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에서 이어짐) 2003년 프로듀서가 세상을 떠난 후 멤버들은 밴드를 해체하고 방황했다. 혼란스런 마음을 정리한 지아는 열살 이상 차이나는 오빠들이 주축이 된 4인조 밴드 슬러쉬 퍼피의 보컬로 들어갔다. 현재 윤도현 밴드에서 활동하는 스캅이 기타를 쳤고 매니저 엄성환은 드러머였다. 지아는 럼블피쉬가 출전했던 KTF 록 페스티발에 밴드와 함께 노래해 심사위원위 선정 1위를 수상하며 1년 반 정도 활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아는 한신대 경제학과로 드럼 배키는 동덕여대로 진학했다. 지아가 한신대로 간 것은 김준성 때문에 알게 된 밴드 이브의 김세헌, 박웅, 김건이 OB멤버로 있는 메트로폴리스 음악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서였다. 9기 멤버 중 여자는 지아 한 명. 그녀는 밴드 오디션에서 탁월한 실력으로 메인 기타로 뽑혀 ‘여자는 밴드하면 안된다’는 선배들의 편견을 깨트렸다.

밴드 슬러쉬 퍼피는 지아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체를 했다. 멤버 대부분 30세의 나이가 되어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쳤기 때문. 본격적으로 음악공부를 하고 싶었던 지아는 한신대를 중퇴하고 서울재즈아카데미 기타과에 들어갔다. 졸업할 즈음 밴드 더더의 김영준이 운영한 혼성 4인조 하바네의 마루와 부부밴드에 연습생 개념으로 들어갔다. 2년 후 재미없는 남의 음악보다 자신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레이블을 나왔다. 4인조 펑크 밴드 샌드위치를 결성해 처음으로 기타겸 보컬을 시작했다. 이후 4인조 혼성 페이퍼 문까지 다양한 밴드 거치며 음악내공을 쌓아갔다. “혼성밴드 활동을 하다 보니 남자관계가 엮어서 너무 싫었어요. 저는 아무 감정 없는데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리고 여자지만 너 진짜 음악 잘해가 아니라 곡 작업할 때 알게 모르게 여자라서 아래로 무시했던지라 못해 먹겠더군요. 그래서 러버더키 멤버들에게 다시 연락했습니다.”(지아)

베이스 배미는 프로듀서 사망 후 한동안 음악을 놨다. 안양대 영문학과에 진학한 그녀는 대학 2학년 1학기 때 휴학을 했다. 더더의 김영준이 운영한 4인조 걸 밴드 노리화(사막에 피는 꽃 이름) 활동 때문. 2008년 비유통 앨범을 한 장 냈지만 기혼자인 보컬언니가 임신을 해 보컬이 교체된 후 음악 정체성을 잃어 밴드는 해체되었다. “노리화의 기타 치는 언니가 커트 코베인과 똑같이 생겼었어요.(웃음) 밴드 해체 후 드럼 치는 언니가 다녔던 보험회사를 잠시 다녔는데 그때 지아가 밴드를 다시 하자고 연락을 했어요.”(배미)



2009년 의기투합한 멤버들은 자비 150만원을 들여 홍대 인근 스튜디오 808에서 4곡을 작업해 2010년 데뷔EP ‘I Am A Single’을 제작했다. 다소 설익은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파워풀한 사운드와 어우러진 보컬 중심적 노래들은 드라마틱했고 몽환적인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첫 싱글을 들고 이들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프로듀서 김준성이 잠들어 있는 벽제 납골당. “음반에 사인을 하고 저희 이만큼 커서 앨범을 냈다고 오빠의 납골당에 CD를 얹어놓고 인사했습니다. 생전에 그렇게 원하시던 러버더키의 첫 앨범인지라 그날 펑펑 울었습니다. 오빠가 돌아가신 날에도 비가 내렸는데 납골당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도 비가 억수같이 내리더군요. 저희 앨범을 본 오빠가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생각하니 행복했습니다.”(지아) 다음 날 납골당에 들렸던 록밴드 크래쉬의 안흥찬이 러더버키의 데뷔앨범을 보고 연락을 해 타임투락 페스티발에 나가도록 도와줬다.

