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비스트 ‘섀도우’ 안무는 방송사 카메라를 위한 안무다. 이렇게 쉽고도 명확한 구도가 또 있을까? ‘섀도우’는 2절 후렴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 명 또는 두 명만이 댄서와 함께 춤을 춘다. 파트가 아닌 멤버들은 뒤에 위치한다. 다른 그룹처럼 각자 다른 안무를 소화하거나 동선이 복잡하게 짜이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비스트처럼 ‘섀도우’도 화려하기보다 절제되거나 기승전결이 깔끔한 안무로 구성됐다. 여기에 노래 제목인 ‘섀도우’, 즉 그림자라는 뜻에 맞게 댄서들이 비스트의 그림자가 되어 안무를 수행한다. 카메라워크의 핵심은 멤버와 댄서와의 호흡, 그리고 후반부에 나타나는 비스트의 군무다. (*MBC ‘음악중심’은 써머페스티벌 특집으로 특설 무대에서 방송이 이뤄져 카메라워크에 한계가 있기에 생략했다. )

# 포인트 1) 이기광 솔로 파트 : 뮤뱅 > 인가

뮤뱅, 인가, 엠카(윗쪽부터 시계반대방향)

이기광의 등장과 퇴장이 포인트다. 그림자가 된 댄서들이 등장하는 이기광을 둘러싸면서 마치 아우라를 연상시키는 듯한 안무를 수행한다. 자신의 파트를 끝내고 다시 무대 뒤로 돌아갈 때 댄서들이 이기광의 뒤에서 마치 잔상처럼 순차적으로 나오는 것도 포인트다. 이기광의 솔로 파트를 깔끔하고 정확하게 잡은 음악방송은 없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 KBS2 ‘뮤직뱅크’(이하 뮤뱅)가 그나마 나았다. 뮤뱅은 이기광의 파트에서 풀샷과 클로즈업을 적절히 사용했다. 등장과 퇴장의 포인트를 클로즈업했지만 아우라를 연상시키는 댄서들의 손이 정확하게 드러났으며, 퇴장 클로즈업은 이어지는 손동운 파트에 등장하는 댄서들을 비추지 않아 오히려 잔상 효과를 조금이나마 살렸다. SBS ‘인기가요’(이하 인가)도 차분하게 잡았지만 앵글의 교차가 너무 잦았으며, 아래에서 위로 잔상안무를 비춰 효과적이지 못했다. (Mnet ‘엠카운트다운’(이하 엠카)은 이기광의 잔상안무가 없어서 생략했다.)

# 포인트 2) 손동운 솔로 파트 : 엠카 > 뮤뱅 > 인가

엠카, 뮤뱅, 인가(윗쪽부터 시계반대방향)

손동운 파트에서는 댄서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진다. 손동운의 그림자가 되어 여기저기로 뻗어나가는 동작들이 화려하게 보인다. 손동운은 작은 동작으로 노래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댄서들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파트다. 음악방송으로서는 정면 풀샷만 잡아도 효과적인 카메라워크를 선보일 수 있는 쉬운 파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음악방송들이 준수한 카메라워크를 보인 가운데 ‘엠카’가 가장 괜찮았다. 퍼져나가는 댄서들의 동선을 모두 잡았고, 천장에서 바라보는 앵글을 비춰 안무의 특징도 드러냈다. ‘뮤뱅’은 평범했다. ‘인가’는 움직이는 다리를 포착하는 새로운 앵글이 인상 깊었지만 무대 뒤로 돌아가는 이기광의 빨간 머리가 더 눈에 띠었다.

# 포인트 3) 2절 윤두준과 양요섭의 후렴구 : 엠카 > 뮤뱅 > 인가

엠카, 뮤뱅, 인가(윗쪽부터 시계반대방향)

‘섀도우’의 ‘다가갈 수 없게’라는 노랫말에 맞춰 다가올 듯 말 듯한 안무와 윤두준에서 양요섭의 파트로 넘어가면서 멤버들이 서로 위치를 교차시키는 것을 잡아내는 것이 포인트다. ‘엠카’는 이번에도 역시 풀샷과 천장에서 바라보는 앵글을 적절히 섞어가며 안무를 드러냈다. ‘뮤뱅’은 멤버들의 위치 교차는 놓치지 않았지만 다가올 듯 말 듯한 포인트 안무를 풀샷으로 잡지 못했다. 사선 풀샷이나 윤두준 클로즈업만으로 처리했다. ‘인가’는 왜 다가가는 멤버들의 뒷모습을 비추는가.

# 총평 : 엠카 > 뮤뱅 > 인가

엠카, 뮤뱅, 인가(윗쪽부터 시계반대방향)

한 주를 쉬었던 ‘엠카’는 역시나 카메라워크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뮤뱅’은 언제나 그렇듯 평범한 카메라워크다. 비스트의 절제되고 깔끔한 안무 덕분에 ‘뮤뱅’ 카메라의 약점이 잘 보완됐다. ‘인가’는 힘을 주고 싶어서였을까. 진득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앵글을 자주 교차시켰으며 특히 뒷모습을 비추는 앵글로 포인트 안무를 가려버렸다. 새로운 앵글의 시도는 좋았지만 ‘과유불급’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Mnet,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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