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지만 중독성 있어.” ‘몬스타’를 향한 첫 평가였다. 유치했다. 그런데 세이(하연수)와 설찬(용준형)이의 감정이 이해가 됐고, 키스 하나로 세상이 다 변해버린 그 시절의 기억도 새록새록했다. 나나의 진지한 짝사랑이 나중에는 흐뭇하고 행복한 기억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절절한 마음을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새 나이를 먹어버린 우리는 그들의 사랑이 때로는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지나치게 달았다. 그것은 실은 우리의 문제였다. 완전히 그들과 나를 일체화 시킬 수만은 없는 나이가 돼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래도 계속해서 그들의 유치한 사랑을 우정을 싸움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내 인생에서는 판타지가 돼버린 순수한 그 시절을 들춰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으니까.
Q. ‘오글거린다’는 평가를 싫어한다고 들었다.
김원석 PD : 아무래도 아직 이 장르에 대한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이질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도 있었던 것 같다. 굉장히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한국 사람들은 노래도 좋아하고 드라마도 좋아하지만, 드라마 안에서 노래 부르는 것은 싫어한다고. 초반에는 오글거린다는 평가를 듣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사전에 없는 말인데 보기만 해도 어색하고 민망하다는 뜻으로 쓰이지 않나.
Q. 그러나 ‘몬스타’에서의 오글거림은 장르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 특유의 유치할 수밖에 없는 감정선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부정적으로 쓰인 말은 아니었고, 그저 닭살스럽다 정도의 의미였던 것 같은데.
김원석 PD : 알콩달콩하게 오글거린다는 의미도 들어가 있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오글거린다는 의미는 좋은 의미는 아니라서(웃음). 사람들이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결국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일 수도 있고 말이다.
Q. 예컨대, 커튼신 같은?
김원석 PD : 아, 오히려 그런 건 일종의 코미디적 장치였다. 그러나 그렇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작정하고 웃기려고 만든 것이었다. 적당히 코미디도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낄낄 거리며 웃으라고 만든 신이다. 정색을 하고 보면 내가 낯 뜨겁다. 또 ‘야상곡’ 때, 세이가 플라멩코 댄서 의상을 입고 나온 것 역시도 이것의 연장이다. 열여덟살 소년의 눈에는 같은 반 소녀가 섹시한 여인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한 신이었다. 그러나 제3자가 그 상황을 보면 코미디이지 않나. 당사자는 절절하지만 떨어져서 보면 실소를 자아내는. 그런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웃기고 골 때리네’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울리는, 그런 박진감을 바랐지만 잘 안 됐던 것도 같고.
Q.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몬스타’까지. 김원석 PD는 소녀에 대한 애정, 청춘에 관한 애정이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원석 PD : 그 시절, 그 나이 때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은 있는 것 같다. 물론 나이 든 이들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생명력이 느껴지는 아름다움과는 다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장면은 캐릭터가 달리는 장면이다. 딱 그 나이 때의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과 다이나믹함, 일종의 생명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찬과 세이의 야밤 추격전은 길게 찍었다. 우리 배우 중 특히 잘 뛰는 건 연수와 도남이(박규선) 나나(다희)다. 설찬이는 좀 더 잘 뛰었으면 했다(웃음).
Q. 민세이 역의 하연수는 이번 드라마로 그야말로 신데렐라가 됐다. 사실 노래를 잘 하지는 못하는 친구 아닌가, 어떻게 발탁하게 됐나.
김원석 PD : 나는 뭔가 다름을 좋아한다. 연수는 많이 달랐다. 오히려 그 다름이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래도 결국은 달라서 캐스팅했다. 연수는 호불호가 갈리는 얼굴이기도 하다. 심지어 예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다르다라는 것에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 됐다. 그리고 얼굴에 손을 안댄 점이 좋았다. 노래는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우리 드라마에서 세이라는 캐릭터가 노래를 잘 하는 친구가 아니었기에 큰 걱정은 안했다. 다만 자기 스타일대로 노래를 불렀으면 했는데, 그런 면에서는 적합했다. 또 예쁘게 부르지 않고 있는 힘껏 목청껏 부르는 것도 좋았다.
