어 일갈되는데 인물들의 몸을 내던지는 열정으로 인해 이것이 자연스레 수긍이 가면서도 일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단편적이다.

남성의 컴플렉스를 끊임없이 자극받았던 ‘실미도’의 대원들이 이성애적 낭만속에 포획되어 ‘사관과 신사’와 같은 한 편의 드라마를 찍었던 이번 회는, 달라진 프로그램의 위상과 함께 향후 변화를 짐작케 하는 분수령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수다포인트
-분대장님이 너무 착하면 안됩니다. 가끔 좀 세게(?) 나가면 앞으로 더 잘될 수 있습니다. 남자가 가끔 그러면 멋있답니다. (항상 마지막에 하는 말은 가슴을 울리죠)
-이기자하!!!! 저를 이기겠습니다하. 손진영을 이겨버리겠습니다하. 건강하십쇼호(오늘 최고의 웃음 포인트)

글. 강승민(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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