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33,34회 7월 27,28일
다섯 줄 요약
현준(이태성)은 순상(한진희) 앞에서 이혼을 선언하고, 성은(이수경)의 모든 과거를 알게 된 순상은 성은을 집 밖으로 쫓아낸다. 몽희(한지혜)가 그 동안 유나 대행을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덕희(이혜숙)는 이를 약점으로 몽희의 새 브랜드 기획안을 받아내려 한다. 현수(연정훈)는 덕희로부터 몽희를 지키고자 하고, 순상에게 그 동안 몽희가 유나 대행을 해 왔음을 고백한다. 현수에게 실망한 순상은 현준을 정식으로 후계자로 지목한다.
리뷰
요 몇 년 전 꽤 유행하던 개그 코너 중에 ‘허무 개그’라는 것이 있었다. 박진감 넘치게 긴장을 끌어올리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상대가 감흥 없이 “어, 그래”라고 답하며 이야기의 맥을 탁 놓아버리는 방식의 개그였다. 흥미롭게도 긴장감 끝에 맥없이 툭 풀려버리던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던 그 ‘허무 개그’를 ‘금 나와라 뚝딱!’을 보며 새삼 조금씩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개그가 아닌 드라마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건 드라마나 그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나 퍽 불행한 것처럼 느껴진다.
갈등은 끊임없이 터지고,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갈등의 실체를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 나와라 뚝딱!’은 자신만의 긴장감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거의 매 회 새로운 사실이 공개되고, 그 사건으로 인해 생긴 파동은 눈덩이를 굴려 더욱 크게 만들 듯 갈등을 키워가야 하지만 ‘금 나와라 뚝딱!’은 놀랍도록 갈등의 크기를 키우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다. 이는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주변의 사건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 시절에 유행했던 ‘허무 개그’를 보듯, 인물들은 사건이 터졌을 때 번져가는 상황에 대해 유동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놀랍도록 단호하고 허무해 맥이 빠지게 한다.
이혼의 위기 앞에 선 성은이 최후의 카드로 내민 협박에도 불구하고, 덕희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단호히 이를 잘라낸다. 현수 역시 덕희의 협박 섞인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순상에게 드러내며 마지막 카드를 스스로 포기한다. 현태(박서준)나 몽현(백진희) 역시 자신들을 둘러 싼 숱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상황 해결에 대한 생각은 없이 오로지 ‘숨어 지내겠다’는 의지만 확고히 한다. 더욱 답답한 건 각 인물들을 둘러싼 상황이 변하고, 버젓이 각 캐릭터가 쥐고 있는 반전 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이를 포기한다는 사실이다. 성은은 덕희에 대한 반전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집안에서 밀려나 그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성애를 쏟아 붓느라 유난이고, 현수 역시도 순상이 두려워 그토록 밝히기 꺼려했던 몽희의 존재를 덕희가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손쉽게 간절했던 것을 포기한다. 거의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순상 역시도 상황에 대해 해결하려 들기 보다는 그저 ‘놓아 버리는’ 방식으로 갈등을 허무하게 와해시킨다. 아들들 가정의 행복을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안정된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고자 하는 것인지도 알기 어려운 그때그때 다른 순상의 태도마저 더해지자 ‘금 나와라 뚝딱!’은 좋은 갈등의 요소들을 단 하나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며 길을 잃게 됐다.
이처럼 갈등이 터져도 인물들의 대처가 없고, 반전의 요소마저 스스로 놓아버리니 생겨나는 갈등들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와해되어 버린다. 갈등은 갈등대로, 인물은 인물대로 서로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인물들은 자신들이 오로지 해야 할 일에만 기계적으로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주도권을 쥐어야 할 사건들에서 조차, 갖고 있는 갈등의 칼날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니 보는 사람은 답답하고 극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덕분에 모든 사람들의 관계는 시작할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돌아올 유나 역시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도대체 이 드라마에 과연 ‘진전’이라는 것은 있을까 의구심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흔히 그러하듯 긴 호흡에 ‘금 나와라 뚝딱!’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길을 잃으며 방황하고 있다. 그리고 제자리를 찾기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흔하고 흔한 드라마가 그러하듯, 이 드라마의 앞날도 이제는 더 이상 궁금하지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제는 그것을 깨달았다고 해도, 늦었다는 점이다.
수다 포인트
- 덕희 여사가 “당신 큰 며느리가 가짜라구요!”를 외치는 순간 순상의 답은 어쩐지 “뤼…뤼얼리?”여야 할 것 같은 이 기분은 뭔지…
- 집에서 쫓겨나는 순간 성은의 모성애도 “2배가 돼~ 두두두두배두~”
- 유나의 등장 “진… 진짜가 나타났다”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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