2010년 통영 프린지 락 페스티벌 TIMF에 참가해 Rising Star상을 수상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내친김에 150개 밴드가 참가한 KT&G 상상마당 밴드 인큐베이팅 컨테스트 3기에서 최종 우승한 여세를 몰아 ‘엠넷 타임 투 록페스티벌’ 최종 본선에도 진출했다. 2010년 말 정규 1집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 러버더키를 결성했을 때 보컬은 배미였어요. 재결성하며 쓰리보컬로 갔죠. 1집 작업하면서 배키와 약간의 견해차이로 충돌했어요.“(지아) 배키의 제안으로 KBS TV 톱밴드에 나가 밴드의 존재를 알린 후 1집을 발표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의견 충돌을 빚은 배키가 밴드를 탈퇴해버렸다. 드럼이 없어 재즈 드러머 서희와 급하게 출전한 탑밴드는 합이 맞지 않아 보기 좋게 떨어졌다. 하지만 2012년 탑밴드2 출전 때는 기타리스트 지아가 신대철로부터 극찬을 이끌어냈다.

“써니가 들어오기 전에 3명이나 오디션 봤어요. 4번째로 오디션을 보러온 써니도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착하고 성격이 좋아보였어요. 그래서 밴드 창작곡인 ‘에브리바디’, ‘점핑’ 2곡을 일주일동안 연습할 시간을 주고 함께 합주를 해보고 마음에 들어 합격시켰습니다.”(지아) 2011년 드럼 써니가 새롭게 가세한 러버더키는 2기 라인업 구축했다. “처음엔 음악이 저랑 맞지 않았어요. 언니들 음악은 하드한데 저는 실용음악과에서 그냥 보컬에 맞춰주는 세션식 합주만 했던지라 전혀 새로운 음악이었어요. 그래도 성격이 좋아 마음에 든 언니들하고 제대로 된 밴드를 해보고 싶었습니다.”(써니)



막내 써니(본명 김성희)는 5세 때 부천으로 이사를 갔다. 노래를 좋아하는 집안에서 성장한 써니는 어린 시절 운동을 좋아하고 승부욕 강한 선머슴 같은 아이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회에서 엄마의 제안으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여월중학교에 입학해 스쿨밴드 러쉬에 들어가 3학년 때 복사골 문화제 행사로 마련된 부천시 학교대항 밴드 페스티발에 나가 1등을 했다. 그때 대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연합밴드를 구성해 힙합클럽 빌려서 공연을 했다. 조명도 없는 열악한 공연이었지만 친구들의 열광하는 소리에 희열을 느낀 써니는 그 찌릿했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다. 원종고에 들어간 써니는 스쿨밴드 언밸런스에 들어가려 했지만 친한 언니가 있던 한별단 걸스카우트에 들어갔다.

중3때 공연하면서 느낀 짜릿했던 순간을 지울 수 없어 수원과학대 실용음악과로 진학했다. 학교에선 여자는 어려운 연주를 못한다는 편견 때문에 발라드만 연습 시켰다. 과에서 가장 연주를 잘하는 오빠를 이기고 싶은 승부욕이 발동했다. 그래서 영국 혼성 재즈 펑크밴드 인코그니토의 어려운 곡 ‘토킹 로드’를 연습해 연주를 하자 주변에서 신뢰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써니에게 드럼연주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밴드활동에 대한 막연한 로망을 품었던 써니는 졸업 후 숭실대 편입 후 러버더키 오디션을 보라는 전화를 받았다. “수원과학대 김인국교수님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고 밴드에 들어왔는데 진짜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처음 해보는 밴드인데 언니들 만난 것도 그렇고 학교에서 성적 장학금을 받는 것 모두 잘 풀린다는 느낌입니다.”(써니)

