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여성 DJ이자 프로듀서인 토키몬스타(TOKiMONSTA)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보통의 한국 아이들처럼 어머니 손에 이끌려 피아노 레슨을 받았고 H.O.T.와 S.E.S.를 들으며 유년기를 보냈다. 2010년에는 ‘LA 위클리’가 뽑은 ‘최고의 여성 DJ’로 선정됐으며 이제는 세계 정상급 DJ들인 스크릴렉스, 디플로와 함께 투어를 다닐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계 최고의 레이블인 울트라 레코즈(Ultra Records)와 계약해 더욱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지난 28일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안산밸리)을 통해 모국에서의 감격적인 첫 공연을 가진 토키몬스타를 현장에서 만났다.Q. ‘안산밸리’가 한국에서 갖는 첫 공연인 것으로 알고 있다. 모국에서의 첫 공연인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토키몬스타: 6년 만에 한국에 온다. 전에도 한국에서 공연을 가질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첫 공연은 멋진 모습으로 장식하고 싶어서 꾹 참았다. ‘안산밸리’와 같은 무대라면 나의 음악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날 스테이지가 한국에서 첫 공연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무척 의미가 크다.
Q. 왜 이름은 왜 토키몬스타라고 지었나? 한국말 ‘토끼’에서 따온 것인가?
토키몬스타: 맞다. 어렸을 때 한국 동요 ‘산토끼’를 많이 불렀다. 그래서 가족들이 나를 토끼라고 귀여운 애칭처럼 부르곤 했다. 작고 귀여운 토끼와 크고 무서운 몬스터의 조합이 재밌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토키몬스타를 채팅 대화 명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아티스트 이름으로 굳혀지게 됐다.
Q. 미국에서는 DJ로 꽤 커리어를 쌓았지만 한국 팬들과는 처음 만나는 자리다. 모국의 팬들에게 자신을 소개한다면?
토키몬스타: 음악 프로듀서로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만들고 있다. 클럽에서 트는 일렉트로닉 음악 외에 힙합 등 다양한 음악작업을 한다. 그리고 플로어에서는 DJ로서 공연을 한다.
Q. 어린 시절에는 클래식 피아노를 배운 것으로 알고 있다. DJ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토키몬스타: 보통의 한국 가정이 그렇듯 나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피아노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열심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년을 배웠고 지금은 피아노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 힙합을 접했는데 눈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대학생이 된 후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소프트웨어를 알게 돼서 혼자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어오고 있다.
Q. 처음에 토키몬스타를 매료시킨 힙합음악은 뭐였나?
토키몬스타: 처음에 빠져든 것은 쿨리오의 ‘Gangster’s Paradise’, TLC의 ‘Waterfalls’와 같은 곡이었다. 그러다가 닥터 드레, 아이스큐브와 같은 이들이 소속됐던 N.W.A와 같은 힙합그룹을 좋아하게 됐다.
Q. 스크릴렉스, 디플로 등 정상급 DJ들의 투어에 함께 참여를 했다. 이들과는 어떻게 교류를 시작하게 됐나?
토키몬스타: 어제도 ‘안산밸리’ 헤드라이너를 장식한 스크릴렉스의 공연을 봤다. 그와는 부킹 에이전트가 같아서 알게 됐고 지금은 서로의 공연을 보러 다닐 정도로 친하게 지낸다. 스클릴렉스가 내 음악의 독특한 요소들을 좋아해준다. 그가 캐나다에서 한 공연을 기획했는데 거기에 디플로가 놀러 와서 알게 됐다. 그 자리에서 디플로가 자신이 만든 빅뱅의 노래를 들려줬고, 내가 한국계여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다.
Q. 케이팝도 들어봤는가?
토키몬스타: 어린 시절부터 H.O.T., S.E.S.와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아직도 그 CD들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다. 꾸준히 케이팝을 들어왔다. 지금 케이팝이 흘러가는 방향이 굉장히 좋다. 케이팝에는 다른 나라의 음악과 다른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있다. 최근에는 미국 프로듀서들과 협업을 하면서 팝음악의 느낌이 나는데, 그런 방향성이 좋다고 생각한다.
Q. H.O.T., S.E.S.와 같은 가수들의 음반은 어떻게 구해서 들었나?
토키몬스타: 난 로스앤젤레스 출신이다. 동네에 한국 상점이 많았다. 모닝글로리, 아트박스와 같은 체인점에서 한국 상품들을 팔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음반을 구해서 들어보곤 했다.
Q. 한국에 대한 추억을 말해 달라.
토키몬스타: 한국에 처음 온 것은 9~10세 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에는 이번에 다섯 번째 온다. 올 때마다 급격히 변해가는 모습이 참 놀랍다. 그래도 내게는 두 번째 고향과 같은 편안함이 있다. 이번에는 체류 일정이 짧지만, 보통 한국에 오면 몇 개월씩 지내다가 돌아가곤 한다.
Q. 최근에 정규앨범 ‘Half Shadows’를 발표했다. 앨범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토키몬스타: 정규 2집이다. 2010년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중간에 EP를 냈으니 약 3년 만에 발표하는 풀랭스 앨범이다. 나의 진화한 음악을 보여주려 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음악으로 녹여내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앨범이다.
Q. DJ계에서는 남성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 DJ의 강점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토키몬스타: 남성들이 강세를 이루다보니 여성 DJ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이 있다. 가령 여성 DJ의 경우 음악적 재능보다는 얼마나 야하게 옷을 입었는지에 따라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 난 그러한 DJ계에서 남성들과 실력으로 동등하게 평가받고 싶다. 최고의 여성 DJ라는 명함보다 다섯 번째로 뛰어난 DJ라는 평가가 훨씬 좋다. 성별, 인종이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받길 원한다.
Q. 대형 페스티벌을 할 때는 관객들의 흥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제잉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토키몬스타: 디제잉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뼈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은 플로어의 분위기에 맞게 즉흥적으로 만들어간다. 딱히 셋 리스트를 짜지 않는다. 플레이하는 음악은 그때그때 다르다. 그날의 분위기 맞추면서 동시에 특별한 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Q.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토키몬스타: 모국에서 공연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 무대에서 나의 음악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 내 음악을 좋아해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소니뮤직,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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