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팝의 어제와 오늘을 볼 수 있는 무대였다. 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은 90년대 브릿팝의 거물 스웨이드부터 최근 떠오르는 신성 피스, 베테랑 밴드 글라스베가스 등 다양한 영국 밴드를 경험할 수 있었다.

헤드라이너를 맡은 스웨이드의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메인 스테이지인 펜타포트 스테이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연 전 사운드체크로 섹스 피스톨즈의 ‘Bodies’를 틀을 때부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스웨이드는 새 앨범 ‘Bloodsports’의 타이틀곡인 ‘Barriers’로 공연을 시작했다. 보컬 브렛 앤더슨은 초반에 약간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지만 곡을 거듭할수록 예전의 선명한 노래를 들려줬다. ‘She’, ‘Trash’, ‘We Are The Pigs’ 등 히트곡들이 흐르자 관객들은 제자리 뛰기를 하며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2년 만에 한국을 찾는 스웨이드의 브렛 앤더슨은 여전히 아름다운 ‘꽃 중년’의 모습이었다. ‘Filmstar’에서는 마이크를 마치 철퇴마냥 빙글빙글 돌려대며 날렵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흰색 티셔츠를 입은 브렛의 몸이 땀으로 젖어 가슴털이 드러나자 여성 팬들은 자지러지듯 소리를 질러댔다. 한국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Beautiful Ones’는 반가웠고, 낭만적인 피아노 선율의 ‘By The Sea’, 두 번째 앵콜 곡으로 흐른 ‘Saturday Night’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무대가 끝난 후에 수십 명의 여성 팬들은 스웨이드의 신곡 ‘Hit Me’를 듣지 못했다며 그 노래를 합창해댔다.

처음 한국을 찾은 영국의 신생 밴드 피스는 젊은 열기가 넘치는 사운드로 처음 보는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보컬과 기타를 맡은 해리 코이저의 연주는 사이키델릭하면서 ‘쿨’한 감성을 전했다. 국내에는 아직 낯선 밴드이지만 히트곡 ‘Toxic’은 상당수의 팬들이 따라 부르기도 했다. 미국 밴드 스토리 오브 더 이어는 이날 ‘펜타포트’에서 가장 헤비한 순간을 연출했다.



최근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는 밴드 ‘맨 위드 더 미션’은 이날 두 번째로 큰 무대인 드림 스테이지에서 가장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다. 귀여운 늑대 탈을 쓰고 무대에 오른 이들은 댄서블한 록으로 관객들을 춤추게 했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 것은 조금 아쉬웠다. 벨기에 출신의 뮤지션 시오엔은 밴드와 함께 로킹한 무대를 선보였다. 국내에 잘 알려진 ‘Crusin’’을 노래할 때는 여성 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YB, 뜨거운 감자, 오지은, 블랙백 등 국내 뮤지션들의 공연도 돋보였다. 뜨거운 감자에서는 보컬 김C와 기타리스트 조정치의 조합이 눈길을 끌었으며 오지은의 공연에서는 기타리스트 신윤철의 연주도 빛을 발했다.

록밴드 외에 재즈, 레게 무대도 돋보였다. 재즈 밴드 프렐류드는 대낮에 열린 공연에서 보컬 없는 순수한 재즈 연주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으며, 새벽에 이어진 레게 무대에서는 윈디시티 등이 관객들을 무아지경으로 인도했다.

2일 개막한 ‘펜타포트’는 첫 날에 들국화를 비롯해 메탈밴드들인 스틸하트, 테스타먼트, 스키드 로우의 무대로 골수 록 팬들에게 반가움을 전하기도 했다. 주최 측인 예스컴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2일 관객 27,000, 3일 관객 36,000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행사는 4일까지 이어진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예스컴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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