Q. 그렇게나 많은 아이돌 중 비스트 용준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원석 PD :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 귀여운데 터프한 매력이 있는 얼굴이다. 선이 굵은 남자들 보다는 예쁘장하게 생겼으면서 또 터프한. (박유천?) 그렇다. 박유천 같은. 늘 말하지만 동방신기 중에서 캐스팅하고 싶은 친구는 딱 그 친구 하나였다. 비스트에서는 처음부터 준형이었다. 어떤 각도로 보면 예쁜 얼굴인데다, 남자배우는 목소리가 중요한데 저음의 매력이 있었다. 그렇게 목소리와 외모가 되는데다 준형이는 프로듀싱하고 작곡도 한다. 다른 여지가 없었다. 정말이지 바쁘다는 것 빼고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행히 비스트 앨범이 늦어지면서 드라마 촬영을 무사히 했다.
Q. 이제 하연수, 용준형에 강하늘 등 출연진들이 과거 ‘성균관 스캔들’의 유아인, 송중기 처럼 훨훨 날 일만 남은 듯 하다. 괜시리 빼앗긴 심정은 들지 않나.
김원석 PD : 내가 이 친구들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오면 너무 기분 좋다. 그런 상황이 빨리 왔으면 한다.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Q. 가장 애정을 가진 캐릭터는 누구였나.
김원석 PD : 나는 늘 사랑을 빼앗기는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한다. 이번에는 나나였다. 그리고 선우, 설찬, 세이 순이었다.
Q. 이 드라마의 미덕은 스포트라이트가 주인공에만 머물지 않고 각자 인물들의 드라마의 깊이가 고루 분배돼있다는 점이다.
김원석 PD : 아이돌로 모든 판타지의 결정체인 설찬, 또 굉장히 예쁘게 생겨서 회장과 아이돌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세이 등, 주인공의 아픔도 제대로 표현해야겠지만 진짜 의미 있는 캐릭터들은 그들 주변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들이 연기를 잘 해줬다. 실은 주인공은 신인이나 아이돌이나 내가 잘 만들어나가면 된다.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내가 만들기 이전에 본인들이 만들어와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실제로 (김)민영이는 워낙 뛰어나다. 그 전에 출연 영화를 봐도 연기도 잘 하고 또 노래도 잘 한다. 재미있는 것이 우리 작품에서는 도리어 노래를 못하는 설정인데 말이다. (박)규선도 음악적 탤런트가 엄청나다. 악기도 잘 다루고 노래도 굉장히 느낌 있게 잘 한다. 밴드에서 보컬 했던 친구였다. 그래서 두 친구는 무조건 같이 해야 했다.
Q. ‘몬스타’와 이별 중인 요즘 드는 생각은.
김원석 PD :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우리 드라마는 철저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써져야 했다. 요즘 학생물들은 점점 어른의 시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주 시청층이 어른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젊은 층이 보는 케이블이기에 아이들의 시선으로 확 낮춰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 무늬만 고등학생이지 말은 어른스럽게 하는 그런 것은 싫었다. 그런데 정윤정 작가님이 너무 잘 해주셨다. 유치하긴 하죠. 그러나 개연성이 없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그 나이 때라서 유치한 것이다. 또 지금에야 유치하다고 하지만 절절한 사랑이기도 하다. 좋은 작가님을 만나 고마웠다. 정 작가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가 가진 생각들이 있다한들 구현이 안 됐을 것이다. 또 촬영감독님도 영화 쪽에서는 TOP5 안에 드는 분이시다. 그 분도 원래는 중국에서 촬영이 있었는데 아드님이 태어나셔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랑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생각하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해결됐다. 치밀하게 계산해서 12회를 한 것은 아니었고, 많이 헤매다가 여기까지 온 것인데 주변의 도움이 컸다.
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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