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더 레전드’, ‘더 울버린’ 포스터.

이병헌의 ‘흥행 파워’는 2주 연속 이어졌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친한’ 스타 휴 잭맨이 한국을 방문하며 분위기를 달궜지만, 할리우드 작품을 들고 국내 팬들을 만난 이병헌을 넘어서지 못했다. ’감시자들’은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 중 네 번째로 500만 돌파 기쁨을 누렸다. 반면 ‘미스터 고’는 개봉 2주 만에 겨우 100만을 넘어설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더 테러 라이브’는 ‘설국열차’에 맞서기 이전 ‘변칙’ 상영으로 관심몰이에 나섰다.

2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병헌이 출연한 ‘레드:더 레전드’가 665개(상영횟수 9,304회) 상영관에서 66만 6,048명(누적 218만 6,602명)을 동원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관객도 전주에 비해 20.0%(16만 6,217명) 감소에 그칠 정도로 굉장히 안정적이다. 상영관수는 738개에서 665개로 줄었지만 상영횟수는 9,688회에서 9,304회로 대부분 지켜냈다. 좌석점유율은 27일 44.7%, 28일 43.5%로 10위권을 유지했다. 대규모 상업영화 중 좌석점유율 10위권 내 작품은 ‘레드:더 레전드’를 포함해 단 3편 뿐이다. 이처럼 2013년 30주차(7월 26~28일) 박스오피스는 이병헌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한 주였다.

이병헌 개인으로도 할리우드 출연작 중 최고 흥행을 노린다. ‘레드:더 레전드’는 개봉 2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초 개봉된 ‘지아이조2′의 흥행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병헌이 출연한 할리우드 작품 중 국내 최고 흥행작인 ‘지아이조’ 1편의 기록(약 266만, 통합전산망 기준)을 넘본다. 현재 분위기론 300만도 도전해 볼 만하다. 참고로 ‘지아이조’ 시리즈는 ‘레드:더 레전드’ 보다 훨씬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또 국내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도 ‘레드:더 레전드’가 처음이다. 반면, 북미 시장에서 ‘레드:더 레전드’의 성적은 초라하다. 이병헌을 향한 국내 팬들의 지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2013년 30주차(7월 26일~28일) 박스오피스 순위.

‘친한 스타’ 휴 잭맨은 자신을 상징하는 ‘울버린’으로 돌아왔다. ‘엑스맨’이란 타이틀을 벗어던진 ‘더 울버린’은 707개(9,848회) 상영관에서 58만 1,134명(누적 77만 7,986명)으로 개봉 첫 주 2위에 안착했다. 25일 개봉 첫 날 일일 박스오피스 1위(13만 8,712명 동원)를 차지하며 기대를 더했으나 1위의 기쁨은 딱 하루 뿐이었다. ‘레드:더 레전드’보다 더 많은 상영관수와 상영횟수를 확보했음에도 약 8만 여명의 격차를 보였다. 좌석점유율도 10위권 내에 들지 못했다. 북미에서는 5,500만 달러의 수익으로 1위에 오르기는 했으나 2000년 개봉된 ‘엑스맨’ 1편의 성적과 비슷하다. 국내와 북미 모두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여름 방학 극장가의 또 다른 힘은 어린이 관객. 애니메이션 ‘터보’가 그들의 힘으로 개봉 첫 주 3위에 올랐다. 634개(5,219회) 상영관에서 40만 3,981명(누적 54만 436명)을 쓸어 담았다. 좌석점유율도 50%대(27일 51.0%, 28일 56.0%)다. 대규모 작품 중 50%대는 ‘터보’가 유일하다. 여름 방학 때면 찾아오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비밀도구 박물관’은 239개(1,324회) 상영관에서 4만 5,606명(누적 5만 5,983명)으로 개봉 첫 주 8위에 랭크됐다. 폭발적인 흥행 보다는 꾸준한 관객 동원이 기대된다.

‘감시자들’은 461개(6,033회) 상영관에서 34만 3,425명(누적 520만 2,457명)으로 2계단 하락한 4위다. 그래도 한국영화 중에선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또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 중 ’7번방의 선물’,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에 이어 네 번째로 500만을 돌파했다. 40%대의 좌석점유율을 기록, 10위권을 지켰지만 하락세는 뚜렷하다. 9,029회였던 상영횟수가 약 3,000회 줄었고, 40.4%(23만 2,901명) 관객이 감소했다. 그리고 ‘터보’ 보다 상영횟수가 많음에도 더 적은 관객수를 모았다. 얼마나 ‘뒷심’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미스터 고’의 추락은 다소 안쓰러울 정도다. 428개(4,626회) 상영관에서 21만 2,150명(113만 1,057명)으로 5위에 머물렀다. 개봉 첫 주도 아닌 개봉 2주차에 어렵사리 누적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 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미스터 고’의 이 같은 흥행 ‘참패’를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개봉 첫 주말 동안 1만 118회에 달했던 상영횟수는 4,626회로 줄었다. 무려 5,500회 가량 감소했다. 60.7%(32만 8,257명) 관객이 감소했다. 개봉 후 입소문을 타고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던 김용화 감독 작품의 특징에 기대했지만 이번엔 이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대중들이 ‘외면’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 같다. 더 이상의 흥행 기대요소도 없는 상황이다. 누적 150만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흥행보다는 해외 흥행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마지막 4중주’는 29개(177회) 상영관에서 8,497명(누적 1만 303명)으로 10위에 등극, 눈에 띄는 결과를 얻었다. 작은영화의 흥행 기준인 누적 1만 관객도 개봉 첫 주만에 가볍게(?) 돌파했다.

CJ ’설국열차’ vs 롯데 ‘더 테러 라이브’, 흥행의 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영화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스틸

2013년 31주차 극장가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맞대결로 압축된다. 이들의 대결엔 ‘상생’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당초 8월 1일 개봉을 예고했던 ‘설국열차’는 7월 31일로 개봉일을 하루 앞당겼다. ‘더 테러 라이브’ 역시 이에 맞서 곧바로 개봉일을 7월 31일로 바꿨다. ’대중의 요청’이란 출처불명의 이유가 개봉일 변경의 근거다. ’더 테러 라이브’는 한 술 더했다. 대규모 ‘변칙’ 상영을 선택했다. ’더 테러 라이브’는 314개(1,028회) 상영관에서 12만 2,762명(누적 12만 6,649명)을 불러 모으며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입소문이 좋게 날지, 나쁘게 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설국열차’에 맞서기 위한 ‘더 테러 라이브’의 선택, 그 결과는 곧 드러난다. 29일 오전 11시, 예매율에선 ‘설국열차’가 압도적이다. 무려 51.1%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기대작 답다. 반면 ‘더 테러 라이브’는 5.1%다. 자칫 싱거운 대결로 끝날 수도 있다.

이 두 작품 외에 ‘개구쟁이 스머프2′가 어린 관객들을 유혹한다. 인기 캐릭터란 점에서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는 작품이다. 또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스톨른’, ‘슈퍼스타’ 등 작은 영화들이 대중을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글,편집.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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