노리화 비유통앨범 Walking (2008, 배미 참여 걸밴드), 러버더키 데뷔 싱글앨범 I Am A Single(2010), 러버더키 1집 미운오리 이야기(2011), 러버더키 싱글 come on (2013)(왼쪽부터)

2011년 정규 1집 ‘미운오리 이야기’를 발표했다. 다시 납골당을 찾아가 대박을 기원하는 소원을 빌었다. 그래서인가 당시 유행하던 중독성 강한 후크멜로디와 강렬한 기타리프가 어울려진 앨범은 각종 방송과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걸그룹에 가까운 비주얼을 강조한 대중성에 포커스를 맞춘 1집은 터프하고 파워풀한 음악적 매력을 제대로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2013년 러버더키는 리드미컬하고 터프한 매력이 근사한 ‘Come On’과 ‘지껄여’가 수록된 2번째 싱글을 발표했다. 무서운 표정의 오리가 장식된 앨범 커버는 이들이 더 이상 귀여운 아기 오리가 아님을 웅변한다.

리드 기타겸 보컬 지아는 송라이팅 능력과 빼어난 미모, 내공 깊은 기타 연주에다 가창력까지 겸비한 한국 걸스락의 재원이다. 베이스겸 보컬 배미는 금발을 휘날리는 퍼포먼스가 환상적이고 쉬크한 매력을 지녔다. 귀엽고 착한 인성을 지닌 드럼 써니까지 실력과 비주얼 겸비한 러버더키는 걸스락의 부흥을 위해 2012년 걸스락 페스티발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했다. “록페스티발 무대에 나가고 싶어요. 걸 밴드는 안된다는 벽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희는 남자밴드에 뒤지지 않는 파워풀하고 매력적인 음악으로 관객을 끌어들인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남자들이 걸 밴드에 눈요기만을 바란다 해도 반감보다는 확실하게 음악적으로 질러주는 대인배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뮤지션들이 더 좋아하는 밴드인데 남자 팬들이 많지만 중고등학교 여학생들 팬들도 제법 됩니다.”(지아) “지방공연하면서 새로운 팀들을 알게 되었는데 음악을 잘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걸 밴드가 많아요. 견제보다는 빨리 같이 가자는 마인드입니다. 당장 재조명해주는 걸 원하지 않아요. 성공한 걸 밴드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별로 없으니까요.”(배미) “떼쓰는 것은 아니지만 제발 색안경을 끼고 걸 밴드에 대한 마음을 닫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써니)

러버더키 프로필
1기 지아(본명 송지아) 한신대 경제학과 중퇴, 서울재즈아카데미 기타과 졸업, 배미(본명 배미혜) 안양대 영문학과 재학, 배키(본명 배은정)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졸업
2기 써니(본명 김성희) 수원과학대 실용음악과 졸업, 숭실대 실용음악과 재학

2002년 3인조 걸 밴드 러더버키 결성, 소명여고 스쿨밴드 비시누 복사골 청소년음악제 장려상(지아, 배미)
2003년 혼성밴드 슬러쉬 퍼피 KTF 록 페스티발 심사위원위 1위 선정(지아)
2010년 통영 프린지 락페스티벌 TIMF Rising Star상 수상, 수원 삼성 그랑 블루 공식 서포터즈 밴드 선정
2011년 KT&G 상상마당 밴드 인큐베이팅 콘테스트 3기 우승, 수원 삼성 그랑 블루 공식 서포터즈 밴드 선정

현재 활동 중인 걸 밴드
3인조 러버더키, 4인조 스윗리벤지, 2인조 스윙즈, 5인조 여자밴드, 4인조 아리밴드, 4인조동덕여대 걸밴드 엑스타시, 5인조 프라이드, 4인조 로즈 마리, 3인조 마네퀸, 동덕여대 밴드 앵그리 만다린. 5인조 심홍, 3인조 피싱 걸즈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로디스커뮤니케이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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