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팝의 웨이, 초아, 소율, 금미, 엘린(왼쪽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요즘 관심사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너도나도 대답하는 걸그룹이 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헬멧을 쓰고 무대 위를 뛰어노는 크레용팝이다. 여자라면, 그것도 TV에 출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뻐 보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크레용팝은 어떻게 보면 엽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의상과 안무에도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부른다. 심지어 즐기고 있다.

공자가 말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이를 대변하듯 음원 차트에서 100위 밖에 있던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활동 막바지에 이르러 브아걸, 다비치 등 쟁쟁한 음원 강자들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9일 현재 멜론 3위) 이제 크레용팝은 갑작스러운 인기가 그저 노이즈 마케팅에서 비롯된 반짝인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차례다. “그동안 노력했던 게 이제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라며 매일 아침 놀랍고 신기한 마음이 든다는 크레용팝을 만났다.

Q. 지난달 27일 단독 미니 라이브 공연을 했다. 소감이 어떤가?
소율 : 한국에서는 처음 공연했던 미니 라이브 공연이었다. 일본에서는 미니 라이브 공연을 많이 했었는데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한국에서 하게 되니 정말 많이 떨렸다. 원래 무대에 올라갈 때 잘 떨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때만큼은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에 많이 떨었다. 솔직히 연습을 많이 못 했는데 팬들이 호응해줘서 감사하고 죄송했다.

Q. 공연장에는 크레용팝처럼 독특한 개성을 가진 팬들이 정말 많더라.
금미 : 이런 팬들도 없고, 이런 가수도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항상 공개방송이나 공연이 끝나면 악수회를 해서 처음 오신 분들을 빼면 어떤 팬이 누군지 거의 다 기억한다. 그래서 누구 팬이 기억에 남기 위해서 독특한 말을 한다거나 인상 깊은 말을 하면 우리끼리도 그 말을 인용하면서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초아 : 옷을 우리보다 더 특이하게 입는다. 공사장 헬멧, 야광봉, LED 선글라스 같은 거. 최근에는 팬미팅 때 다섯 명의 팬이 우리 커버 댄스를 춰서 우리도 함께 구경했다. 그 멤버들이 강남, 홍대, 명동, 이태원, 신촌 등을 돌아다니면서 우리처럼 게릴라 공연을 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요즘 방송 스케줄 때문에 게릴라를 못 하고 있는데 팬들이 우리 대신 게릴라 공연을 하는 영상을 보면서 감동 받았다.
소율 : 팬들의 편지로 우리 덕분에 자신의 끼를 발견했다고 말하는 분들도 알게 됐다. 스트레스를 풀고, 다른 사람처럼 소리 지르는 모습에 놀랐다는 분들도 있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고 기뻤다.

Q. ‘댄싱퀸’때부터 게릴라 콘서트로 팬들을 만났다. 공연장 콘서트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소율 : 게릴라는 같은 눈높이에서 하는 거라서 조금 더 친근감을 느낀다. 좀 더 소통되는 거 같다. 모르는 분들이 계실 때는 조금 더 우리를 알리자는 위주로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뭐지? 얘네?’ 이런 식으로 쳐다보시길래 더 뻔뻔하게 했다. 요즘에 ‘빠빠빠’ 활동하면서 게릴라를 나갔는데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생기고, 5기통 춤을 따라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기분 좋게 공연하고 있다.

Q. 독특한 개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데뷔 때부터 이러한 콘셉트를 노렸나?
금미 : 우리도 처음 춤을 보고 당황했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우리는 분명히 어른들이나 관계자들이 보면 바꾸라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니 어떻게 여자가 다리를 벌리고 춤을 추니”라면서. 그런데 대표님이 춤을 보고 정말 좋아하셨다.
초아 : 리더인 금미언니가 우리가 힘들어하면 “괜찮아, 바뀔 거야. 걱정 하지마. 사람들도 눈이 있는데”라고 위로하며 “기다리자. 얘들아”라고 말했었다. (웃음) 그런데 보는 분마다 좋다고 이러시니깐. (웃음)

Q. 바뀔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바뀌지 않아서 힘들지는 않았나 (웃음)
금미 : 우리가 체념이 빨라서 그런지 열심히 했다.
소율 : 열심히는 했어요. 진짜.
금미 : 나중에는 ‘아 이 좋은 콘텐츠가 왜 안 터지지?’라고 생각마저 했다.

크레용팝의 초아, 웨이, 소율, 금미, 엘린(왼쪽부터)

Q. 개성 있는 춤을 즐기면서 춘다. 다들 성격도 유쾌한 편인가?
금미 : 보이는 그대로!
초아 : 시키는 거 열심히 하는 유쾌한 사람들이다.

Q. 크레용팝만의 개성을 인정받아 ‘빠빠빠’ 음원도 100위에서 3위로 역주행했다!
초아 : 음원 차트 상위권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지금도 아침마다 되게 놀라고, 상위권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랍고 신기하고 좋다.
금미 : 예전에 발표했던 ‘빙빙’이나 데뷔곡 ‘Saturday Night’ 뮤직비디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예전에 노력했던 것이 지금 빛을 발하는 것 같아 기쁘다.

