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왼쪽), ‘더 테러 라이브’ 포스터

영화 ‘설국열차’의 흥행이 거세다. 영화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대중의 호기심을 더욱 부추겼다.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가볍게 동원했다.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 신기록은 덤으로 따라 왔다. 이제 맞선 ‘더 테러 라이브’도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 붙었다. 특히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 CJ와 롯데 등의 대결 구도로 묶이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2013년 31주차(8월 2~4일) 극장가는 이 같은 ‘윈윈’ 효과로 극장가의 규모 확대를 가져왔다.

5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설국열차’는 1,127개(상영횟수 1만 6,226회) 상영관에서 226만 191명을 동원했다. 누적 329만 7,568명을 기록,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 평일 관객수, 한국영화 최단 기간 300만 돌파 등 엄청난 흥행 열풍이다. 초반 기세만 놓고 보면 그 어떤 1,000만 영화보다 거세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좌석점유율. 7월 31일 개봉당일 47.4%의 좌석점유율로 시동을 건 ‘설국열차’는 1일 62.9%, 2일 61.8%로 60%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토~일, 주말 이틀 동안 각각 76.3%, 71.7%이란 ‘어마어마’한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 6월 개봉돼 개봉 5일 만에 300만을 넘었던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비교해도 막상막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후 5일 동안 349만 1,282명을 기록했다. ‘설국열차’보다 약 20만 명 정도 더 동원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현충일이란 공휴일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당시 현충일 날 무려 91만 9,010명이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관람했다. 또 79.8%라는 믿기 어려운 좌석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토~일, 주말 이틀 동안에도 대규모 상업영화로는 높은 수치인 62.1%, 56.4%에 달했다. 그러나 ‘설국열차’의 점유율은 이보다도 높다. ‘설국열차’의 기세가 더 무섭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2013년 31주차(8월 2~4일) 박스오피스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도 만만찮은 기록을 남겼다. 742개(1만 2,175회) 상영관에서 119만 5,345명을 끌어 모았다. 누적 관객수는 183만 6,450명이다. 97분이란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과 롯데란 대기업의 뒷받침으로 넉넉한 상영횟수를 보장 받았다. 그리고 토,일 좌석점유율이 각각 76.3%, 62.8%에 이를 정도로 영화 자체의 힘도 컸다. 여기에 ‘설국열차’와 맞대결이란 대중의 관심과 주목이 더해졌다. 최근 3주간 박스오피스 1위 작품 보다 2위에 오른 ‘더 테러 라이브’의 흥행 성적이 더 좋다. ’설국열차’와 더블스코어 차이지만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한 편으로 꼽힌 ‘설국열차’와 맞대결을 펼친다고 했을 때 이 같은 선전을 예상이나 했을까. ‘설국열차’와 맞붙는 과감한 선택이 주효했다. 안정적인 2위 전략이다. 그리고 대기업 ‘롯데’이기에 가능했던 것도 그 이유다.

물론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 두 편의 상영횟수를 더하면 무려 2만 8,301회. 2~4일간 전체 상영횟수는 4만 6,110회다. 단 두 편의 영화가 전체 상영횟수의 약 61%다. 하지만 이번에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거세게 불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당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주말 3일 동안 1만 8,853회의 상영횟수를 기록했다.(당시 2위는 ‘스타트렉 다크니스’로 4,627회에 불과했다.) 전체 4만 1,820회의 약 45%다. 홀로 독주했더 게 아무래도 ‘문제’였을까.

두 작품이 스크린을 독식하는 가운데에서도 애니메이션 ‘터보’와 ‘개구쟁이 스머프2′는 확실한 타겟층을 공략했다. ’터보’는 515개(4,506회) 상영관에서 35만 5,861명(누적 138만 2,961명)을 기록, 개봉 2주차 주말에도 3위를 유지했다. 5,219회였던 상영횟수는 700회 가량 줄었음에도 관객은 4만 8,113명(11.9%) 감소에 그쳤다. 토,일 동안 50% 이상 좌석 점유율을 보이며 어린이 관객층을 제대로 사로 잡았다. ‘개구쟁이 스머프2′는 478개(3,617회) 상영관에서 29만 3,892명(누적 43만 7,937명)으로 개봉 첫 주 4위에 랭크됐다. ‘개구쟁이 스머프2′는 2일(토) 60.4%, 3일(일) 57.9%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터보’ 보다 더 좋은 점유율이다.

영화 ‘터보’, ‘개구쟁이 스머프2′, ‘감시자들’, ‘레드:더 레전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스틸

5위부터는 급격한 하락이다. 2주 연속 1위에 올랐던 ’레드:더 레전드’는 381개(3,726회) 상영관에서 19만 4,454명(누적 275만 6,415명)을 동원했다. 전주보다 70.8%(47만 1,571명) 관객이 감소했다. 9,304회였던 상영횟수도 5,600회 가량 빠져나갔다. 당초 300만 돌파가 쉬워보였으나 25만 남은 현재 상황으로선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7월 극장가를 장악한 ‘감시자들’은 214개(1,394회) 상영관에서 5만 4,784명(누적 545만 8,567명)으로 6위에 올랐다. 6,000회를 넘었던 상영횟수가 1,394회로 줄었다. 관객 감소는 무려 84.0%(28만 8,633명)에 이른다. 물론 두 작품 모두 아쉬울 게 없는, 흥행할 만큼 흥행한 상황이다.

‘더 울버린’은 개봉 2주 만에 초라한 상황을 맞이했다. 1만(9,848회) 회에 달했던 상영횟수는 고작 1,599회만 보장 받았다. 전주보다 90.6%(52만 6,584명) 관객이 감소했다. 개봉한지 겨우 2주차 주말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가슴 아플 법도 하다. 더욱이 휴 잭맨까지 내한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더욱. 145개(833회) 상영관에서 4만 679명(누적 130만 1,276명)으로 8위를 차지한 ‘미스터 고’는 10위권 밖으로 퇴장을 앞두고 있으며, 44개(287회) 상영관에서 1만 5,119명(253만 1,742명)으로 10위에 오른 ‘퍼시픽 림’은 앞으로 순위권에서 보기 힘들 전망이다.

잠시 쉬어가는 주?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맞대결 그대로

32주차 극장가는 잠시 쉬어가는 주다. ‘설국열차’의 기세가 최소 2주 정도는 이어질거라 예상했는지(현재로선 ‘더 테러 라이브’도 함께 갈 전망이다.) 눈에 띄는 기대작이 없는 상황이다. 5일 낮 12시 현재 예매율 역시 ‘설국열차’가 49.1%로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더 테러 라이브’ 18.7%, ‘개구쟁이 스머프2′ 6.4% 순이다. 애니메이션 ‘에픽:숲 속의 전설’이 그나마 대규모로 개봉될 작품이다. ’개구쟁이 스머프2′, ‘터보’ 등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출’로 화제를 모은 여민정이 출연하는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비롯해 ‘나에게서 온 편지’, ‘베이트’, ‘페이퍼 보이’ 등 작은 영화들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슈퍼주니어 공연 실황을 담은 ‘슈퍼쇼4 3D’도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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