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그룹 f(x)(에프엑스)는 독특하다. 오렌지캬라멜이나 크레용팝과는 다른 독특함이다. 여기에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는 가사와 독특한 비유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합쳐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혹자는 “도대체 f(x)의 세계관은 무엇이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규 2집의 타이틀곡 ‘첫 사랑니’를 통해 세계관이 확실히 드러났다. f(x)의 세계관은 ‘10대 소녀’다. f(x)는 사랑하고 싶은 10대 소녀의 마음을 자극하여 그들의 우상으로 등극했다. 그래서 f(x)에게 노출은 없다. 대신 10대 소녀처럼 어설프지만 화려하게 꾸민다. 여자지만 보이시한 매력을 가진 엠버로 눈길을 사로잡고, 알 수 없고 혼란스러운 소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사로 공감을 산다. 그래서인지 ‘라차타’를 비롯해 ‘첫 사랑니’에 이르기까지 f(x)의 노랫말을 살펴보면 한 사랑을 하고픈 소녀의 성장기가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f(x)가 불렀던 노랫말들을 통해 소녀들의 성장기를 살펴본다.

# ‘라차타(LA chA TA)’ – ‘Chu~♡(츄)’

‘chu~♡’ 당시 f(x)

f(x)의 데뷔 싱글은 ‘라차타’의 뜻은 흥을 돋우는 감탄사다. 무려 f(x)가 발음하기 쉬운 음절들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버카(버스 카드)’ 등 끊임없이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10대들의 모습을 닮았다. f(x)는 ‘옳지, 잘해, 그래, 나를 따라 한번 또 가자’, ‘이제 됐다. 준비 완료’라는 노랫말로 등장하며 10대들의 워너비로 등극하려는 준비를 마쳤다.

‘라차타’에서 f(x)가 소녀들을 이끄는 대장이었다면 이어서 발표한 ‘Chu~♡’에서는 소녀의 감성을 자극한다. 사랑에 대해 가장 큰 호기심을 갖고 있는 시절은 10대일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순수한 나이이기에 더욱 궁금하다. ‘라차타’에서 그저 놀고 즐기던 소녀는 ‘Chu~♡’에서 궁금해 한다. f(x)는 ‘알고 싶은 게 매일 너무나 넘’치고, ‘매일 수 백 번 상상하며 기다려 왔던’ 입맞춤의 순간을 노랫말로 표현해 10대들의 궁금증을 대변한다. 그러나 아직은 혼란스럽다. 아직 모르는 세상이기에 색다른 시도와 가사를 들고 온 f(x)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혼란스럽다.

# ‘누 예삐오(NU ABO)’

‘누 예삐오’ 당시 f(x)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불쑥 생기는 사랑의 감정이 궁금한 소녀는 ‘나 어떡해요 언니? 이 감정은 뭐죠?’라며 언니를 찾는다. 그리고 기본 사랑공식, 사람들의 이별 공식은 모르지만 나는 다르다며 내 마음대로 좋다고 말하는 새로운 사랑 공식을 택한다. 항상 독립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를 찾아 헤매는 10대들의 마음과 똑 닮았다. 입맞춤을 상상하며 조심스레 마음을 키워온 소녀가 ‘누 예삐오’를 통해 자신들만의 사랑 방식을 선언한 것. f(x)는 이번에도 새롭다는 뜻의 영어 ‘New’와 비슷한 발음의 ‘NU’에 혈액형을 가리키는 ‘ABO’를 합성해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한 신조어를 만들었다.

# ‘피노키오’ – ‘Electronic Shcok(일렉트로닉 쇼크)’

‘피노키오’ 당시 f(x)

10대만의 사랑 방식은 무엇일까? 10대는 순진할지도 모르지만 때론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피노키오’와 ‘Electric Shock’를 통해 소녀들의 사랑 방식을 알 수 있다. ‘피노키오’는 제목만 보면 피노키오 인형에 대한 노래라고 생각되지만 실상은 부제인 ‘Danger’, 즉 위험이다. ‘칼날보다 차갑게 그 껍질 벗겨내’, ‘맘에 들게 널 다시 조립할거야’, ‘의사선생님은 아냐. 그냥 널 알고 싶어’라는 말에 빗대어 상대의 속살, 속마음을 샅샅이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 가득한 소녀의 모습을 알 수 있다.

급기야 전기 충격을 받기에 이른다. 모든 걸 사로잡는 상대방의 에너지, 레이저, 시너지, 게이지로 소녀들의 심장은 점점 빠르게 두근거린다. 누구나 어릴 적 미니홈피에 오글거리는 자신만의 시를 쓴 경험이 있듯이 f(x)도 ‘Electronic Shock’에서 전기충격으로 4행시를 짓기도 하며 후렴구는 모두 ‘나나나’로 채우는 귀여운 무리수를 던진다. 하지만 솔직하면서도 알 수 없는 가사로 소녀들의 마음을 여는 데에 성공한다. f(x)는 ‘피노키오’로 KBS2 ‘뮤직뱅크’에서 첫 1위를 차지하며 정상급 걸그룹으로 도약한다.

# ‘첫 사랑니’

‘첫 사랑니’로 컴백한 f(x)

전기충격으로 의사선생님을 찾아간 결과일까. 정규 2집으로 돌아온 f(x)는 1년여 간의 사랑앓이 끝에 소녀들의 병명을 진단했다. ‘첫사랑’이라는 진단을 받고 온 소녀에게 사랑니도 났다! 기타 사운드, 퍼커션, 마칭드럼, 발소리와 함께 ‘럼펌펌펌’이라는 중독성 있는 사운드가 더해져 신비로우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는 소녀들의 두근거림을 잘 표현하고 있다. 지금까지 f(x)의 노랫말은 무슨 소리인지 쉽게 알아듣기 어려운 가사들이었다면 이번에는 명확하다. ‘진짜 네 첫사랑’이라고 확실히 못을 박는다. 소녀들의 첫사랑니가 되어 이전보다는 더 확실하게, 더 깔끔하게 소녀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첫사랑’을 발견한 f(x), 다음번엔 어떤 노랫말로 첫사랑을 이룰까?

글,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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