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

이번주 종영을 맞은 KBS2 월화드라마 ‘상어’와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각각 반대편에 서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복수극에서 시작해 사람들 사이의, 또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관한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는 것.

법정 드라마를 표방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긍정적인 시선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바라본다. 이 작품은 재판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기존의 선악 대결 구도를 넘어서 변호사와 판사, 증인 등 각 인물들의 상황에 따른 진실과 정의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을 보여줬다.

극의 묵직한 메시지는 바로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어릴 적 자신을 구해준 장혜성(이보영)을 잊지 않고 10여년간 다시 만나리라는 마음을 간직해 온 박수하(이종석)는 언제 어디에 있든 ‘당신을 찾아내고 좋아할 것’이라며 혜성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낸다.

당초 그저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국선전담변호사에 지원했던 혜성은 마음을 읽는 수하의 도움으로 점차 변호사로서 자신의 능력을 확장시켜가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의 전폭적인 믿음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발전을 가능케 한다는 명제를 두 사람의 사랑을 통해 확인시켜 준 것.

이같은 ‘믿음을 통한 성장’은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도 보여졌다. 냉정하기 그지 없던 서도연(이다희)은 주위 동료들을 통해 변해간다. 도연의 상처를 고려해 친아버지 달중(김병옥)에 대한 솔직한 돌직구를 날린 혜성이나 ‘법은 따뜻한 심장을 지녀야 한다’는 차관우(윤상현)의 충고로 인해 그녀에게도 조금씩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생겨난다.

악인 민준국(정웅인)도 마찬가지다. 두 번이나 자신의 변호를 맡은 차관우에게서 ‘우리’라는 단어를 듣고 감동한 표정을 지었던 그는 실은 아무도 믿지 못해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런 그는 변호사로서 끝까지 책임감을 보이며 자신의 편에서 변호해 준 차관우를 통해 무기징역형 선고 전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낀다.

반면 ‘상어’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는 반대편에서 인간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죽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잠자는 순간까지도 움직여야만 하는 ‘상어’를 말하며 시작된 이수(김남길)와 해우(손예진)의 이야기는 한 편의 찬란한 복수극이었다.

KBS2 ‘상어’

복수는 늘 그러하듯 인간의 어긋난 욕망에서 비롯된다. 세상 속 우리들은 모두가 타인과 유무언의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는데, 어긋난 욕망은 서로간의 신뢰를 깨트리게 만든다. 일종의 배신의 피해자가 된 이가 가해자를 향해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정당성에 목을 매기 시작할 때, 비로소 복수가 타오르기 시작한다.

‘상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제각각의 추악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세상 혹은 상대에 대한 배신이 됐다.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조상국(이정길)은 존재 자체가 거짓이었다. 가장 구역질이 나는 위선으로 세상과 마주한 그는 가족은 물론 때로는 자기자신마저도 철저하게 속인 채 살아가는 자였다. 추악한 비밀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은 반복됐고, 과정에서 숱한 이들의 희생됐다.

조상국을 향해 복수를 불태우던 이수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자신을 향해 인자한 미소를 띠던 조상국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마저도 잃고 말았다. 양민을 학살하고 미군의 첩자였던 천영보로서의 인생을 지우고 명망 높은 독립운동가의 아들 조상국으로 위장하며 살던 그를 제거하기 위해서만 살아야 했던 이수 역시 김준이라는 거짓된 이름을 갑옷처럼 둘러야 했다.

거짓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그 거짓이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또다른 거짓을 만들어야만 하는 삶은 양극에 있던 조상국과 이수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돼버렸다.

드라마는 조상국의 세계에는 균열을 내는데 그치는 반면, 이수의 세계는 완전히 붕괴시키며 끝을 맺는다. 복수라는 맹목적인 목적을 향해 자신마저 속여야 했던 한 불행한 남자의 말로는 그렇게 처참했다.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숨을 쉬지 못한 이수는 다음 생에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글. 장서윤 ciel@,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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