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신스팝 듀오 허츠에 대한 첫 인상은 댄디한 수트와 단정한 헤어스타일이었다. 음악도 외모와 비슷했다. 슈트를 차려입은 울트라복스, 디페쉬 모드라고 할까? 말끔하고 정돈된 사운드는 조금 인간미 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2010년에 나온 허츠의 데뷔앨범 ‘Happiness’는 유럽 12개국에서 톱10에 랭크됐으며 영국의 각종 매체에서 찬사를 얻어냈다. 이듬해에는 쟁쟁한 뮤지션들을 제치고 ‘NME’가 선정한 ‘글래스턴베리’ 최고의 공연으로 꼽혔다. 즉, 짧은 시간 내에 앨범과 라이브로 동시에 인정받은 것이다. 허츠는 28일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안산밸리) 무대에 올랐다. 오후 11시30분에 시작해 자정을 넘긴 공연에서 허츠는 강렬하면서도 기묘한 매력을 뿜어내며 여성 관객들을 넉다운시켰다. 앨범과 달리 로커처럼 상당히 로킹한 무대를 선보였으며 급기야는 마이크 스탠드를 부러트려 여성 팬들을 흥분시켰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허츠의 두 멤버 티오 허츠크래프트와 아담 앤더슨을 ‘안산밸리’ 현장에서 직접 만났다.

Q. 한국에 처음 온 것을 환영한다. 공연에 앞서 한국에 온 소감이 어떤가?
티오: 환상적이다. 아주 좋다. 오늘 아침에 한국에 도착한 후 여기 머문 시간이 24시간이 채 안 된다. 하지만 그 사이에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이 아주 인상적이다. 오랫동안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고 있는데 아직 가보지 않은 곳들이 많고 한국도 그 중 하나였다. 좋은 기회에 오게 돼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처음 가보는 곳에 대해 잘 알려면 그 곳의 관객들을 보면 된다. 잠시 후에 무대에 오르면 한국이 어떤 곳인지 더 잘 알 수 있겠지?

Q. 오늘 내한하기 이전에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있었는지?
아담: 올림픽을 개최한 것 때문에 한국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스포츠를 무척 좋아한다. ‘88 서울올림픽은’ 벤 존슨과 같은 선수들 때문에 영국인들의 기억 속에는 인상 깊게 남아있다.

Q. 둘이 처음 만났을 때 프린스에 대한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다고 알고 있다. 프린스의 어떤 점을 그렇게 좋아했고, 어떤 면에 공감했나?
티오: 사실 우리는 아직도 프린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에 대해 우리가 공통적으로 좋아했던, 그리고 아직도 좋아하는 부분은 그가 팝 음악을 만들지만, 자신이 만들고 싶은 형태의 팝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하나의 음악 세계를 창조했고, 그 세계는 마법과 같다. 거기다가 그는 시대를 관통하는 최고의 뮤지션이면서, 최고의 기타리스트이고, 최고의 작곡가이면서, 최고의 가수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부분에서 공감을 했던 것 같다.

Q. 2005년에 만나 뷰로(Bureau), 대거즈(Dagger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2009년에 팀 이름을 허츠라고 바꿨다. 이유는?
티오: 그냥 멋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어감도 좋고 말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밴드의 이름을 허츠로 정하고 나서 보니 그 이름이 밴드로써 우리가 가지고 있던 요소들을 전부 아우르는 이름이더라. 하지만 밴드의 이름을 바꿀 당시 특별히 의도한 것은 없었다.

Q.반면에 데뷔 이전에 공개한 싱글 제목이 ‘Wonderful Life’였고, 데뷔작 제목은 ‘Happiness’였다. 팀 이름은 ‘고통’인데 앨범 제목은 ‘행복’이다. 상반된 이름인데?
티오: 맞다. 그 슬픔과 즐거움 가운데의 어딘가에 우리의 음악이 존재한다. 허츠의 음악은 아주 우울하다거나 아주 즐겁지 않다. 양극의 중간쯤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좋지 않나? 그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것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고 말이다. 사람들은 멜랑콜리하게 느낄 때도 있고, 즐겁다고 느낄 때도 있고, 삶이 어렵기는 하지만 희망을 가질 때도 있다. 그런 것을 음악으로 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Q. 허츠는 맨체스터 출신이다. 일찍이 맨체스터에서 신스팝을 시도했던 대선배들인 뉴 오더, 808 State 등의 음악을 좋아했는지 궁금하다.
아담: 물론이다. 맨체스터 출신의 모든 밴드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맨체스터에서 음악을 만들면서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벽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티오: 대단한 우연이지 않나? 뉴 오더, 스미스(The Smiths) 등 최고의 밴드들이 맨체스터에서 나왔다. 맨체스터는 음악적으로 많은 영감을 주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Q. 2011년에 ‘NME’ 선정 ‘글래스턴베리’ 최고의 공연으로 뽑히는 등 페스티벌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공연을 이끌어가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티오: 매 공연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처음 보는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페스티벌이 주는 ‘도전과제’가 우리를 고무시킨다. 공연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밴드가 되고 싶다. 페스티벌에 서는 다른 팀들보다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담: 우리는 페스티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단독공연 때보다 페스티벌에서 우리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공연에 임하는 것 같기도 해요. 더 자유롭게, 더 미쳐서 연주할 수 있다.

