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이 아닌 돼지국물

연예인들은 항상 매니저와 함께 다닌다. 우리(구준엽, 강원래)가 클론으로 활동할 때도 방송에 따라서 매니저뿐 아니라 댄서,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난 혼자 다닌다. 혼자서 방송이나 지방행사 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금 혼자 다니는 이유는 혼자서도 다닐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하더라도 약간의 보조기구(휠체어, 운전 보조장치)와 주변 사람들의 배려가 함께 한다면 충분히 혼자서 움직일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며칠 전 ‘안전교육 특강’을 위해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한 전자사업장에 혼자 승용차를 운전해 갔었다. 일찍 출발해서 약속시간보다 1시간 전에 도착했다. 아침식사도 못하고 출발해서 그런지 출출했고 강연마치고 나면 낮 4시가 훌쩍 넘는 시간이기에 근처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하고 사업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식당을 찾아보니 건너편에 ‘돼지국밥’이란 빨간 글씨의 간판을 보여 그곳으로 차를 돌렸다.

‘차에서 휠체어를 꺼내야하는 불편함이 있고, 막상 식당에 턱이나 계단이라도 있으면?’ 또 ‘식당에 테이블(식탁)이 없고 바닥에 앉아 먹는 곳(좌식)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전 메뉴 포장 가능’이란 글씨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동안 휴대폰으로 주문한 후 차안에서 혼자 밥을 먹어본 경험이 많았기에 휴대폰으로 ‘돼지국밥 하나 포장해 주세요. 식당 앞 주차장에 있을게요’라고 주문한 후 기다렸다. 몇 분 지나 “아 몸이 불편하시구나,,.맛있게 드이소”라는 아주머니의 정겨운 목소리와 차까지 가져다주시는 친절한 서비스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단 말을 하고 괜히 바쁜 척 주차장을 빠져나와 차를 몰고 근처 놀이터 앞에 나무그늘에 차를 세운 후, 국밥을 포장한 비닐봉지 포장을 뜯으니 “국밥이 들어있는 큰 그릇과 새우젓, 다대기, 깍두기 통 네 개뿐. 숟가락과 젓가락이 없었다.

“어~” 하며 ‘이걸 어떻게 하지? 깍두기 뚜껑으로 퍼먹어 볼까?’라고 생각했지만, ‘그래 식당이 가까운데,,. 다시 가지 뭐’하고 포장지를 다시 묶고 차를 돌려 돼지국밥 식당 앞으로 갔다. 다시 전화를 걸어 미안한 맘에 정중하게 “좀 전에 국밥하나 포장시켰는데 포장 안에 숟가락 젓가락이 없네요. 깜빡 하셨나 봐요? 하하. 죄송한데요. 제가 주차장에 차대고 있으니 좀 갖다 주실래요?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숟갈 젓갈요? 그거 달라 케야 주는데 달라카시지..죄송합니데이”하고 국밥집 아주머니께 플라스틱 숟가락 두개와 나무젓가락 두개를 주셨다.

소화 중인 강원래

다시 놀이터 앞 그늘에 주차하곤 미소를 지으며 ‘먹자 먹자 먹자’ 라고 맘속으로 외치며 운전석에 앉은 상태로 휠체어 방석을 식탁 삼아 포장을 뜯었다. 먼저 숟가락 젓가락을 꺼내고 깍두기 뚜껑을 열고 새우젓 뚜껑도 열고 ‘나홀로 만찬’을 준비한 후,., ‘다대기를 다 넣을까? 적당히 넣을까? 경상도 음식이니 좀 짜겠지? 맛보고 넣자’하며 입에 고인 침을 몇 번이고 삼킨 후 국밥이 담긴 큰 그릇을 열었다.

포장된 플라스틱 숟가락을 뜯어 돼지국밥을 휘휘 저으니 밥이 없다. 국물 뿐이다.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식당으로 다시 갈까? 전화해서 밥을 왜 안 넣었냐고, 밥이 왜 없냐고 따질까? 따져봤자 달라고 해야 준다는 대답이나 하지 않을까?’라고 화도 나고 짜증도 났지만 침 삼키며 이런 생각하는 내 자신이 하도 웃겨 그냥 먹기로 했다. 국밥그릇에 새우젓을 넣고 다대기는 포장해준 비닐봉지에 그냥 버렸다.

국밥그릇 안에 들어 있는 돼지고기 몇 점과 수많은 새우젓이 헤엄치는 국물과 매운 깍두기로 배를 채우고 텅 빈 놀이터 안에 있는 그네를 바라보며 후식으로 껌을 씹고 햇볕을 쬐며 소화시켰다.

그래도…
그래도 이렇게 혼자 다닐 수 있어 난 좋다.

휠체어에 몸을 맡긴지 12년

그동안 넘어진적 많고 포기한적 많고 화내고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그때 마다 다시 일어나려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중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난 강원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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