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8시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퀸시 존스의 첫 내한공연은 여러모로 큰 기대를 모았다. 일단 그는 미국 팝 음악계에서 가장 많은 그래미상을 받은 최고의 이력을 가진 프로듀서가 아닌가? 마이클 잭슨 말고도 프랭크 시나트라, 빌리 홀리데이 등 헤아리기도 힘든 수많은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작업했다. ‘Working In Space’ (1969), ‘Body Heat’(1974), ‘The Dude’(1981), ‘Back on The Block’(1989) 등 자신의 앨범도 훌륭한 마스터피스들이 수두룩하다. 사실 국내 일반 음악팬들이 퀸시 존스에 진면목에 대해 얼마나 잘 알지는 의문이지만, 거장의 음악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기대감이 컸던 만큼 적지 않은 실망감도 전해줬다.

사실 이번 공연은 엄연히 말해서 퀸시 존스의 공연이 아닌, 퀸시 존스가 선택한 뮤지션들의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크게 ‘글로벌 검보’와 국내 뮤지션들의 무대로 나뉘었다.글로벌 검보는 ‘퀸시 존스 사단’이라 할 수 있는 제임스 잉그램, 패티 오스틴, 시다 가렛 등 베테랑 뮤지션들을 비롯해 캐나다의 신예 재즈 보컬리스트 니키 야노프스키,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알프레도 로드리게즈, 11세의 피아니스트 에밀리 베어 등으로 구성됐다. 퀸시 존스는 이들에 대해 “주춤한 음악 산업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훌륭한 아티스트들이다. 이런 엄청난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퀸시 존스의 말처럼 알프레도 트리오는 기발하고 에너제틱한 재즈 피아노 트리오 연주를 선보였으며, 맹인 피아니스트 저스틴 커플린은 섬세하면서도 감성을 담은 연주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다. 그 정도면 퀸시 존스가 데리고 다니면서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제임스 잉그램과 패티 오스틴 등 왕년의 스타들이 ‘Just Once’, ‘Baby Come to Me’와 같은 히트곡을 불러준 것도 반가웠다. 특히 시다 가렛은 마이클 잭슨의 원곡인 ‘Man in The Mirror’를 멋지게 소화해내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퀸시 존스가 데려온 뮤지션들이 기대만큼 모두 훌륭한 무대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몇몇 뮤지션은 수준 이하의 무대를 보여줘 관람객, 음악관계자들 사이에 빈축을 샀다. 또한 2시간 반 정도의 한정된 시간에 열 개가 넘는 스테이지를 보여주려다 보니 진행이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다. 또한 뮤지션이 바뀌는 와중에 마이크 밸런스 등이 맞지 않아 간혹 가수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거나 잘 들리지 않기도 했다. 막판에 대미를 장식한 ‘We Are The World’에서는 하울링이 크게 나는 등 아쉬운 순간이 이어졌다.

퀸시 존스는 이날 공연에서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진행자 역할에 머물렀다. 글로벌 검보 멤버들의 ‘실력 뽐내기’ 외에 퀸시 존스의 노래들이 몇 곡 흘렀지만, 그의 진정한 ‘팝 월드’를 경험해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 ‘The Dude’, ‘Back on The Block’에 담긴 수준의 사운드를 기대한 이들은 커다란 실망감을 가지고 공연장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공연이라기보다는 성대한 생일잔치를 보는 것 같았다는 말들도 나왔다. 한 공연 관계자는 “퀸시 존스가 우리를 위해 공연을 준비한 것인지, 우리가 퀸시 존스를 위해 모인 건지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한 관람객은 “공연의 분위기가 마치 전국노래자랑을 보는 것 같았고, 퀸시 존스는 송해 아저씨 같았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까다로울 줄만 알았던 ‘거인’ 퀸시 존스가 매 순서마다 무대에 나와 뮤지션을 소개하고, 또 농담을 던지는 수더분한 모습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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