Q. ‘Saturday Night’도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개성 있었던 콘셉트였다.
금미 : ‘Saturday Night’때부터 특이한 것을 하고 싶어 했다. 의상부터 액세서리까지. 그런데 그때는 지금보다 제작진이 많았다. 전문 스타일리스트도 따로 있었다. 대표님이나 우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 못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들로 우리만의 색깔을 진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처음이라서 더 조심스럽게 했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다른 걸그룹과 비슷한 모습으로 데뷔하게 됐는데 반응을 못 얻고 나서는 확실하게 가야 된다고 생각해서 ‘댄싱퀸’때부터 우리 의견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Q. ‘댄싱퀸’에서 어떻게 트레이닝복을 입을 생각을 했었나?
엘린 : 일단은 우리를 알리기 위해서 다른 걸그룹과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트레이닝복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반응이 좋았다. 안무 자체가 워낙 특이한 동작이 많아 안무와 함께 의상이 더 특이하게 보였다.
금미 : 처음에 트레이닝복을 입자고 해서 입었지만, 크게 사람들이 놀라워할지는 몰랐다. 사람들이 ‘댄싱퀸’에 대해서 트레이닝복을 많이 기억해주셔서 놀랐다.

Q. ‘댄싱퀸’ 이후에 예전에 활동했던 ‘빙빙’을 다시 불량 버전으로 바꿔서 다시 활동했다.
초아 : 표정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귀여운 콘셉트에 너무 익숙해진 상황이라 불량버전으로 한다고 했을 때, 멤버들이 다 반대했다. 상상도 안 갔다. 차라리 처음 접하는 노래였으면 모르겠지만 우리가 가진 습관들을 버려야 해서 더 힘들었다.
웨이 : 껌을 하루에 50통씩 사서 씹었다. 츄파춥스도 물고. 노래하면서 사탕을 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노하우가 생겼다. (웃음)

Q. ‘댄싱퀸’, ‘빙빙’, ‘빠빠빠’ 계속해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 너무 트레이닝복으로만 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초아 : ‘빙빙’때는 그랬다. 특히 ‘빙빙’ 불량 버전은 우리보다 회사의 아이디어였다. 다시 트레이닝복을 입는다는 것 자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댄싱퀸’이 그렇게 크게 성공하지 않아서… (웃음) 또 입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오히려 ‘또 입네?’보다 ‘얘네 누구지?’이런 반응이 더 많았다.

크레용팝 초아, 웨이, 소율, 금미, 엘린(왼쪽부터)

Q. ‘빠빠빠’의 탄생 과정을 듣고 싶다.
웨이 : ‘빠빠빠’는 준비를 2개월 정도 했는데 매일 회의를 했다. ‘댄싱퀸’과 ‘빙빙’으로 마니아층이 생겨서 이번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가되 전보다는 강렬한 것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헬멧, 장갑과 같은 아이템을 떠올렸다.
초아 : 우리가 트레이닝복을 입었던 것은 다른 걸그룹보다 다르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트레이닝복에서 더 강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빠빠빠’를 들으니 만화주제곡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독수리 5자매’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내가 헬멧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때 동의한 친구도 있고, 긴가민가한 친구도 있었다. 왜냐하면 트레이닝복을 입었을 때도 그렇고.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니까. 헬멧을 시작으로 첫 콘셉트가 잡혀서 그 뒤로 아이디어가 쭉쭉 나왔다. 대표님께서 의상을 다 정하셨다.

Q. 대표님이 아이디어가 많으신 것 같다.
금미 : 대표님은 우리가 연습생 시절, 사진을 찍을 때도 식상한 포즈를 싫어하셨다. 항상 특이하게.
초아 : V를 제일 싫어하셨다.

Q. 화제의 ‘직렬 5기통’ 춤은 어떻게 탄생했나?
초아 : 안무가 선생님께서 가사가 ‘점핑 점핑’이어서 우리가 옆 사람과 교차로 뛰는 안무를 먼저 짜오셨다. 원래 손이 없고 차렷 자세로 몸만 뛰는 안무였다. 하다 보니 너무 심심해서 손을 이용해 도움닫기를 하는 척하며 뛰다가 각을 잡아서 뛰어봤다. 그랬더니 착시효과가 생기면서 신기하고 괜찮더라.

Q. 착시효과가 생길 정도면 각이 정확해야 할 텐데.
초아 : 서로 맞췄다. 팔은 모두 여기까지 올리자.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허벅지 근육만큼은 잘 키웠다.

