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팝 미니라이브 콘서트 현장

완벽하지 않아도 그만큼의 개성이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크레용팝(금미, 엘린, 초아, 웨이, 소율)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규모 단독 콘서트 ‘미니 라이브 2013’을 열었다. ‘빙빙’, ‘댄싱퀸’ 그리고 ‘빠빠빠’로 연이어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이며 인지도를 쌓고 있는 크레용팝. 하지만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크레용팝이 과연 2시간의 시간을 어떤 노래들로 채울지 궁금했다. 기대감을 안고 지난 27일 오후 서울시 삼성동 베어홀을 찾았다. 굳이 공연장의 위치를 검색하지 않아도 ‘저 곳이 크레용팝이 공연하는 곳이구나’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단체로 맞춰 입고 스쿠터 헬맷을 쓴 사람들, 공사장 안전조끼를 입고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이 바로 크레용팝의 공연장이었다. 크레용팝의 독특한 개성만큼 팬들도 저마다 개성 강한 옷차림으로 공연장에 모여들었다.

약 240여 명의 관객들로 객석은 가득 찼다. 객석을 비추던 조명이 꺼지고, 크레용팝이 등장할 기미를 보이자 팬들은 일제히 외친다. “크레용팝 한 번 불러 봅시다! 팝! 팝! 크.레.용.팝!”

크레용팝은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발라드곡 ‘I’m beautiful’을 부르며 등장했다. 독특한 안무와 콘셉트로 가려진 가창력이 한껏 드러났다. 2시간을 채우기에는 그동안 활동한 노래가 적다보니 한 곡 한 곡 부를 때마다 뮤직비디오와 특별 영상 그리고 멤버들의 멘트로 시간을 메꿨다. 이날 크레용팝은 스스로를 ‘병맛’이라고 칭하며 개성 강한 무대를 예고했다. ‘빙빙’, ‘댄싱퀸’ 등 그동안 사랑받은 노래들은 물론 멤버들의 개인 무대까지 준비됐다. 초아와 웨이는 라이브 밴드를 바탕으로 듀엣 무대와 개인 무대를 각각 선보였고, 소율도 지니의 ‘자유로와’를 멋지게 소화했다. 이어서 크레용팝은 UV의 ‘이태원 프리덤’을 크레용팝스럽게 커버해 다시 불렀으며 DJ DOC의 ‘여름 이야기’와 ‘런투유’를 불러 팬들과 하나 되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빠빠빠’의 무대였다. 일명 ‘직렬 5기통 댄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빠빠빠’가 시작되는 순간, 공연장은 어느 때보다 더 큰 환호로 채워졌다. 5기통 댄스를 하는 후렴구가 시작되자 객석들도 덩달아 5기통 댄스를 췄다. 마치 두더지게임처럼 여기저기에서 박자를 맞춰 점프하는 관객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팬들은 공연 내내 존재감을 발산했다. 영상이 틀어지기 전, 그 적막의 찰나에도 팬들은 서로 누가 목소리가 크나 대결하듯이 외친다. “초아초아!”, “미소천사”, “웨이, 왜이렇게 예쁘니” 등 저마다 응원하는 멤버를 향해 외쳤다. 크레용팝이 멘트를 할 때도 팬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바쁘다. 멤버가 말할 때마다 저마다 한 마디씩 건넨다. 이날의 주인공은 크레용팝이 아니라 크레용팝의 팬들이었다.

이제 갓 데뷔 1주년이 지난 어린 걸그룹이기에 연습은 더 필요하다. 가끔 마이크가 꺼지고 음향이 튕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크레용팝의 ‘미니 라이브 2013′은 개성 넘치는 팬들과 함께 크레용팝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귀여운 얼굴과 안무를 능청스럽게 해내는 이들을 보면 어느새 입을 벌리고 바라보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 순간 ‘빠빠빠’를 흥얼거리고 있다. 이제는 점프할 차례!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크롬엔터테인먼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