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테러 라이브’ 포스터
영화 ‘더 테러 라이브’ 포스터
영화 ‘더 테러 라이브’ 포스터

한때 ‘국민 앵커’였던 윤영화(하정우)는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라디오 DJ로 좌천된다. 그렇잖아도 모든 게 귀찮고 짜증스럽던 그는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한다. 그 순간, 등 뒤의 마포대교가 폭발하고, 윤영화는 머리를 굴린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테러범과의 통화를 독점 생중계하려는 윤영화. 하지만 테러범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다. 그가 제시한 요구조건은 대통령의 직접 사과. 설상가상으로 윤영화는 자신이 착용한 인이어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10. 하정우+테러+라이브, 독특한 풍미의 삼합요리 ∥ 관람지수 - 7 / 몰입지수 - 9 / 결말지수 - 5

‘더(The)’ – 영화의 또 다른 제목, ‘더 하정우’
영화의 제목을 ‘더 하정우’라고 붙여도 될 만큼 하정우는 눈부시다.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영화를 이끄는 그의 연기는 묘기에 가깝다. 혼자서 절반 이상의 대사를 소화하는데도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 극중에서 앵커 윤영화가 라디오 PD를 밀어제치고 테러범과의 통화 생중계를 기획하듯, 하정우는 감독의 연출이나 시나리오 위에 서 있다. 능청스러우면서도 영리한 그의 연기 덕에 관객들은 CG 같은 자극적인 효과 없이도 그 자리에 가 있는 것처럼 상황에 몰입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하정우의 표정과 눈빛이 영화의 설득력을 높인다. 이경영 전혜진도 제 몫을 충실히 다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들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건 온전히 하정우의 존재감 때문이다.

‘테러(Terror)’ – 테러의 기술
영화의 핵심 사건은 테러다. 테러범의 명분은 다소 뻔하지만, 테러를 다루는 방식은 흥미롭다. 마포대교를 주저앉히는 걸 시작으로, 테러범은 자신이 준비한 카드를 지속적으로 꺼내든다. 그리고 그 카드들은 윤영화와 극 중 인물들은 물론 관객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한다. 특히 인-이어의 거슬리는 효과음은 청각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한다.

‘라이브(Live)’ – 이게 바로 생방송의 묘미
능글맞은 진행자들이 연말 시상식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이 바로 ‘생방송의 묘미’다. 언제 어디서 돌발 상황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는 것.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묘미도 ‘생방송’에서 나온다. TV가 라이브로 전하는 건 테러범과의 통화다. 연기대상 생중계의 긴장감과는 당연히 그 강도가 다를 수밖에. 돌발 상황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테러범. 수습을 위해 부스 안에서 갖은 애를 쓰는 윤영화. 둘의 두뇌싸움은 생방송을 통해 극대화된다. 문제는 생방송이 끝나고 난 후다. 테러범이 지닌 카드가 소진되고 생중계가 중단되면서 영화의 긴장감도 함께 휘발돼 버린다. 생방송이라는 장치는 분명 ‘더 테러 라이브’에 독특한 색깔을 입혔다. 하지만 그 장치가 효력을 다하자, 영화는 몇 개의 사족을 덧붙이다 흐릿하게 끝을 맺는다. 중반까지의 무시무시했던 페이스를 생각할수록, 아쉬운 마무리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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