Q. 공연 영상을 보니, 밴드의 무대임에도 여성 백댄서들이 등장해 기묘한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무대를 짜게 됐나? 오늘도 여성댄서들을 볼 수 있나?
티오: 가끔은 우리 무대에 여성 댄서가 등장하기도 한다. 투어를 할 때 여성 댄서를 대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을 무대에 세우는 이유는 우리가 무대에서 연주 외에 퍼포먼스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춤을 추면 우리는 그냥 가만히 서서 연주하면 된다. 아쉽게도 오늘은 댄서들이 오지 않았다. 대신 관객들이 직접 무대로 올라오면 어떨까?



Q. 최근에 정규 2집 ‘Exile’가 나왔다. 새 앨범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면? 팬들이 가장 중요하게 들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 달라.
아담: 우리는 첫 앨범을 내고 약 2년 반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공연을 했다. 라이브에서 연주하면서 받은 영감들이 이번 앨범에 들어갔다. 첫 앨범 ‘Happiness’를 만들 때에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1집은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결과물이었다. 1집 이후 아주 멋진 경험들을 했고, 때로는 좋지 않은 때도 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2집에 녹아들어갔다. 결과적으로 ‘Exile’은 퇴폐적인 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둡기도 하다. 전에 비해 우리의 감정들이 더 격하게 표현되기도 했다. 첫 앨범에서는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편이었다.
티오: 우리는 이번 앨범을 통해 밴드로써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크게 한걸음을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1집과 비슷한 음악을 하려고 했으며 덜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음악을 답습하는 밴드가 아니다. ‘Sandman’이나 ‘The Road’와 같은 노래들은 이전까지는 우리가 절대로 만들어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곡들이에요. 우리는 도전을 했고, 그 결과물은 아주 좋았다. 우리는 자신을 계속 채찍질했다. 팬들이 그것을 이해해준 것은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곡들을 팬들이 유심히 들어줬으면 한다. ‘Sandman’, ‘The Road’ 외에 ‘The Crow’, ‘Mercy’와 같은 곡들이 우리가 전에 한 작업들과는 아주 다른 곡들이다. 우리의 격하고 극단적인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Q. 팬들이 당신의 음악을 듣고 춤추는 것과 가만히 앉아서 감상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좋나?
아담: 오늘 같은 페스티벌에서는 팬들이 우리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게 좋겠지?
티오: 둘 다 좋다. 앨범을 만들 때 유념하는 것은 사람들이 혼자 이어폰으로 그 음악을 들을 것이라는 거다. 음반을 녹음하거나 믹싱을 할 때 그 점을 생각한다. 라이브는 전혀 다르다. 연주를 했을 때 현장에서 음악이 아주 밀도 있고 거대하게 들리게 해야 한다. 공연하는 장소를 가득 채워야 한다. 우리가 항상 직면하게 되는 도전이다.



Q. 최근 세계적으로 신스팝, 일렉트로니카 계열 음악이 대세다. 스크릴렉스, 티에스토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도 인기가 있고, 다프트펑크는 최근 복고적인 디스코로 돌아갔다. 이외에 프랭크 오션의 경우 전자음악과 소울의 결합을 통해 신선한 음악들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들에 비해 허츠만의 특징이 있다면?
아담: 우리는 세상 속에서 우리만의 장소를 찾고자 한다. 허츠가 결성된 후 우리가 찾고 있었던 특별한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뮤지션이라면 항상 그 부분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른 뮤지션들과의 차별성 말이다. 우리는 데뷔 이래 계속해서 우리만의 세계를 깊이 파면서 다른 밴드들이 가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티오: 우리는 기본적으로 팝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말인즉슨 우리는 다양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발라드를 만들 수도 있고, 업 템포의 곡을 시도할 수도 있다. 팝음악은 너무나 많은 형태들을 가지고 있고, 그 수많은 형태들은 어느 한 지점에 연결된다. 그것들이 연결되게 하는데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가 도움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Q. 혹시 케이팝을 들어봤나? 들어봤다면 소견이 궁금하다.
티오: 이제 아주 유명하지 않나? 인상적이다. 케이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음반가게에도 케이팝 구역이 따로 있다. 다른 나라 음악을 가지고 그렇게 분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케이팝은 자신만의 구역을 따로 가지고 있고, 그것은 케이팝이 가지는 힘을 반증해준다고 생각한다. 서양에서는 대부분의 노래들이 다 영어로 노래되고 있기 때문에 가사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음악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런데 케이팝을 들어보면 한국말로 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사를 알아듣지도 못하는 케이팝을 듣고 있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소니뮤직,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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