Q. 귀엽거나 섹시한 콘셉트를 하고 싶지는 않나?
초아 : 연습생 때 많이 했다. 평소에도 각자 잘 꾸미고 다녀서 그때로 만족한다. 사실 ‘빠빠빠’를 보면 섹시한 춤도 있고, 귀여운 춤도 있고, 예쁜 것도 있다. 잘 봐주세요. (웃음) 우리가 앞으로 활동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Q. ‘댄싱퀸’, ‘빙빙’, ‘빠빠빠’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콘셉트가 있다면?
초아 : ‘댄싱퀸’. 처음으로 트레이닝복을 입었고, 처음으로 우리 색깔이 나왔고, 처음으로 우리 의견이 반영됐다. 처음으로 게릴라 공연을 나갔던 곡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일 미디어 노출이 안됐던 곡이라 안타깝기도 해서 애착이 많이 갔다.

Q. 다음 콘셉트에 대한 부담도 있을 거 같다.
초아 : 그렇다. 요즘은 바빠서 아이디어 회의를 잘 못하지만 머릿속에 이것저것 떠올려 보고 있다.

크레용팝 멤버 금미, 엘린, 소율(왼쪽부터)

Q. 웨이는 인디밴드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디밴드와 걸그룹 모두 겪어보니 어떤가?
웨이 : 그때도 디지털 싱글을 내려고 준비를 했었다. 회사에 소속된 상태가 아니어서 우리끼리 작사, 작곡, 편곡을 다 했었다. 믹싱 마스터링까지. 아이돌을 보면 회사에서 찍어서 나오는 상품이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원래 성격이 능동적인 편이고 인디밴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시스템이 힘들었다. 그런데 회사가 우리 의견도 많이 받아주고 우리 색깔이 더 잘 나와서 그때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 혼나더라도 의견을 많이 내려고 한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이나 개인 활동이 있다면?
웨이 : CF나 MC, DJ 쪽을 해보고 싶다. 지금은 주어진 것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소율 : 나도 원래 밴드를 되게 하고 싶어 했다. 지금은 일단 주어진 거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것을 할지는 예측할 순 없지만, 나한테 맡긴 일이라면 다 받아들이고 싶다.
엘린 : 여러 가지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싶다. 연기나 버라이어티나 CF 모두.
초아 : 원래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고, 앞으로 연기도 하고 싶고, 영화도 하고 싶다. 예능도 하고 싶다. 기회만 된다면 모두 하고 싶다.
금미 : 다 같은 생각이다.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면 마다치 않을 것이다.

Q. 미니라이브 공연 때 초아가 부른 뮤지컬 노래를 듣고, ‘뮤지컬도 잘하겠다’고 생각했다.
초아 : 사실 대학교 전공이 연기인데 1년 동안 다니면서 뮤지컬 전공이었다. 그래서 관심이 많다.

Q. 초아와 웨이는 쌍둥이다. 쌍둥이가 함께 활동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
초아 : 장단점이 있다. 가족이라서 의지가 되는 부분도 있는데 힘들 때는 둘 다 힘드니까 오히려 의지가 안 될 때도 있다. 원래 내가 먼저 연습생이었을 때 서로 고민을 터놓고 얘기했는데 지금은 같이 힘드니까 의지할 데가 없다.
웨이 : 예전에는 힘들면 서로 연락해서 한 명이 기분 좋을 때 위로를 잘 해줬다. 지금은 같이 힘드니 서로 말을 못할 때도 있다.

크레용팝 쌍둥이 멤버 초아, 웨이(왼쪽부터)

Q. 롤모델이 있다면?
웨이 : 항상 싸이나 DJ DOC가 롤모델이라고 말한다. 무대에서 신나게 놀고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

Q. 앞으로 활동은 어떻게 되나?
초아 : 다음 주부터 보름 동안 일본에 가서 공연한다.

Q.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거 같다.
금미 : 일본에 가면 한국팬 못지않게 한국말로 우리 이름 불러주시고, 응원해주신다. 사실 우리는 귀여운 버전의 ‘빙빙’이 일본에 더 먹힐 줄 알았다.
웨이 : 일본은 억양도 높아야 하고 귀여운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우리는 특이하긴 하지만 털털한 콘셉트라서 성공할까 고민이었다. 어떻게 보면 엽기적이고 코믹적이니까.
초아 : 아직 ‘빠빠빠’로는 일본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일본 활동이 기대된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소율 : 우리가 게릴라를 시작했을 때, 팬이 3명밖에 없었어요. 발 벗고 뛸 때부터 조금씩 생긴 팬들이 지금까지 많이 사랑해주세요. ‘빠빠빠’ 통해서 새로운 팬도 많이 생겼고, 생각지 못한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드려요. 앞으로 성장하는 크레용팝이 될 테니 많이 사랑해주세요.

글,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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