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P_BADMAN_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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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의 아이돌그룹 계는 급격하게 판이 바뀌는 중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세를 이루는 매머드 급 아이돌그룹 몇 팀 아래로 차기 세력들이 2인자, 3인자가 되기 위해 다퉜다. 지금은 절대강자가 없다. 요새 누가 가장 인기가 많은지 관계자들에게 물으면 저마다 돌아오는 대답이 다 다를 정도. 신진 세력 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팀을 꼽자면 바로 비에이피(B.A.P)다. 작년 1월 ‘외계돌’로 지구에 상륙했던 비에이피의 활약은 대단했다. 일본, 유럽을 포함한 국내외에서 다수의 신인상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2월 서울에서 첫 단독공연을 갖고 곧바로 미국과 아시아를 횡단하는 퍼시픽투어를 가진 비에이피는 무대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성장시켜나갔다. 세 번째 미니앨범 ‘Badman’에서는 한층 성숙한 뮤지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힙합아이돌답게 메시지도 뚜렷해졌다. 이제는 ‘모범돌’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만난 비에이피 멤버들은 새 앨범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Q. 세 번째 미니앨범으로 돌아왔다. 작년에 온갖 신인상을 휩쓸어 팬들의 기대감이 상당할 텐데 새 앨범 작업이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힘찬: 부담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팬들에게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Q. 타이틀곡이 ‘Badman’이다. 그냥 해석을 해보면 나쁜 남자라는 뜻인데, 이 노래를 통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하더라.
방용국: 이 노래는 범죄를 향해 비에이피가 보내는 메시지가 담겼다. 가사를 쓰면서 뉴스를 보는데 강도, 살인과 같은 자극적인 보도들이 연달아 나왔다. 그런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슈거리로 지나가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 음악을 통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줘보자는 취지에서 곡을 만들게 됐다.

Q. 방용국은 사회에 불만이 많나? 트위터에서도 가끔 사회적인 발언을 하더라.
방용국: 불만이 많진 않다.(웃음) 부조리한 것을 정말 싫어하고, 공평하지 않은 것이 싫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음악을 듣는 팬 분들은 나이가 어리다. 어리다고 무조건 몰라야 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어릴 때 의식 있는 이야기, 사회에 대한 이슈들에 익숙해져야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꼬집을 것은 꼬집는 것이 비에이피의 스타일이다.

Q. 매 앨범마다 강렬한 안무를 보여줬다. 이번에는 ‘십자가춤’을 선보이는데 죄를 씻어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던데?
종업: ‘Badman’의 후렴구에 십자가춤이 나온다. 팔을 양쪽을 뻗어 십자가 형상을 보여준다. 그 외에 강렬한 크럼프 동작이 섞인 남자다운 안무를 보실 수 있을 거다. 전체적인 안무 외에 개개인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동작들이 더 많아졌다.

Q. ‘Badman’ 뮤직비디오는 디트로이트에서 촬영을 했다. 영상을 보니 분위기가 살벌하던데?
영재: 폐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인적이 드문 곳에서 촬영을 했다. 건물마다 창문이 깨진 황량한 동네였다. 100여명의 엑스트라 분들이 오셨는데 다들 외모가 험상궂으셔서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다. 그런데 다들 굉장히 유쾌하게 대해주셔서 즐겁게 작업했다.
BAP_BADMAN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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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Coffee Shop’, ‘Huricane’, ‘Badman’으로 이어지는 트리플 타이틀곡으로 컴백했다. 세 곡을 통해서 전과는 또 다른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방용국: ‘Coffee Shop’에서는 재즈적인 느낌을 넣어보고 싶었다. 최근 뉴욕에서 활동하고 계신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씨에게 연주를 부탁했다. 뉴욕에 가시기 하루 전에 스튜디오로 오셔서 세션 녹음을 해주셨는데 너무 멋진 연주가 나왔다. 이런 느낌의 음악이 아이돌그룹의 앨범에 담기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Hurricane’에서는 이제껏 해보지 않은 일렉트로닉 하우스를 시도해봤다. 지금까지 하드코어 성향의 음악을 지향했는데 이번에는 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Badman’에서는 최근 미국 메인스트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랩(Trap,최근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강렬한 리듬과 신디사이저가 강조된 전자음악의 서브 장르)이라는 장르를 비에이피의 스타일과 섞은 곡이다.

