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록페스티벌 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안산밸리)’이 26일 막을 안산 대부도 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막을 올렸다.
올 여름에는 ‘안산밸리’를 시작으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 ‘슈퍼소닉’,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까지 약 3주에 걸쳐 다섯 개의 글로벌 형 록페스티벌이 열린다. 라인업이 모두 발표된 현재 상황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관객 수. ‘안산밸리’ 관계자는 첫 날에 약 1만9,000명의 관객이 몰렸다고 말했다. 작년에 라디오헤드가 왔던 ‘밸리 록 페스티벌’ 첫 날 관객은 3만5,000명에 달했다.
‘안산밸리’는 작년까지 경기도 이천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열리다가 올해부터 안산 대부도 바다향기테마파크로 자리를 옮겼다. 행사부지의 규모는 작년의 약 두 배에 달한다. 행사장이 넓어진 것에 반해 관객 수가 줄어든 탓에 바다향기테마파크는 한산한 편이었다. 작년의 경우 엄청난 인파가 몰려 이동이 힘들 정도였지만 올해는 비교적 여유롭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팝업스토어의 경우에도 지산 시절에 비해 가지런히 배치가 됐다.
공연의 열기는 뜨거웠다. 헤드라이너를 장식한 영국 록의 거물 큐어는 무려 세 시간에 걸쳐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결성 35주년을 넘긴 노장 밴드답지 않게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했으며 특히 사운드의 완성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했다. 등장부터 압권이었다. 프론트맨 로버트 스미스는 그 유명한 고딕풍의 화장과 번개머리 헤어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쩌렁쩌렁한 보컬은 앨범으로 접하던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큐어는 세계적인 밴드이지만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훌륭한 사운드는 처음 보는 관객들도 열광시킬만했다. ‘Friday I’m in Love’에서는 상당수의 관객들이 점프를 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로버트 스미스는 마이크에 키스를 하고 춤을 추는 등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국내에 첫 내한하는 더 엑스엑스는 느릿하면서도 농밀한 사운드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샘플러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미니멀하면서도 관객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었다. 더 엑스엑스도 국내 팬들에게는 낯선 팀이었지만 이들은 공연장의 분위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었다. 어두우면서도 은근히 댄서블한 리듬은 관객들을 집중시키면서 동시에 춤추게 만들었다. 특히 밴드의 중심인 제이미 스미스는 샘플러, 일렉트릭 스틸 드럼, 신디사이저, 턴테이블 등 여러 악기로 갖가지 소리를 만들어내며 귀를 즐겁게 했다.
뱀파이어 위크엔드는 찰랑찰랑한 리듬으로 관객들을 춤추게 했다. 펑크록의 질감에 캐러비안 풍의 리듬은 ‘안산밸리’에 윤기를 더해줬다. 미남 프론트맨 에즈라 코에닉은 여성 관객들의 눈을 하트로 만들었다. 특히 히트곡 ‘Horchata’에서는 대단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외에도 초반에 등장한 폴리포닉 스프리, 캣 파워의 공연은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국내 뮤지션들도 인상적인 무대를 펼쳤다. 봄여름가을겨울은 ‘미인’과 ‘I Shot The Sheriff’를 결합해 펑키한 무대를 선사하는 한편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히트곡으로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전했다. 싱어송라이터 이지형은 밴드들과 함께 사극 코스프레를 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관객들이 즐거워하자 “기분이 좋느냐? 천한 것들은 이것을 개간지라고 한단다”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데이브레이크는 완성도 높은 사운드로 ‘팝콘’, ‘좋다’ 등을 선사하며 여성 팬들을 요동치게 했다. 한편 최근 홍역을 치렀던 로이킴은 첫 페스티벌 무대를 무난히 마쳤다.
안산=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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