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릴렉스가 탄 우주선 모양의 DJ 부스가 하늘을 향해 점점 솟아올랐다. 황홀한 조명의 춤사위 속에서 스크릴렉스의 디제잉이 터져 나오자 관객들은 황홀경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비트, 멜로디, 영상이 삼위일체를 이루자 극도의 흥분감이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듯했다. 현실을 잊고 정신을 내려놓는 페스티벌의 중심에 스크릴렉스가 있었다. 록페스티벌의 주인공이 록밴드에서 DJ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안산 대부도 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열린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안산밸리)의 두 번째 날인 27일의 헤드라이너는 스크릴렉스였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최전선에 있는 슈퍼스타. 한국을 찾은 것은 작년에 열린 댄스뮤직 페스티벌 ‘UMF’ 이후 두 번째다.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내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그는 어떤 록밴드보다도 뜨거운 무대를 연출했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영상 속에 타이머가 등장해 5분이 거꾸로 돌았고, 그 동안 관객들은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스크릴레스는 초장부터 피치를 올리며 객석에 불을 댕겼다. 그는 전자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음악적 아이디어로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그야말로 ‘놀 줄 아는 상남자’였다. 영상 속에 태극기가 등장하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해외 록밴드로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과 스테레오포닉스가 스크릴렉스를 전후해 무대에 올랐다. 스크릴렉스 전에 빅 탑 스테이지에 오른 스테레오포닉스는 흠잡을 곳이 전혀 없는 훌륭한 사운드를 선사해 록 마니아들을 만족시켰다. 히트곡인 ‘Have a Nice Day’에서는 관객과의 싱얼롱이 이어졌다. 자정을 넘겨 무대에 오른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은 안산의 밤을 노이즈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대표앨범 ‘Loveless’의 수록곡 ‘I Only Said’를 시작으로 노이즈의 향연이 시작됐다. 하지만 몇몇 곡에서는 사운드가 불안정해 아쉬움도 이어졌다.

해외 뮤지션들 못지않게 국내 뮤지션들도 출중한 무대를 선사했다. 9와 숫자들은 수줍은 소년 같은 무대, 디어 클라우드는 전보다 한결 파워풀해진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불독맨션은 그루브 넘치는 훵키한 무대가 일품이었으며, 피아, 넬, 한희정, 박정현 등이 저마다 탄탄한 무대를 선보였다.



3호선버터플라이의 무대는 단연 압권이었다. 보컬 남상아의 노래는 때로는 소녀 같았고 또 때로는 광인 같았다. 이들은 상당한 스케일을 가진 ‘꿈속으로’를 라이브로 멋지게 재현했다. ‘니가 더 섹시해 괜찮아’에서는 무반주에 남상아의 스캣만으로 관객들이 리듬을 타고 박수를 치는 등 공연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했다. 산울림을 커버한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거야’가 나오자 관객들이 제자리 뛰기를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남상아는 노래하다가 무대에서 쓰러졌으며 성기완은 기타를 바닥으로 던지는 등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행사 둘째 날인 27일 ‘안산밸리’에는 한산했던 첫날에 비해 관객이 늘었다. 주최 측인 CJ E&M 측은 이날 약 3만2,000명의 관객이 왔다고 전했다.

안산=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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