Q.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대현: 각 곡의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보컬 색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Badman’에서는 ‘초고음’에 도전을 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보컬의 최대치를 보여준 곡이라 할 수 있다. 정말 열심히 노래했다!
힘찬: ‘Coffee Shop’에서는 평소와 달리 담백하게 노래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멋진 곡이 나온 것 같다.

Q. 그 외에 멤버들이 좋아하는 곡을 꼽아 달라.
힘찬: ‘Excuse Me’를 꼽고 싶다. 콘서트에서 팬들과 어우러지기에 알맞은 곡이다. 무대에서 무척 재밌게 공연할 수 있을 것 같다.
종업: 역시 타이틀곡 ‘Badman’이 가장 좋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같은 곡이라 팬들의 반응이 무척 궁금하다.
방용국: 나도 ‘Badman’을 꼽고 싶다. 여섯 곡 중에 가장 공들인 곡이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메인스트림 음악을 차용한다는 자체가 비에이피에게도 새로운 시도다. 트랩이라는 음악 장르에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것은 드문 경우다. 외국 팬들의 반응도 기대가 된다.
젤로: 난 용국이 형이 만든 인트로 곡 ‘Whut’s Poppin’이 제일 마음에 든다. 용국이 형의 직설적인 가사가 좋다. 형이 평소에 잘 하는 ‘쓴 소리’가 잘 들어갔다.(웃음)

Q. 방용국은 자신이 만든 ‘Whut’s Poppin’을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뽑을 줄 알았다.
방용국: 이전 앨범부터 작곡에 참여해왔지만, 사실 난 곡을 만드는 것에 큰 욕심을 두지 않는다. 음악을 표현하는 것이 좋을 뿐이다. ‘Whut’s Poppin’을 만든 이유는 앨범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인트로 곡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투어를 갔을 때 뉴욕에 있는 브롱크스에 갔는데 굉장히 힙합의 분위기가 강한 지역이었다. 조금 위험한 동네이기도 하다. 거기서 우연히 갱스터 형님들을 만나서 친해질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들이 ‘Whut’s Poppin’이라는 인사말을 알려줬다. 힙합적인 표현을 해보고 싶어서 곡 제목으로 쓰게 됐다. ‘Whut’s Poppin’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고, ‘Badman’은 우리에게 도전과 같은 곡이다. ‘Badman’에 애착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Q. 앨범 크레디트를 보면 곡 하나에도 가사를 쓴 사람이 방용국 외에 여러 명이다.
방용국: 회사에 소속된 작곡과 형들과 함께 작업을 한다. 처음에 밑그림을 그릴 때에는 내가 가사를 쓴다. 그 다음에 형들이 내 가사를 순화시켜주신다. 내가 방송심의를 신경 쓰지 않고 가사를 쓰기 때문에 그런 후반작업이 필요하다.(웃음)

Q. 방용국은 이번 앨범에서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작업은 어땠나?
방용국: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볼 수 있어서 속이 다 시원했다.

Q. 프로듀서로서 다른 멤버들에게 이런저런 주문도 좀 했나?
방용국: 멤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확실하기 때문에 곡이 나오면 누가 어떤 부분을 불러야겠다는 느낌이 바로 온다.

Q. 다른 멤버들이 프로듀서로서 방용국을 이야기한다면?
힘찬: 용국이가 녹음실에서 무서운 편이다. 내가 존댓말을 써야 할 것만 같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그렇다.
영재: 동생들은 용국이 형의 주문에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잘 따른다. 힘찬 형은 용국 형이랑 동갑이라서 ‘응’이라고 대답을 하는데, 그게 조금 어색하다. ‘응’과 ‘네’가 이상하게 섞인 느낌이다.(웃음)

Q. 프로듀싱을 할 때에는 엄격하겠지만 평소에는 동생들에게 잘 해주지 않나?
(일동 침묵)
젤로: (마지못해)우리는 용국 형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다. 잘 챙겨주신다.
BAP_BADMAN_03
BAP_BADMAN_03
Q. 지난 5월부터 미국 4개 도시와 일본 등 아시아 4개국을 도는 ‘퍼시픽 투어’를 돌았다. 데뷔 1년2개월 만에 거둔 쾌거였다. 성장을 하는 좋은 기회였을 것 같다.
방용국: 일단 무대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방송은 카메라를 의식해야 하는데 투어에서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퍼포먼스, 무대매너가 더욱 성숙해지는 좋은 기회가 됐다. 처음에 걱정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경험들이 쌓여서 뿌듯했다. 이전까지 우물 안 개구리였다면 투어를 통해 더 넓은 곳을 볼 수 있게 됐다.

Q.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대현: 홍콩에서 콘서트를 하는데 젤로가 마이크를 안 가지고 무대에 올라갔다. 무대가 시작됐는데 마이크가 없다고 하는 거다. 순간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을 하다가 마이크를 주고받으며 각자 파트를 노래했다. 다행히도 안무가 꼬이지 않았다.
힘찬: 사실은 내 탓이다. 내가 실수로 젤로의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나갔다. 큰일 났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대현이가 민첩한 순간대처능력으로 해결해줬다.(웃음)
종업: 난 ‘No Mercy’ 중간에 비보이 춤인 ‘토마스’를 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진 적이 있다. 평소에는 틀려도 틀리지 않은 척하고 자연스레 넘어가곤 하는데 워낙에 큰 기술이라 그럴 수 없었다.

Q. 투어와 앨범 작업을 하면서 멤버 서로가 각자 성장하는 모습을 봤을 것 같다.
젤로: 용국이 형은 해외투어를 돌면서 경험을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진 것 같다.
방용국: 종업이는 이번 투어를 통해 춤의 표현력이 훨씬 좋아졌다. 어느 순간부터 동양인 같지 않은 포스가 느껴진다.
종업: 힘찬 형은 부상 때문에 ‘One Shot’ 때 함께 활동을 할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당시 힘찬 형 파트가 무척 임팩트가 있었다. 힘찬 형의 존재감이 무척 크다. ‘Badman’에서는 ‘One Shot’ 때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셔서 무척 기대를 하고 있다.
힘찬: 대현이는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가요적인 느낌이 강했다. 공백기 동안 다양한 스타일을 열심히 연습하면서 보컬 센스가 부쩍 늘었다. 소화하는 폭이 넓어졌다.
대현: 영재는 나보다는 팝적인 느낌이 강하다. 특히 무대를 즐기는 스타일이라 그런 점을 배우고 싶다.
영재: 젤로는 원래 끼가 많은데 요새 갈수록 끼를 발산하는 솜씨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서 형으로서 뿌듯하다.

Q. 요새 인피니트, 방탄소년단 등 힙합아이돌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비에이피만의 차별화된 점이라면?
방용국: 힙합에도 스타일이 매우 다양하다. 우리는 데뷔 때부터 하드코어 성향의 강한 사우스 힙합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다름 팀들도 각자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랩이라는 것 자체가 누가 잘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힙합이 주류로 진입하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어렸을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Q. 이제 데뷔한 지 1년 반 정도가 흘렀다. 인기 면에서 정말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팀 중에 단연 선두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소감이 어떤가?
힘찬: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현: 더 잘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Q. 이번 앨범을 통해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힘찬: 물론 1위를 한다면 굉장히 기쁘겠지만, 그에 앞서 음악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노래, 퍼포먼스 등 전체적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값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Q. 오는 17일과 18일에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두 번째 서울 공연을 갖는다. 올해 2월 첫 서울 단독공연에 이어 약 6개월 만이다.
방용국: 그때를 생각하면 조금 창피하다. 해외투어를 돌기 전이라 부족한 점도 많았다. 물론 데뷔 후 첫 콘서트였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잊지 못할 큰 의미가 있는 무대였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퍼시픽투어’ 이후 우리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서 무척 기대가 된다.

Q. 최근에 즐겨 듣는 음악이 있다면?
방용국: 요새는 보컬이 들어가지 않은 DJ음악을 주로 듣는다. XXYYXX라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에게 빠져 있다. 나이가 고작 17살인 어린 뮤지션인데 그 나이에 나오기 힘든 굉장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음악에는 나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종업: 평소에 크리스 브라운, 브루노 마스, 미구엘 등을 즐겨 듣는 편이다.

Q. 곧 만나게 될 팬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젤로: 열심히 한 만큼 좋은 음악으로 돌아오게 돼 무척 기쁘다. ‘Badman’은 매우 만족스럽고 자부심이 큰 앨범이다. 이번에는 가사 하나하나를 자세히 읽어보면서 우리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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